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잘가 내 사랑하는 고양이
게시물ID : animal_19931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문대잉
추천 : 13
조회수 : 1061회
댓글수 : 23개
등록시간 : 2021/09/26 19:23:55
아무 연고도 없는 동네에 와서 더 춥게 느껴지던 작년 겨울.
작고 따뜻한 너를 만났고 매일 널 보는 게 유일한 낙이었어.
가게 마스코트였던 너.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던 너.
그만큼 사랑도 많이 주고간 너를 이제는 영영 볼 수가 없네.

cctv화면 너머 가게 앞에서 차 바퀴에 깔리던 너를 확인하고
억수같이 내리는 비를 맞으며 이틀을 울며불며 찾았지만 어디에도 너는 없었어.
혹시나 싶어 전단지를 붙이기전 확인한 포인핸드에서
엉터리로 기재된 너의 정보를 보고도 너를 확신했고
보호비 6만원을 주고 보호소에서 너를 데려오던 날
넌 역시나 살 운명이라고 내가 끝까지 책임질 거라고 다짐했지.
감사하다고 너무 감사하다고 믿지도 않는 신에게 인사했어.

바로 병원으로 갔지만 척추가 다쳤다했고
다행히 뼈만 잘 붙으면 걸을 순 있겠지만 대소변은 영영 스스로 하지 못한다는 얘길 들었어.
괜찮았어. 정말이야.
너 살아만 있으면.. 아픈 너도 버티는데 그건 정말 아무것도 아니지.

너는 잘 회복하는 듯 했어.
작은 케이지 안에서 서툴지만 두발을 디디는 모습도 보여줬고
"밥먹고, 물도 먹어. 힘내. 포기하지마." 하는 내말을 알아듣는 듯
힘겹게 몸을 돌려 사료 두알과 물을 마셨지.

그 후에 몇번 더 면회를 다녀왔고 그렇게 오늘이네.

대박아.
1년을 채 살지 못하고 간 내 작은 고양아.
이별이 너무 아프면서도 한편으로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니
이제 더이상 아프지 않아도 되니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화장을 마치고 유골을 어떻게 하시겠냐는 물음에
납골당에 자리를 마련해둘까 생각도 했지만
한달 내내 좁은 케이지안에 있던 널 또 가둬둘 순 없어서 집에 데려왔다.
아마 너를 뿌려줄 때 또 한번 이별해야 하겠지.
 
누나는 너와 함께 했던 날 모두 정말 행복했어.
너는 행복했을까? 행복했다면 좋겠어.
어떤 모습으로든 꼭 다시 만나자. 누나가 알아볼게.

잘가. 고생했어. 고마웠어.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