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3 열살때, 우리 동네는 거의 농사를 짓고 사는 시골마을 이였는데 아버지만 순경이라, 마을의 서류를 만지는 일은 아버지가 으례 맡아 처리해 주셨다 특히 토지를 매매하는 일에는 꼭 아버지가 등기업무를 다 봐주셨고 그러면 동네분들은 소정의 사례를 하곤 했다 그 사례라고 해야 콩, 깨, 가끔 닭이 되기도 했는데 어떤 한분이 이번에 염소 새끼 한마리를 주셨다 그 분 뜻이야 염소탕을 해 드시라는 거 였지만 우리 집에서는 난감했다
마침 여동생이 토끼를 키우고 있었는데 내가 뭔 계획도 없으면서 그 이쁜 눈에 반해 내가 염소를 키우겠다고 우겼다 하도 우기고 울고 불고 하니.. 결국 키우라고 하셨지만 며칠이나 가겠나 하셨겠지
그 염소를 딸 넷이서 먹이고 아궁이 옆에 잠자리 만들어서 재우고 두어달 키우니 쑥 자랐지 한마리만 키우니 외로워 보여 추석때 용돈 받을걸 모아 염소 주신 아저씨한테 가서 한마리를 5천원을 주고 사왔지 닭장 옆에 제법 염소 우리도 만들고..
그 두 마리가 내가 초등학교 졸업할 때 몇마리가 되었나면 67마리가 되었지
아버지가 염소우리를 크게 짓고 우리집이 그 때부터 염소네가 되었지
나는 염소네가 좋았지 염소들은 소와 다르게 반응이 정확하고 독립심이 강한데 주인에 대한 집중력도 뛰어났지
저녁에 뚝에 나가서 그 대장 염소를 부르면 67마리가 한꺼번에 몰려와 우리로 들어가는 풍경은 언제든지 장관이였지
그 염소들은 작은아버지가 도시에서 가구점을 하다 망하고 귀향할때 아주 든든한 자본이 되어주었지 그 염소 때문에 작은 아버지는 자리를 잘 잡으셨고 나는 한참동안 염소엄마로 통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