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을 틀리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라. 부끄럽게 생각하라.
틀릴 수는 있다. 하지만 고치려고 노력하라."
안녕하세요. 미국에서 공부하는 유학생입니다... 만,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오유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한가로운 대학생입니다.
저는 그 동안 오늘의 유머 게시글을 보면서, 게시글에 잘못된 맞춤법이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하면 자주 댓글로 고쳐 드리곤 했습니다.
물론 오지랖이다, 고쳐주는 태도가 시비거는 것 같다 등 여러가지 이유로 욕을 먹기도 합니다만 실제로 매번 고쳐드릴 때마다 "게시글 잘 읽었습니다. 중간에 죄송하지만, 시비거는 의미는 아니고..." 등의 서론을 몇십번씩 작성해야 하는 게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닐 뿐더러, 맞춤법 실수가 그만큼 빈번하다 보니... 점점 줄여서 ‘되x 돼o’ 이렇게 간단하게 댓글을 다는 방식으로 바꿔 나갔었는데, 싫어하시는 분들께서 조용히 비공감 누르고 가시더라고요. 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간혹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의미만 통하면 되지 왜 굳이 맞춤법을 지키면서 글을 써야 하나?”
“웹상에서는 이렇게 써도 결제(상부에 보고를 올리는 서류라면 ‘결재'가 맞습니다)서류 올릴 때는 잘 써"
“너부터 띄어쓰기 지키고 말해"
“맞춤법나치충”
의미만 통하면 맞춤법 매번 지킬 필요까지는 없다... 뭐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허나 저는 이렇게 생각하거든요. 맞춤법은 정말 기초적인 한국어 문법이며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포함되어 있는데, 어려운 걸 틀리면 모를까 생활하면서 글을 쓰는데 기초적으로 필요한 능력이 없거나 부족하다는 건 개인적으로 부끄러운 일이거든요. 또 요새 필수외국어인 영어를 비롯하여 제2외국어 등 외국어를 배우려는 추세인 현대 사회에서는, 모국어부터 확실히 하고 외국어를 접해야 더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저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합니다.
웹에서는 자주 틀려도 서류작성할 때는 꼼꼼히 수정하니까 괜찮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정말 많이 봤습니다. 다만 이런 분들께서 결제서류와 결재서류의 차이도 모르시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하물며 인터넷에서 글 몇 자 올릴 때도 이렇게 틀리는데, 중요한 서류작성을 하고 틀린 부분을 완벽하게 수정할 수 있겠습니까? 맞춤법을 잘 아는 사람에게 부탁할 수도 있겠지만, 시간과 인력 낭비입니다. 본인이 그 시간에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하면 될 거라 생각합니다.
띄어쓰기... 민감하지만 중요한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띄어쓰기는 맞춤법만큼 정확한 표준표기법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도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죠. 저도 생각보다 많은 띄어쓰기 오류를 범하고 살고 있습니다만, 철자의 변화 때문에 생긴 맞춤법 오류보다는 탄력적으로 수정과 재배열에 있어 띄어쓰기 오류는 비교적으로 문장의 원래 의미를 해치지 않습니다. 물론 ‘아빠가방에들어가신다’와 같은 심각한 오류는 제외하고요.
맞춤법나치충... 뭐 할 말이 없습니다. 맞춤법이 틀렸다고 말해주는 건 마치 바지 지퍼가 열렀으니 잠그고 갈 길 가시라 귀띔하는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맞춤법 틀렸다고 개처럼 물고 늘어지고 살갗 물어뜯을 일은 절대 없습니다. 또한 맞춤법 틀렸다고 그걸 비공사유에 적을 이유도 없고, 맞춤법 지적을 했다고 해서 원문에 반대한다는 뜻은 절대 없으니 확대해석은 삼가해 달라고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서두가 너무 길어졌습니다. 죄송합니다.
사실 이 글을 적고 싶었던 이유는 자주 틀리는 맞춤법을 쉽게 정리하여 오유인 여러분께 유익한 정보를 전달해 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쭉 한번 훑어보시고 앞으로 우리 모두 맞춤법에 더 많은 관심을 갖도록 합시다.
되, 돼?
맞춤법 오류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많은 분들께서 아시다시피 문장에서 ‘되’->’하’, ‘돼’->’해'로 바꿔서 대입해 보고 말이 되면 올바른 맞춤법, 말이 되지 않으면 잘못된 맞춤법이라고 소개된 검사 방법이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매번 ‘되'와 ‘돼'를 헷갈리면서 맞춤법 검사 방법을 사용하는 현실이 어휘력의 부재 때문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듭니다. 뉴스 기사를 많이 읽으시고, 책도 많이 읽으세요. 교과서도 물론 많이 읽으시면 좋습니다. 회화체를 많이 읽으세요. ‘되'와 ‘돼'를 적시적소에 사용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매번 꼼꼼하게 대입해보는 게 아니라 어휘력을 길러서 콩떡같이 말하면 찰떡같이 알아듣는 정도로 무의식적으로 글을 썼을 때 정확한 맞춤법을 사용할 정도의 경지가 되도록 노력하는 길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됬, 됐?
