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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케어에 대한 의료계의 우려를 간단히 설명해볼게요
게시물ID : medical_2011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홍삼즙시러
추천 : 12
조회수 : 985회
댓글수 : 94개
등록시간 : 2017/12/16 14:34:20
안녕하세요. 지금까지 눈팅만 하다가 결국에는 참지 못하고 오늘 가입하여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보통은 치과계가 문재인 케어를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하지만, 사실 찬성이라기 보다는 임플란트 급여로 환자들의 접근성이 좋아지지 않을까 해서 그냥 지켜보는 입장이구요. 구강외과나 아님 다른 의사분들의 현실을 아는 사람들은 이번 문재인 케어에 문제가 많은 것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지금 제가 글을 올려보는 이유는 일반사람들이 아직도 왜 의료계가 문재인 케어를 반대하는지 잘 이해를 못하시는 것 같아서 입니다.
 
시작하기에 앞서, 급여진료가 원가이하라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시는 분들은 제가 도저히 설명을 해드릴 자신이 없습니다. 급여진료비가 원가이하라는 것은
이미 정부에서도 인정하는 바이고, 건보공단에서 일산병원을 운영하여 급여진료만으로 진료할 경우 병원운영이 어떻게 되는지 직접 해봤구요. 결과는 원가의 70%밖에 안 된다는 것은 연구결과로도 나왔습니다. 심지어 일산병원의 경우 적자가 수백억이라서 장례식, 주차비로 운영을 통해 운영비를 마련했으며, 이제는 아예 직접운영은 포기하고 위탁을 맡겨버렸다는 것은 간단히 네이버에 "일산병원 적자"라고만 검색해도 나오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시작하기에 앞서, 저보다는 많은 의사분들이 정확하게 알고계십니다. 저는 일반인보다 조금 더 아는 정도 지만, 그래서 더 일반인 입장으로 설명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틀린 사항이 있다면 잘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왜 의료수가가 문제라면 지금까지 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하필 문재인케어가 발표되자 의료계가 반발하나요?
 
  =>  말씀드리자면, 의료수가 문제는 건강보험이 생기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의료계에서 문제제기를 해왔습니다. 의료수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정하는데, 의료계는 그 위원회의 1/3수준밖에 되지 않기에, 다수결로 밀어붙이면 그냥 아무런 힘없이 나머지 2/3에서 정하는 결과로 결정됩니다.
그 나머지 2/3는 정부측과 시민단체측입니다. 그들 입장에서는 의료수가를 낮출수록 좋아하기에, 이런 원가이하의 의료수가가 책정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의료계에서 매년 원가이상의 의료수가를 책정하고자 해도, 결국 의료수가는 정부측과 시민단체측의 입맛대로 일방적으로 결정되고, 이 원가이하의 의료수가에 대해 헌번소원을 통해 고쳐보고자 했지만, 결론은 "의료계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의사니깐 참아라" 입니다. 네, 지금 문재인케어 지지 하시는 분들이 대부분 주장하시는 그냥, 의사니깐 참아라 입니다.
 
 따라서 의료계에서는 그동안 이 비정상적인 의료수가에 대해 목소리를 냈지만, 일방적으로 묵살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박근혜 정권이 탄핵되고,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되는 문재인정권이 출범하게 되었습니다. 문재인대통령도 의료수가 정상화를 후보시절부터 언급하셨기에, 많은 의료인들이 기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를 비롯한 주변의 사람들도 이번 문재인대통령은 다를꺼야 하면서 표를 행사하였습니다.(물론, 지금도 문재인 케어를 제외한 대부분의 정책 및 업적들은 지지 합니다. 사람이라면 자한당을 지지 할 수는 없으니깐요..)
 
그래서 이번 8월에 문재인 케어에 대해 언급했을때도 의료계에서는 "좋아 문재인 케어를 통해 의료수가도 정상화하고, 이 비정상적인 상황이 해결되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예산안을 보면, 건강보험료의 인상은 의료수가 정상화를 하기위해서는 턱없이 낮은 수치였고, 이에 의료계가 반발하게 된것입니다.
 
2. 그럼 왜 건강보험료 예산안을 낮게 책정했다고 의료계가 반발하느냐? 니들이 언제 재정에 신경썼냐?
 
