작성자: 구름~~
작성일: 2014-06-20 (금) 02:13
아베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하여... 5
안중근의사의 이토 저격이 목적에 비추어 올바른 선택이었는지 아니면 어리석은 바보짓이었는지는 지금부터 차근차근 따져보기로 하겠지만 기왕에 안중근의사의 이야기가 나왔으니 거사의 성격에 대해서 한번 짚어보는 것도 무익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안중근의사는 거사 후에 일본의 재판을 받으면서 자신은 대한의병의 중장으로서 적국의 수장인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했으므로 국제법상의 포로로 대우해 달라고 요구했다. 즉 안의사는 자기가 이토를 죽인 행위는 나라와 나라 사이의 전쟁 중에 일어난 전투행위였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게 타당한 주장일까?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다. 안의사의 거사는 전투행위라고 볼 여지가 전혀 없다. 그 이유는 첫째 당시의 조선과 일본은 전쟁상태에 놓인 교전국이 아니었다. 오히려 조선은 을사늑약에 의해 일본의 보호를 받고 있는 입장이었다. 그게 강압에 의해서건, 사기를 당한 것이건 국제법적으로는 그렇고, 을사늑약은 미국과 영국 등 세계 대부분의 열강들로부터 추인받은 상태에 있었다. 대한제국이 망해서 없어지고 상해에 임시정부가 수립된 것은 이토가 죽은지 10년이 더 지난 1919년의 일이었다. 임시정부가 수립된 후에도 일본에 선전포고를 바로 하지도 않았다. 태평양전쟁이 발발한 1941년에 가서야 상해임시정부는 일본과 독일에 선전을 포고했다. 그 이전에는 상해임시정부도 일본과 교전상태에 있지 않았다. 양 국가가 전쟁 중에 있지도 않았는데 적국의 수장을 전투행위로서 사살했다는 것은 성립되지 않는 소리다.
설령 당시의 조선과 일본이 전쟁 중에 있었다 하더라도 중장이라는 계급을 가진 군인이 사복을 입고, 그 속에 무기를 숨기고 있다가 상대국의 민간인인 정치인을 살해한 것은 전투행위라고 볼 여지가 없다. 전시에 군인은 반드시 자기 나라의 군복을 착용해야 하고, 계급장을 패용해야 한다. 만약에 군인이 사복을 입거나 상대국의 군복을 입고 무기를 감추고 있다가 적국의 보초를 살해하거나 민간인을 죽이면 이런 행위는 전투행위가 아니라 스파이 또는 테러범으로 사형에 처하는 것이 국제법이다. 안의사는 스스로 대한의병의 중장이라고 신분을 밝혔으나 그것은 국제법상 인정받을 수 있는 관등성명이 아니다. 안의사가 소속된 대한의병이라는 군대도 정체가 모호하고, 입대한 시기나 진급한 경위도 불분명하며, 장교로 임관된 경력도 증명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안의사의 거사는 객관적으로 볼 때 군인신분을 사칭한 민간인으로서 다른 나라의 민간인을 평화시에 총으로 살해한 범죄임에 틀림이 없다. 이것을 요즘 말로는 ‘테러’라고 한다.
만약에 이토 히로부미가 군인의 신분이었다면 안의사의 하얼빈 의거는 억지로 말해서 유격전이라고 강변할 수도 있다. 즉 안의사는 빨치산으로서 적국의 군대를 공격한 것이라고 우겨볼 여지가 있는 것이다. 설사 안의사가 빨치산으로 유격투쟁을 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민간인을 습격해서 살해하는 행위는 역시 국제법상 범죄이다. 정규군이건, 빨치산이건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을 살해하는 것은 국제법이 금지하고 있는 범죄라는 것이다.
안의사가 테러범인가 군인인가? 안의사의 거사가 전투행위인가 살인인가를 가지고 한국과 일본이 토론을 벌이면 한국은 무조건 진다. 패널로 구르미가 나서도 이길 수 없는 논쟁이다.