‘되’와 ‘돼’보다 간단합니다. ‘되’, ‘돼’ 검사법을 사용했을 때 애초에 ‘핬’이라는 말은 없기 때문에 항상 ‘됐’이 맞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니면 어원을 살펴보셔도 좋은데요, ‘됐’이 ‘되었’의 줄임말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시면 될 것 같습니다. 비슷하게 ‘돼’도 ‘되어’의 줄임말입니다. 베오베만 한번 슥 훑어봐도 ‘됬’ 굉장히 많습니다.
않, 안?
‘않’=‘안’+’하’ 이것만 기억하시면 쉽습니다. ‘않돼’가 틀린 이유를 이제는 아시겠나요? ‘않고’를 ‘안고’로 쓰시는 분들은 거의 못 봤지만 ‘안’이 들어갈 자리에 ‘않’을 쓰시는 분들은 정말 많이 봤습니다. ‘않되서’ -> 끝판왕입니다. 정확한 표현은 ‘안 돼서’ 입니다.
할께, 할게?
논란이 약간 있기는 한데, 그래도 소개해볼까 합니다. ‘~하구’, ‘할께’ 등 ‘ㅗ’를 ‘ㅜ’로 발음한다거나, 된소리를 강조한다거나 하는 요소가 경기도 지방 방언에 존재하기는 합니다. 우리가 경상도 사투리를 글로 작성할 때 ‘뭐 하노?’라고 썼다고 맞춤법에 어긋나다라고 말하지는 않듯이, ‘할께’도 경기도 방언이라 생각하면 틀리지 않다고 판단하기 쉽습니다... 만, 맞고 틀린 걸 구별하기보다는, 자라나는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발음만 듣고 책을 읽지 않아 표준어인 ‘할게’ 대신 ‘할께’가 애초에 올바른 단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는 경우가 많아 지적하고 넘어가고 싶었습니다.
~에, ~의?
"나 어제 신촌의 명물인 서서갈비를 먹고 왔어."
"나 어제 신촌에 명물인 서서갈비를 먹고 왔어."
첫번째 문장이 올바르다는 것을 많은 분들께서 여전히 모르십니다. 발음이 비슷하긴 하지만 원칙적으로 하자면 말할 때 역시 ‘의’ 발음도 ‘에’ 발음과 차이를 두며 발음하는 것이 맞습니다. 제가 국어국문학전공이 아니라 뭐라고 국문법칙을 들어서 설명하기 좀 힘드네요. 능력자분들 도와주세요.
낳다, 낫다, 낮다?
간단하지만 생각보다 많이 틀리는... 맞춤법이라 적어봅니다. ‘낳다’는 아이를 낳다, 결과를 낳다... ‘낫다’는 병이 낫다, A의 수학 실력이 B보다 낫다(비교적 우월하다)... ‘낮다’는 고도가 낮다, 의자가 낮다... 이렇게 쓰입니다.
구지, 굳이?
‘구지’는 달구지? 죄송합니다. 노잼이었습니다. 여튼 ‘구지’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 찾아보면 뭐 다른 뜻이 나올 수도 있겠습니다만... "굳이 이렇게 할 필요까지 있나?" 할 때 쓰이는 ‘굳이’는 ‘구지’가 아니라 ‘굳이’입니다.
바래, 바라?
국문법상 ‘바라’가 맞는 표현입니다. 저도 ‘바래’의 영향을 참 많이 받았습니다. 애초에 대화할 때 발음을 ‘바래’라고 하는 경우도 많았고, 2000년대 초중반에만 해도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막에 대한 맞춤법 교정이 엄격하지 않았을 때 무한도전에서 ‘~하길 바래 특집’에서도 참 많이 보였던 그 단어 ‘바래’, 이제는 작별을 고하고 있습니다. 일부러라도 말할 때, 쓸 때 ‘바래’보다 ‘바라’라고 쓰는 습관을 들입시다.
틀리다, 다르다?