=> 건강보혐료 인상이 낮게 책정된것은 이번 정부가 의료수가 정상화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보여지기 때문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의료수가 정상화를 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훠어얼씬 많은 건강보험료가 책정되야 하는데, 대부분의 국민들이 건보료 인상을 반대하죠.(이는 엊그제 나온 여론조사에서도 나옵니다. 문재인케어로 급여확대는 찬성하지만, 건보료 인상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따라서, 표를 의식하는 정치인의 입장에서는 건보료 인상을 언급하는것이 껄끄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보료 인상을 하지 않은 이상, 이 비정상적인 의료수가를 제대로 만들수가 없기에, 문재인대통령이라면 다를것이고 이를 해결할 것이라 생각했지만...역시나 건보료 인상은 예년과 다를바가 없습니다.
 
 어떤분은 지금까지 쌓인 수십조의 건보재정으로 해결하면 될것이라 하지만, 이는 개네들이 잘해서 그런것이 아니라, 수많은 의료인들을 쥐어짜서 줄것을 안 줘서 만든 흑자입니다. 또한 이를 사용해도 건보료 인상 없이는, 2022년까지 적자로 돌아선다는 이야기는 보건복지부가 밝힌적이 있습니다.이는 앞으로 증가하는 노인인구의 증가와 젊은세대의 감소로 인한것입니다.
지금은...문재인 케어지원하느라 쉬쉬하고 있지만요. 웃기지 않습니까? 작년까지만 해도 곧 적자로 된다고 했었는데, 대통령이 바뀌니깐 괜찮답니다...재정은 그대론데....
 
3.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이 의료수가 정상화 한다고 하지 않았느냐? 의료계가 일단 기다려 보는게 어떻냐?
 
=> 이것에 대해서는 먼저 과거에 정치권이 어떻게 의료계를 대했는지 말씀드려야 겠습니다.
   처음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박정희 정권에서 시작됩니다.
   간단히 박정희가,   " 너네 원가절반으로 의료를 제공해"
              의료계 : "그럼 저희는 뭐 먹고 사나요?"
              박정희 : "약 지어서 약값으로 충당해"
   이렇게 지내오게 됩니다. 북한보다 못한 의료체계라는 말에 광분한 박정희가 군사독재정원일때 그냥 시행해버린거죠. 의사들이 뭐 힘이있나요? 하라면 해야지요. 이렇게 전세계적으로 전무후무한 원가이하의  한국식 의료체계가 시행되게 됩니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 의약분업이 시행되게 되었습니다. 당시 수많은 의사들이 의약분업을 하면 건보재정이 파산될것이고, 이는 지속가능성이 없다.
 따라서 건보료를 획기적으로 인상해야 한다...라고 주장했지만....당시 정치권은
 "너네 급여수가올려줄게. 어느정도 손해보정해 준다고."
 "정말이죠? 그럼 의약분업 머 받아드릴게요."
 
했습니다.  결과는? 의약분업 시행 몇년뒤 건보재정 2조가량 적자나고, 정부측에서 일방적으로 의료수가를 다시 낮춰버립니다.
그 정권이 바로 김대중 정권입니다.
 
그 후에 의료계에서는 트라우마가 생겼습니다. 정치권에서 의료수가를 조정해준다는 말만 믿고는 바로 뒷통수를 맞아버린거죠. 그냥  급여수가만 다시 내려간거면 되겠는데, 건보재정이 불안하니깐, 심평원 통해서 말도 안되게 삭감해버립니다. (이에 관해서는 너무나 많은 의견들이 있으니 그만 줄일게요. 치과계에서는 구강외과쪽에 보면 삭감이 어마어마 합니다. 정말 말도 안되게 삭감해버려요. 환자 상태도 보지않고.....)
 
따라서 이번 문재인 케어도 그 방향성을 동의 하지만 이러한 트라우마가 있기에,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는 의료수가 정상화는 결국 의료계 뒷통수를 치지 않을까....하고 걱정하는 것입니다. 만약 정말 의료수가를 정상화 할 의지가 있다면, 대국민적으로 건보료를 인상할  필요에 대해서 정부차원에서 적극적인 홍보나 설득작업이라도 한다면 믿겠지만, 오히려 예산을 줄이고, 얼마 쓰지도 못할 건보재정을 가지고 문재인케어를 시행한다고 하니...불안한 것입니다. 그 수십조의 재정이 바닥나는 몇년뒤에는 그럼 다시...의사들 쥐어짜겠네....? 이렇게 말이죠...
 
4. 의사들 많이 벌자나? 성형외과...이런것들.... 니들이 좀 희생해라.
 
