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바쁘다보니 드라마고 뭐고 그리 챙겨볼 시간은 없네요. (하지만 오유를 할 시간은 있고....)
징비록도 1화와 2화만 본방 사수하고 그 뒤론 전혀 보지를 못해서 어떤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또 고질적인 조선 사극의 문제인 웨이터 복이 등장한 모양이더군요.
그래서 아쉬워하는 분들에게 눈요기라도 해보라고, 그리고 대강 조선군의 모습은 이랬다라는 사료와 기록들의 묘사에 따라 고증해낸 그림들을 구글에서 마구 긁어와봤습니다.
이 그림들을 자세히 보면, 공통점이 나오지 않습니까?
바로 투구와 갑옷의 형태입니다. 첨주형 투구와 찰갑식 흉갑이라는 것이지요. 찰갑식 흉갑도 있지만 쇄자갑이라고 하여, 우리가 흔히 아는 사슬을 엮어 만든 사슬갑옷 또한 입었다고 합니다. 첨주형 투구에 찰갑식 혹은 쇄자갑을 입었던 것이지요.
역시나 첨주형 투구와 갑옷을 갖춰 입은 조선 병사의 모습입니다. 동래성에서 출토된 유물을 토대로 하여 복원한 것이라고 하는군요.
그런데 이런 갑옷들을 모두가 갖춰입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갑옷과 무기들은 꽤 고가의 물건이었으며, 당시의 조선 군인들은 자비로 자신들의 무장을 구입하여 군에서 복무하였다 하였는데 이 고가의 물건을 집안이 아주 잘 살지 않는 이상 다 갖추어서 입지는 않았을 겁니다. 때문에 저렴한 지갑(종이로 만든 갑옷) 종류를 걸치곤 했다죠. 특히 군적이 문란해져 군대 체계가 거의 무너지다시피 했던 임진란 시기에 병사들이 과연 제대로 된 갑옷 및 장비들을 갖추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장비를 제대로 갖춘 경우는 탄금대에서 전멸하다시피 했던 조선 기병대들 혹은 훈련도감 등의 중앙군 병사 및 갑사들이지 않았나 싶군요.
흔히 조선 사극에서 병사들이 자꾸 웨이터 복을 입고 나오는 것이 예산의 문제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정말 그 당시의 문란했던 군적 상황을 반영해서 웨이터 복을 입히는 것인지, 아니면 제대로 된 준비와 과정을 거치기는 귀찮고 어차피 조선군 = 웨이터 즉 포졸복이라는 인식이 당연하고 강하게 박혀있으니 이거 입히고 찍어도 문제 없으리라고 생각한 듯 한데, 제 생각으론 후자 같네요. 그냥 조선군 옷 만들기가 귀찮았던 거 같습니다....드라마를 안봐서 모르겠지만 장교들 말고 병사들한테 포졸복만 주구장창 입힌다면 왠지 모르게 그럴 것 같네요.
p . s : 당시의 유럽에 존재했던 왕국들의 병사들도 모두가 갑옷을 갖춰입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조선 군인들과 마찬가지로 그들도 그때 그때 형편에 맞추어서 장비를 준비하여 전쟁에 임하였습니다. 특히 전쟁에서 크게 활약했던 용병들의 경우, 하나씩 장비를 업그레이드 해나갔다고 하죠. 다 갖추기에는 비싸니까 처음엔 흉갑, 다음엔 팔, 다리 보호대, 투구 이런 식으로 돈을 벌고 모아 준비해 나가는 식으로요.
영화 알라트리스테를 보면 이러한 유럽 용병들의 복식과 고증이 매우 뛰어나게 잘 나옵니다. 무려 2006년에 나온 영화입니다만 그래도 제가 가장 좋아하고 누구에게라도 추천하는 영화이죠. 반면 우리 사극은 이러한 복식과 고증이 다소 미약한게 안타깝네요. 진법 위주보단 역시 현란한 무쌍 형식의 전투가 위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