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카'가 고향인 '크리스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닮은
우리 가게 직원 크리스나 로카.
이름까지 비슷한 크리스나 로카.
좀 미끈하고 뺀질하게 생겨서
'저러다 또 언제 관둘지 모르지'하는 생각에
일부러 정을 주지 않으려 했던 녀석.
갑자기 고향에 좀 다녀와야 겠다고
휴가를 3일만 달라기에
'이제 일한지 한 달된 녀석이 요것 봐라'하고
고향이 얼마나 머냐고 꼬부장하게 물었더니
"5hour"란다.
고향이 어디냐고 물어봐야 내가 알 리도 없는 땅일 테니
그건 굳이 묻지 않았다.
그렇게 녀석이 고향을 향해 떠난 날은
4월 25일 토요일 이른 아침.
포카라에서 새벽 대여섯 시에 첫 버스가 출발하니
오전 열한시나 열 두시쯤 고향에 도착했을 터.
그리고 그날,
진도 7.9의 끔찍한 대지진이 왔다.
오전 열한시나 열두시쯤으로 기억한다.
진앙지는 포카라와 카투만두 중간쯤의 '고르카'란 산간 마을.
혹시나 해서 녀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되질 않는다.
토요일도
일요일도
월요일도.
어찌 어찌해서 녀석이 출근하기로 약속한 시각,
28일 화요일 11시가 되었다.
아, 그 사이 주변에 수소문해서 녀석의 고향을 알아보았는데
'고르카'란다.
11시 정각, 문자가 한 통 왔다. 크리스나였다.
[u ok boss?]
고양이 한 마리 달랑 안고 한국을 떠나 네팔에 온지 2년째,
그간 사람에 치이고, 사람에게 실망하다 보니 사람을 보면
마음의 빗장부터 만지작거리는 삶이었는데
이 녀석이 내 심장을 툭...하고 건드리는 구나.
'괜찮은 놈이네...'
2015년 5월 1일,
오늘은
이곳 네팔 포카라 할란촉에
"꿈꾸는 수영장 - Dreaming in the Pool"이라는 이름으로
치맥, 빙수 가게를 연지 1년 되는 날,
항상 쪼들리는 생활의 연속이지만
오늘은 내가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것이 하나 생각났다.
며칠이 걸릴지
한두 달이 걸릴지
가게 문을 열고 돌아 올 녀석에게
희망을
좀 주자. 그렇게 하면
가게 일주년의 수익은 가장 의미 있게 쓰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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