안의사의 어머님은 재판을 받고 있는 아들에게 수의를 지어 보내면서 “살겠다고 발버둥치지 말고 남자답게 깨끗이 죽으라”는 말씀을 전하셨다. 구차하게 말도 안되는 소리로 우겨대지 말고 살 생각을 버리라는 따끔한 말씀이셨다. 안의사의 어머님은 현명하신 분이다. 사태에 대해서 헛된 기대를 하지 않으셨다.
많은 세월이 흐른 후에 1932년 상해의 홍구공원에서 있었던 윤봉길 의사의 의거는 살해한 사람들이 일본군 고위 장성들이었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 정당화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리고 그때는 조선이 일본에 합병된 상태였고 중국과 일본이 전쟁 중에 있었기 때문에 선전포고 여부에 관계없이 한일간에도 적대관계가 성립될 수 있었다. 그러나 안중근의사의 의거에는 사실 문제가 많다.
그러나 바뜨, 안의사가 테러범이었다 해도 그것이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할 이유는 없다. 안의사가 만약 테러범이라면 미국을 건국한 죠지 워싱톤도 테러범이다. 워싱톤은 영국군과 영국민간인들을 상대로 온갖 형태의 테러를 밥먹듯이 자행했다. 이스라엘은 테러로 건국된 나라이다. 건국 초기의 독립투쟁 과정에서 이스라엘은 주변의 아랍국을 상대로 닥치는대로 테러를 자행했다. 그들이 납치 감금하고, 고문하고 암살한 아랍인 지도자들은 수를 셀 수도 없다. 그야말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지금에 와서는 자기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시치미를 떼고 PLO나 탈레반, 무자헤딘 등을 테러단체라고 비난하지만 이스라엘이야말로 중동지역에 테러를 도입한 원조국가이다.
911사태를 테러라 하지만 이슬람 국가의 어떤 사람들에게는 신성한 성전의 일환이다. 오사마 빈 라덴은 성전의 지휘관이며 그들의 영웅이다. 만약에 아립인들이 팔레스타인을 되찾고 이스라엘을 내쫓게 된다면 빈라덴은 이슬람세계의 영웅이 될 것이다. 테러? 테러가 뭐 어쨌다는 것이냐? 하면 끝이다.
테러는 약한 민족이 강한 외적과 싸우는 최후의 전쟁술이다. 테러가 국제법상 범죄라면 그게 뭐 어떻다는 것이냐? 그러면 우리보고 나라를 잃었는데도 가만있으라는 거냐? 하면 이에 대꾸할 말은 없다.
우리는 과거에 대해 좀 더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 안의사가 테러범이라 해서 우리가 안의사를 칭송하고 존경해서는 안 될 이유는 없다. 이토를 죽인 행위가 살인범죄라 해서 안의사가 영웅이 못될 이유도 없다. 진시황을 죽이는데 성공했다면 자객 형가는 세계사의 영웅의 반열에 이름을 올렸을 것이다. 진시황의 암살은 범죄이지만 진시황은 포악한 독재자로서 천하만민의 공적이었기 때문에 형가는 암살에 성공했다면 세계사를 바꾼 인물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지 못한 이유는 형가가 암살에 실패했기 때문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 그러나 안의사는 성공했다. 거대한 악의 제국 일본을 패망의 구렁텅이에 몰아넣은 위대한 영웅이다. 그날 하얼빈 역에 울려퍼진 총성은 세계사의 흐름을 뒤흔들었다.
욱일승천하던 대일본제국을 패망의 낭떠러지로 몰아넣은 것은 장개석도 모택동도 아닌 안중근이다. 안의사가 없었다면 맥아더도 니미츠도 일본을 패망시킨 위대한 장군들로 이름을 날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에 대한 이야기를 지금부터 해나가려고 한다.
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