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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에서 경험한 먹먹한 체험
게시물ID : freeboard_200547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딕윈터
추천 : 11
조회수 : 1507회
댓글수 : 22개
등록시간 : 2023/04/07 11:23:25

오랜만에 글올리네요  대구사는 50대 유부징어 입니다   대구 살지만  보수 아니고 진보 로  가열차게 살고 있습니다^^

 

님들의  좋은 글 눈팅만 해 왔는데    공유하고 싶어서  올려요  다들  열씨미 돈 벌고 사는 것도 좋치만  건강하게

좋은 사람들과  사랑하고 사랑 받으며 살기 바랍니다   

 

커플 지옥 그만 외치시고  ㅋㅋ   많이 만나고 많이 사랑하길 바랍니다  ㅋㅋ    인생 짧아요  금방가요  

저 같은 X 세대는 남녀갈등 페미 이런거 없었던것 같아요  어떡하면 미팅 연애 한번 더 할까   ㅎㅎ


감동있는 봄날 되소서^^

 

 

응급실에서 경험한 먹먹한 체험

 

중학생인 아들이 아프다고 담임에게서 전화가 왔다.. 담임샘 전번이 뜨는 순간 아들이 아픈가 했다.. 꽤병이라고 부려 본적이 없는 아이다 양호실에 가보니 다행히 맹장염 같은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장염으로 추정 되었다

 

아버지가 전화가 왔다 토하고 상태가 많이 안좋다고 큰 병원에 가야 할 것 같다고 하셨다 고향에 모시러 갔다 생각대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 꼭 소설 운수좋은 날

처럼 맛있는 점심 먹고 커피 마시고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던 차에.... 일이 점점 커진다

 

병원 응급실에 가면 조금 차분해져야 한다... 수많은 고통들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많아 봐야 20대 초반이 아가씨가 흥분해서 울고 있다..마음의 연민이 일어난다

도대체 무슨 병을 진단 받았단 말인가

 

돌연 엄마 얼굴의 턱을 때린다 엄마는 맞으면서도 조금의 동요도 없다 딸은 계속 운다 진정이 되지 않는다 응급실 밖으로 아버지가 데리고 간다 그리고 딸을 안으면서 이렇게 말한다

 

아빠가 고쳐줄게...괜찬아 아빠가 낳게 해줄게...

 

눈물이 날뻔 했다.. 예전에 아버지 뇌경색처럼 보이는 이석증으로 응급실에 갔을땐 교통사고 환자분이 한시간 가까이 비명을 질려 대었다... 아무도 무슨 말을

할수 없었다 진통제도 통하지 않나 보다 했다 누가 그의 고통을 대신 할수 있을까

 

응급실에는 보호자 한명만 들어갈 수 있다 출입증의 바코드를 인식해야 응급실 문이 열린다. 조금 큰 병실에 보호자가 세명이 있다...자식들은 차분하다.. 할아버지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임종을 맞이 하는 건가...

 

세상 80억 모든 이에게 그런 순간들이 찾아오겠지...나도 예외는 없다...

 

병원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할 일이 없어서 스마트폰으로 일도 했다 천리안 나우누리 하이텔 경험한 나는 지금의 정보화 환경이 가끔씩 놀랍기도 하다 종이한장 없이도 계약도 된다...

 

갑자기 너무 강한 냄새가 응급실을 포위했다 비염인 나는 이게 멀까 했는데..그 넓은 공간을 채우는 냄새는 하나 밖에 없다... 어느 환자분의 괄약근이 풀린게 아닐까 했다...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 응급실의 비장함을 알기에... 여기는 생사가 왔다 갔다 하는 곳이다... 너무 심해서 마주 앉은 어떤 보호자 분과 내가 동시에 일어나서 창문을 열었다...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엷은 미소만 둘이 지었다

환자분이 누군지 모르나 본인도 아마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 싶었을 것이다...

 

여기는 모든 것을 놓아 버리는 마지막 장소가 될 수도 있다...

 

맞은편의 30대로 보이는 아가씨가 소리없이 운다 항암을 하는지 머리카락이 거의 없다.. 환자복이 남을 만큼 몸이 말랐다..

이 벚꽃이 만개한 봄날에 병원 응급실에서 진통제 조차 잘 듣지 않아...바닥에 주저 앉아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울고 있다...

 

어떤 관계인지 알 수 없는 보호자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 등만 쓰다듬을 뿐이다.. 아 이 먹먹함을 어찌 해야 하는가....이 모든 상황에 감정이입을 하지 않으려 애쓰면서 차분하게 있었는데....다시 울컥 한다...

 

다시 창 밖을 본다 봄이다 만물이 소생하고 있지만 창 안의 이 공간은 생명의 촛불이 바람 앞에 흔들리고 있다

 

CT 를 찍고 비싼 MRI 를 찍고...눈치로 심각한게 아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나는 저녁 회사 회식을 가고...아버지는 내일 팔공산에 벚꽃 구경하서 맛있는거 먹자 하신다...

 

보호자 전화를 받으로 오란다....여의사는 차분하게 설명한다...초집중을 했지만 상황이 애매하다... 입원을 하고 경과를 봐야 한단다.. 아버지와 나는 힘이 쭉 빠졌다..

어느 젊은 간호사가 웃으면서 이렇게 발견 된게 어디나고... 반농담으로 우리를

위로한다... 그럴지도 모른다... 오랜만에 보는 미소와 위로였다...

 

입원 후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단편 소설 감이다 맞은 편에 1945년 생인 아버지와 동갑인 분이 들어오셨다 치매가 좀 중증 인 듯 하다 종일 주무신다...말씀도

거의 없다..

 

6살에 625를 겪고...피난가서 인민군 탱크소리를 멀리서 듣고 ..정말 어려울때는 소나무껍질을 벗겨 먹은 세대가 뇌혈관 질환으로 누워있다..

 

.제주 4.3 이 일어났을 거고...4.19 5.16 10.26--- 티비를 보면서 심각한 표정을 짓던 아버지 얼굴이 생각난다.. 12. 12 5.18 그리고 6월 항쟁까지...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한 세대...동갑 두분이 누워있다..

 

종일 잠만 주무시고 말도 없던 할배가 1959년에 발표된 노래를 노트북으로 틀어드리니까 가사를 따라 부르신다 아버지랑 이야기도 하신다....그 때 최무룡과 관련되 에피소드도 기분좋게 이야기 하신다... 동갑인 두분은 그 시절의 이야기로 서로 공감했다....

 

무언가 보람되고 뭉클하다..내가 이분과 이틀만에 교감 이란 걸 했구나....

 

그렇다 치매 환자라고 해서 모든 기억이 사라진 건 아니다... 자식 자랑도 하신다...

삼풍백화점 사고에서 아내를 잃고 두 아이를 키운 아버지는 어떤 험난한 여정을 사신 걸까......

 

 

존재하는 것은 지금 여기 밖에 없다 나를 가르친 스승들이 그랬다...과거나 미래는 네 머리 속에 있을뿐 지금 여기를 살라고.......

 

칼 세이건이 토성에서 찍은 지구는 창백한 푸른점에 불과하다 무한경쟁을 하고 있는 이 지구에서 사람답게 살다가 가고 싶다...집단의식에 매몰되지 않고 오로지 내 자신으로만......

 

 

 

출처 내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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