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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라는 단어의 의미
게시물ID : cook_20053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Pandagun
추천 : 4
조회수 : 1115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7/04/10 15:2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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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수제 빵집이 왜 비싼 지 모르겠다.
 
수제 빵집은 비쌀 수 밖에 없다.
 
이 두 가지 주제가 요게에 언급되었네요.
 
그런데 글을 보면 핵심인 수제에 대한 언급은 거의 되지 않는 거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장 역시 반론의 여지가 많네요.
 
그래서 수제의 의미에 대해서 먼저 살펴보면 가장 쉬운 의미가 손으로 만들었다는 거죠.
 
그런데 실상 모든 음식은 손으로 조리합니다.
 
분식집의 라면도 직접 끓이니 엄연히 수제죠.
 
그러면 면빨을 직접 뽑은 게 아니니 수제가 아니라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식자재 자체를 경계로 수제를 언급하면 수제 햄버거인 가게는 번을 직접 굽지 않는 한 그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되고, 샌드위치 대다수 역시 수제가 아니죠.
 
최소한 거기서 패티를 직접 만들고 구우니 수제라고 한다면 나도 라면에 계란은 직접 넣으니 수제일 수도 있다고 하면 웃기는 형국이 되어 버리죠.
 
게다가 식자재를 다듬기만 해서는 안 되고 어떤 인위적인 조리를 해야 한다고 한다면 활어회와 같은 날로 먹는 수산물은 수제 요리가 아니라는 말도 되어버리죠.
 
따라서 조리 여부 갖고 수제 이야길 하면 골치 아파지고, 그건 조리하는 사람들이 알아서 판단하면 될 일이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별 의미없습니다.
 
소비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먹었을 때의 맛이죠.
 
그런데 수제 부심 넘치는 분들이 종종 하시는 말씀이 수제라서 기성품보다 맛있다는 이야길 하는 데...
 
그저 웃습니다.
 
대표적인 게 커피죠.
 
가끔 직접 로스팅한다고 큼직막하게 광고하는 데 그냥 받아서 쓰면 중간은 할 텐데...
 
아니면 차라리 편의점 커피를 팔지...
 
로스팅 잘 못 하면 기성품보다 형편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기계관리 역시 엉망인 경우가 많죠.
 
그런데도 로스팅 한다고 뭔가 특색있는 것처럼 광고해 놓았는 데 신뢰가 안갑니다.
 
그리고 빵집도 예외가 아니죠.
 
제가 자신있게 이야기 할 수 있는 데 요새 생긴 소규모 디저트 가게 상당수의 퀄러티가 빠리바게뜨보다 못 합니다.
 
대충 조리학원 다니고, 창업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죠.
 
다만 수제다 보니 디자인을 대규모 공정의 물품보다 조금 더 예쁘게 할 수는 있지만 맛의 차이는 그 가격을 따라가지 못 합니다.
 
 
그리고 수제니 우린 좋은 재료 쓴다고 하는 데...
 
오유에 종종 올라오는 저가 빵집 재료와 빠바같은 프랜차이즈에서 쓰는 재료 비교하면 메뉴와 싸이즈가 같고 같은 가격일 경우 후자가 나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건 경제학으로 생각하면 될 일이죠.
 
규모의 경제가 가능할 경우 식자재 절감에 누가 더 유리할 지...
 
기성품은 안 좋은 재료 쓴다는 편견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데 위생적인 측면까지 고려하면 차라리 프랜차이즈가 낫습니다.
 
배달 도시락과 편의점 도시락 공정 생각하면 될 일이죠.
 
 
그렇다면 수제라는 단어는 별 의미도 없고 가격만 비싸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데, 수제의 매력은 다시 라면으로 돌아가서 아이덴터티입니다.
 
엄마가 끓인 라면, 아빠가 끓인 라면, 내가 끓인 라면 모두 맛이 다릅니다.
 
그 흔하디 흔한 라면조차도 사람에 따라 맛이 다른 데 전문 기술이 필요한 경우 그 격차는 더 커질 수 밖에 없죠.
 
커피의 경우 어떤 사람이 로스팅하고 내렸는 지에 따라 같은 원두라도 그 향과 바디감이 천지차이입니다.
 
 
그게 수제의 매력이고, 그런 매력이 있으니 기성품보다 비싼 가격을 지불할 가치가 있는 거죠.
 
고흐의 그림과 그 그림을 카피해서 그린 사람의 그림을 비교할 때 들어간 재료비는 아마도 별 차이가 없겠죠.
 
그러나 누구 손에서 나왔고, 어떤 붓터치가 있었고, 그 그림에 어떤 이야기가 들어가 있는 지에 따라 비교도 할 수 없는 차이가 발생합니다.
 
수제 음식도 마찬가입니다.
 
싸이즈가 같은 단팥빵이라 하더라도 그 단팥에 그 가게만의 아이덴터티가 있다면 비싼 돈을 지불해도 아깝지 않죠.
 
그런데 시판되는 단팥빵과 별 차이도 없는 데 수제라서 비싼 돈 지불해야 한다면 어이없을 뿐입니다.
 
 
즉, 수제는 그 가게만의 정체성을 이야기할 수 있는 지 여부를 기준으로 봐야 할 듯 합니다.
 
단지 가격이 비싸서, 좋은 재료를 써서, 직접 식자재를 다듬어서가 아니라 그 가게가 갖는 이야기가 있어야 진정 수제라는 말에 걸맞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맛의 차이가 없는 프랜차이즈는 수제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고, 수제햄버거라고 칭했지만 그 맛이 프랜차이즈랑 별 차이 없다면 쓸데없이 가격만 비싼 햄버거일 뿐이죠.
 
 
수제니 당연히 가격이 비싼 게 아니라 그 가게를 대표할 만한 가치에 소비자는 돈을 쓰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요게니 음식으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수제 우동집입니다.
 
 
2017-04-04-17-35-3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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