=> 머...자본주의 사회에서 의사들이 왜 돈 벌면 안되는지 이런거는 제쳐두고요....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성형외과 같이 돈 많이 버는 비급여를 주로하는 과가 아닙니다.
   여러분의 생명과 직결되는 외과, 산부인과 등이 더 타격받아요....
   이미 산부인과는 급여치료로는 운영이 불가능하여 파산해서 여러분들 주변에서 거의 보기 힘들꺼구요. 외과계열은 지원자가 거의 없습니다.
 
  치과쪽에서도 구강외과가 있는데, 단순히 사랑니 발치뿐만 아니라, 구강내암과 같은 수술을 거의 매일 해요. 환자 엄청 많아요. 이런 곳이 타격받는단 말입니다.
  
밑에 글에서도 사랑니 발치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사랑니 발치는 간단하게 뽑는 발치와, 수술적으로 턱을 갈아서 뽑는 수술적 발치가 있어요.
근데, 이 수술적 발치는 피도 많이 나고 시간도 1시간가량 걸려요. 그런데, 돈은 의료급여로 원가이하에요.
 그럼 동네 병원에서는 수술적 발치를 하고 싶겠어요? 안 하고 싶겠어요?  발치할 수록 손해보고, 잘못하면 수천만원 합의금이 날라가는데...
 
 원래 이 수술적 발치는 큰 병원으로  보내는게 맞아요....위험부담이 크니깐요. 하지만 큰병원가면 최소 6개월 기다려야 해요. 웃기지 않아요? 환자들은 아파서 죽을꺼 같은데, 약먹으면서 최소 6개월 기다려야 되요. 다른데는 모르겠지만, 제가 있던 병원은 오늘 오면 내년 7월에 예약이 잡혀요. 왜냐구요? 환자가 밀려있으니깐요. 엄청요....
 
 지금 수술적 발치를 동네치과에서 해주는 거는요....순전히 이런 상황을 아는 치과의사들이 손해보면서 그냥 해주는 거에요. 사실 할 의무도 없어요.
 너무 힘들어 보이니깐. 손해 및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하는 경우가 많아요. 미국에서는 사랑니 발치만 수백만원이에요. 우리나라에서 그 정도는 바라지도 않아요. 원가만 보전해주고, 삭감이나 안 했으면 좋겠어요..
 
결국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돈 많이 버는 성형외과 같은 과는 이번 문재인케어랑 전혀 상관 없구요. 외과계통이나 산부인과만 더 타격을 입어요.
그럼 그 사람들도 미용하는 과로 몰리게 되겠죠....의사가 많아도 필수과에 안 가는 거에요...외과출신이 많지만, 병원에 손해만 입히니깐 싫어해요.
 
결국 문재인 케어를 우려하는 외과 계통 사람들은 원가이상의 의료수가를 맞춰줘야 일 할 수 있어요....그러니깐 일단 의료수가를 먼저 맞춰줘야 하지 않겠어요? 의사들 단지 돈만보고 하는건 아니에요. 일단 외과쪽가신분들은 일종의 사명감이 있고, 자존심이 있어요...사람을 살려보겠다는...방송만 안 탔을 뿐이지. 이국종 교수님 같은 분들 많아요. 일단 외과쪽이라고 하면 "힘든일 하는구나.."하고 존경해요.
사람을 살려보겠다는 자부심으로 외과에서 일하는데, 처방내면, 심평원에서 환자상태는 보지도 않고 삭감해버려요. 병원에서는 적자만 만든다고 문제아 취급받아요.
자존심이 바닥을 기어요...아 나도 외과 말고 다른쪽으로 가야되나..? 결국 정말 필요한 과들에는 사람이 없어져요...그게 현 상황이에요.
의료수가를 정상화 안 하면 이런 필수과는 점점 없어져요. 급여확대보다 의료수가가 더 먼저인게 당연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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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입니다.
 
건강보험료의 인상을 통한 지속가능한 건강보험재정이 뒷받침되지 않는이상 정부의 의료수가 정상화는 믿을 수 없는게 의료계의 입장입니다.
이미 뒷통수도 맞아봤고, 학습효과지요...의약분업때....
따라서 정부가 건보료를 인상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건보료 인상을 반대하는 많은) 국민들을 설득하는 작업을 하고, 인상안을 제시하지 않는이상 결국 의료수가는 공염불로 돌아갈까봐 걱정하는 것입니다. 그럼 믿고 따라갔던 의료계는 다시 일방적으로 손해만 보게되고,
믿은 우리가 잘못이지 하며...다른 방법을 찾거나 아예 포기하게 되겠죠. 이제 왜 의료계에서 문재인 케어를 걱정하는지 이해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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