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커플끼리 너무 좋아서 죽고 못살고 카페에서 수다떨다가 여행계획짜고 예쁜 장소에서 해맑게 웃는게 커플의 일반적인 모습인줄 알았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못하는 내가 참 불행하다고 생각하면서 연인시절을 보냈는데(그리고 그런걸 참고서 변함없이 남친을 바라봐주는 내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그게 생각처럼 엄청난 일은 아니었나봐요. 지금 결혼해서 애낳는다고 이 년 반이 넘도록 30분짜리 데이트도 손 네 개 ㅋ에 꼽을 정도로 하다가 여행을 다녀왔는데, 진짜 가는데 시간이 더 걸리고 별로 한 게 없는데도...괜찮네요. 엄청나게 엄청난 것들을 해야만 연애다운 연애일줄 알았는데, 별 거 안해도 내가 계속 말을 걸고 남편도 나에게 계속 말을 걸고 그 느낌들과 생각들을 공유하는게 날 충분히 만족시켜줬어요. 눈 내리는 스키장 한 복판에서 키스를 해야만 느껴질 것같았던 로맨틱함과 벅찬 감동이, 똥같은 숙소를 몇 시간 대실하고 근처 3분짜리 동굴을 탐험하고왔는데도 느껴져서 많이 놀랐어요. 연인과 함께 무언가를 공유한다는 것이 이렇게 중요한 일일줄이야. 잘 통하는 거, 이것말고 중요한건 아마도 없지 싶네요. 그렇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