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아주대 외상센터 5층에서 ‘이국종의 후예들’을 만났다. 문종환·권준식(35·외과 전문의)·강병희(34·외과 전문의) 교수다. 권 교수는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병원에서 외과 전문의를 마친 뒤 권역외상센터가 생기기 전인 2011년에 합류했다. 문 교수는 고신대 의대를 졸업하고 아주대병원에서 흉부외과 전문의를 마치고 2014년에 이 센터장과 같은 길을 걸었다. 강 교수는 아주대 의대, 아주대병원 외과 전문의를 거쳐 2년 전 공중보건의사를 마치고 합류했다.
외상센터에는 24시간 예고 없이 중증 외상환자가 들이닥친다. 돌발 상황이 생기지 않을까, 인터뷰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3명이 다 모였다.
이들은 성형외과·피부과 등의 인기과목을 제쳐 두고 왜 가시밭길을 택했을까. 문 교수는 “사람 살리는 게 좋아서”라고 말한다. 권 교수는 “헬기 타고 날아가 환자를 구하고, 수술해서 목숨을 살리고 재활까지 끝까지 책임지는 게 좋아서”라고 말한다. 강 교수는 “생사를 넘나드는 환자를 살릴 수 있어서”라고 말한다. 당장 손쓰지 않으면 죽을지 모르는 목숨을 마술처럼 살리는 ‘쾌감’이 이들을 외상센터로 이끌었는지 모른다. 마치 ‘마이티 서전(mighty surgeon·강력한 칼잡이)’처럼.
강 교수는 한 달에 7~8차례 당직을 선다. 오전 6시에서 다음날 6시까지 36시간 연속 근무한다. 이게 끝이 아니다. 그는 “환자가 병실에 있는데 어떻게 퇴근하겠느냐. 전공의가 없으니 웬만한 결정은 내가 해야 해서 퇴근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이런 생활, 후회하지 않을까. 문 교수는 “의사인 아내마저도 ‘왜 그렇게 힘든 일을 하느냐’고 말한다. 가족들에겐 미안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없다. 권 교수는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이게(외상외과) 좋아서 하는 사람들이다. 내가 선택한 일이다. 이게 전부다”고 말한다.
외상외과의 어떤 점이 젊은 의사들을 미치게 했을까.
“의료가 세분화되면서 가슴을 보는 의사는 평생 가슴만 본다. 우리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봐야 한다. 항상 새로운 환자를 맞이하고 수술·재활, 퇴원 후 외래진료까지 챙긴다. 의사 하나하나가 자기 환자를 책임지는 자영업자다. 그 점이 진짜 재밌다.”(권준식)
“외상환자는 대부분 나이가 젊다. 사선에서 끌어와 치료를 잘하면 건강하게 살아 나간다. 열심히 하는 만큼 환자가 좋아지니까 보람을 느낀다.”(문종환)
세 의사는 인터뷰 내내 “힘들다”는 말은 거의 하지 않았다. 대신 일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