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한 남자가 아들과 단둘이 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성실했지만 어째서인지 돈이 쌓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큰 결심을 한 아들이 한양 가서 장사라도 하겠다면서 아들은 아버지가 기약을 맺고 떠났다. 그로부터 1년 뒤, 아들로부터 잠깐 만나자는 서신을 받게 된다. 남자는 먼 길을 걸어 한양에서 아들을 마주하게 되고 아들은 그에게 돈 천 냥이 든 꾸러미를 건넨다. 아들은 이 돈으로 집을 바꾸고 편안하게 살라고 아버지에게 말한다. 또한 자기는 한양에서 할 일이 있어서 조금 있다가 내려가겠다고 덧붙인다. 그런데 이를 어쩐다. 주막에서 잠깐 쉬다가 그 돈꾸러미를 두고 간 것이다. 남자는 서둘러 주막으로 돌아갔지만 그 돈꾸러미는 보이지 않았다. 남자는 지나가는 대머리 영감을 붙잡고 말했다. "이보쇼, 영감님! 여기 돈꾸러미 못 봤소?" "아, 이거 말하는 거요? 아까 내가 주워서 잘 보관하고 있었소!" 그러고는 그 남자는 돈꾸러미를 척하고 내놓는 것이었다. 남자는 고맙다고 연신 인사한 뒤 돌아갔다. 다행히 돈 천 냥은 그대로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남자는 한 다리를 건너는 중이었다. 그런데 어떤 청년이 강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게 아닌가? 다리에는 사람이 많았지만 물살이 너무 거세 아무도 나서려고 하지 않았다. 남자는 너무 마음이 급해져 외친다! "누구라도 저 청년을 구해준다면 이 돈 천 냥을 드리겠소!" 그제야 한 총각이 물에 들어가서 청년을 건져왔다. 남자는 약속대로 천 냥을 건네며 말했다. "약속대로 천 냥이요, 좋은 곳에 써주시오." 총각은 조용히 그것을 받고 자리를 떠났다. 목숨을 건진 청년은 정신을 차린 뒤, 그 남자에게 말했다. "저 때문에 천 냥이나 쓰시고,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일단 저희 집으로 가시지요." 두 사람이 간 집은 고래 등 같은 으리으리한 집이었다. 남자는 참 부잣집이라고 놀라고 있었는데 집 밖으로 그 대머리 영감님이 나오는 게 아닌가? "아니, 당신은 그때?" 모든 사연을 전해들은 그 대머리 영감은 남자가 쓴 돈을 몇 배로 갚아주고 의형제가 되어 오래오래 친하게 지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