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6년 강화도에서 일본과 조선 간의 강화도 조약을 위한 교섭이 한창 진행될 때입니다. 고종의 친정 선언으로 정권을 상실하긴 했지만 여전히 막후 정치력이 상당했던 흥선 대원군이 방문객들과 함께 이 문제에 대해 논의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이 때 방문객 중 이문영이란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 사람은 충무공 이순신의 8대손인 사람인데 매천야록의 묘사에 따르면 '됨됨이가 변변치 않고 기개가 시원치 않았다'고 나옵니다. 성격이나 능력은 그다지 특색이 없었던 듯 합니다. 대화 도중 흥선 대원군이 이문영을 놀릴 겸 "그대는 충무공의 후손이 아니오? 그러니 충무공처럼 저 왜놈들을 물리칠 좋은 방도라도 없소?"라고 질문합니다. 아무리 충무공의 후손이라고 해도 이문영은 벼슬도 없는 일개 서생이니 이런 중대사를 해결할 방법을 네가 알긴 하겠냐는 것이죠.
그러나 이문영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다음과 같이 대답합니다.
"대감께선 조급해하지 마십시오. 이번 일은 조금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의외로 당당한 대답에 대원군은 의아해 하며 이유를 묻습니다. 그러자 이문영의 대답은 이렇습니다. "제가 충무공의 8대손입니다. 충무공의 후손이 이렇게 못나고 한심한데, 하물며 저놈들이라고 뭐가 대단하겠습니까?"
이 말을 듣고 대원군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은 대폭소 했다는 야사.
(정확히는 당시 일본 측 대표인 구로다 기요타카를 두고 "가등청정(가토 기요마사)의 8대손인데 어찌 용감하겠습니까?"라고 대답. 당시 조선에선 구로다 기요타카가 가토의 후손이라고 잘못 알려졌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