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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타블렛 펜을 잡아봤습니다.
게시물ID : oekaki_199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Daphe
추천 : 5
조회수 : 79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6/21 22:5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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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장장 6개월 만에 타블렛을 잡아봤습니다.

매번 그릴 때 마다 느끼지만 그릴 때 마다 새롭네요.

실력이 공장 초기화 되는 기분이 영 좋지 않습니다.


예전에 쓰던 소설의 여주인공을 그렸습니다. 아래는 그림과 연결된 짧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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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쩐 일인지 하늘에 기묘한 모양의 구름들이 떠다니고 있어.

꼭 예전에도 봤던 것 같은 기분이 드는걸? 차분한 느낌으로, 몇 덩이의 구름들이 느릿하게 기어가고 있었던 날이 분명히 있었던 것 같아.

글쎄, 그게 언제였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주 가까운 사람과 함께 봤었던 것 같아. 한가롭게 구름 구경이나 하고 있을 만큼 좋은 때는 아니었지.

히야,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한때는 이상한 강박증을 앓으면서, 내 사랑을 괴롭히고, 나만을 위한 선행을 베풀면서 하루하루 죄책감과 또 분노를 이리저리 흘리면서,

리가드의 말버릇처럼 말하자면야, 그래, 뭐, 늘 했던 대로 그렇게 지냈었는데 말이야.

텅 비어있던 이 행성의 땅바닥들이 셀레스티얼들의 반죽으로 차오르기 시작할 때쯤에 나는 뭘 했었지?

그때 내가 조금 더 바른 선택을 했었다면 이 시간에 하늘이나 쳐다보고 있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네.

그치만 어쩌겠어, 이미 삼백 년도 더 지난 일인 걸.

아무래도 리가드가 했던 말이 아직도 날 따라다니는 것 같아.

그 무슨 교만한 생각으로 가명을 후회 없는 키네라고 붙였던 걸까? 키네 리그렛리스, 역시 말도 안 되는 성이지.

아아, 그대가 했던 것처럼 나 역시도 오늘의 후회를 내일 반복하지 않도록 기도나 할 걸 그랬나.

하지만 누구한테 기도를 하지?

어머니, 캐서린 내 어머니, 엄마가 저세상에서 편하게 지내신 지 구백 년이 다 되어 가네요.

어째서 전 늙을 수 없는 거예요?

만약 엄마가 아직도 살아계셨다면, 오늘도 저에게 이게 제 운명인 거라고 말씀하셨을까요?

헤헤...

엄마, 내일 사직서를 낼 거예요.

지금까지는 아무래도 괜찮으니, 내일부터라도 제가 잘 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라고 기도를 해봐도

내 삶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가 쉬는 시간에 창밖 하늘 구경이나 한다고 해결될 리가 없지. 그런 생각이 꼭 따라붙지.

조금만, 조금만 더 쉬고 가자.

길고 긴 내 생명에 비하면 한 시간의 휴식은 너무도 짧단 말야.

- 점심 식사 시간이 끝나갈 무렵의, 신군주 5974년 어느 날, 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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