‘틀리다’는 딱 떨어지는 정답이 있고 그 정답에 어긋나는 오답이 존재할 때 ‘틀리다’라는 표현을 씁니다. ‘다르다’는 단순히 맞고 틀리다고 결론을 내릴 수 없지만 둘 사이에 차이가 있을 때 ‘다르다’라는 표현을 씁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에 무지한 친구가 저에게 "아이폰이랑 안드로이드폰이랑 뭐가 틀려?" 라고 물어봤을 때 저는 그 친구에게 “친구야, 틀린 건 없지만 다른 게 참 많아.” 라고 얘기해 줄 수 있습니다. 왜, 괜히 명언처럼 이렇게 한 마디 거들어보세요. “틀리지는 않지만 다르다.” 멋있지 않습니까?
쓸때없다, 쓸데없다?
간단합니다. ‘쓸데없다’가 정확한 표현입니다.
며칠, 몇일?
이것도 역시 간단하게 ‘며칠’이 올바른 표현입니다... 라고만 하면 심심하니 ‘며칠’의 유래를 간단하게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사실 ‘며칠’은 ‘몇 일’이 변형되었다고 보지 않고, ‘사흘’, ‘나흘’ 할 때 그 ‘흘’과 ‘몇’이 붙어 ‘몇흘’->’며츨’->’며칠’로 변화했다고 봅니다.
1루, 2틀, 3흘?
사실 요즘 이런 실수하시는 분들은 흔하지 않은데, 그래도 가끔 발견되니 써 봅니다. ‘하루’, ‘이틀’, ‘사흘’... 등이 맞는 표현입니다.
엄한, 애먼?
“미숙이는 잘못한 게 없는데 선생님께서 엄한 미숙이만 혼냈어!”
“엄한 데 쳐다보지 말고 똑바로 앞을 봐!”
사실 ‘엄한’을 이런 경우에 쓰는 건 올바른 쓰임이 아닙니다. 관형사 ‘애먼’이 올바른 표현이고, ‘엄한’은 '규율이나 규칙을 적용하거나 예절을 가르치는 것이 매우 철저하고 바른’이라는 뜻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결재, 결제?
쉽게 생각하면 ‘결재’는 권한을 사용하여 ‘결정’한다라고 사용하시면 되고, ‘결제’는 ‘돈’을 낸다는 뜻으로 사용하시면 됩니다.
설레이다, 설레다?
아이스크림 이름이 불러온 혼란! ‘설레임’, ‘설레이다’ 등의 표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설렘’, ‘설레다’가 맞는 표현입니다. 이거 사실 성인도 알기 힘든 맞춤법인데 무한도전을 보니 어느 초등학교 여학생이 똑부러지게 알고 있더라고요. 대단합니다.
뒷자석, 뒷좌석?
자동차 게시판을 자주 상주하는 저로서는 가장 빈번하게 발견되는 실수이면서 매번 고쳐주고 싶었던 맞춤법 실수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뒷좌석’을 ‘뒷자석’이라고 알고 계시는 분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아마 대부분은 타자 실수이거나 나름대로 줄임말(?)을 사용하고자 했던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반듯이, 반드시?
‘반듯이’는 ‘반듯하다’에서 왔습니다. “책이 책상에 꽂혀 있는 모습이 매우 반듯하다”처럼 쓰이는 놈입니다. ‘반드시’는 ‘꼭’, ‘틀림없이’와 비슷한 뜻을 가집니다.
~싶이, ~시피?
매우 쉽습니다! ‘~싶이’를 잊어버리시면 됩니다. ‘~시피’가 올바른 표현입니다.
잊어버리다, 잃어버리다?
‘잊다’는 알고 있었던 기억이나 사실을 기억하지 못할 때 쓰이고, ‘잃다’는 자신이 소유했던 그 무언가가 사라져 버렸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 밖에도 ‘잃다’에는 다양한 뜻이 있으니 국어사전을 한번 검색해보시면 재밌을 겁니다. ‘길을 잃다’ 역시 원래 자신이 소유했던 길도 아니고 가는 방법을 까먹었으니 ‘잊다’가 맞는 게 아니냐? 의문이 들 수 있지만 ‘잃다’의 정의 중 하나가 ‘길을 못 찾거나 방향을 분간하지 못하게 되다’이니 ‘길을 잃다’는 정확한 표현입니다.
여기까지 해서 제가 정리해 본 ‘자주 틀리는 맞춤법’은 마무리 짓겠습니다.
오늘의 유머뿐만 아니라 많은 커뮤니티 사이트에 자라나는 어린 친구들과 청소년들이 상주해 있습니다. 저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들 중 하나였고요. 요 근래 강산이 한 번 바뀌는 동안 ‘정보의 바다’라고 칭해지는 인터넷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면서, 많은 사람들이 인쇄물보다 인터넷에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국문법이 머릿속에 완벽히 자리잡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또 자기 자신의 개인적인 지식 발달을 도모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모두 맞춤법을 잘 지켜 사용하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