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라 기분도 싱숭생숭하고 오유 분위기는 어떨까 해서 간만에 와봤어요
베오베에는 역시나 유머게랑 시사게만 있을 뿐이고..
전 예전의 오유가 그리울 뿐이네요
2017년이 넘어가기 전, 오유의 구조가 바뀌기 전에 활발했던 게시판들의 가장 최근 베오베.. 그니까 5년 전, 6년 전 베오베 게시글들을 봤습니다. 답답해져서요. 뭔가 다른게 있을까 하고요.
철학게, 과학게, 식물게, 커피&차게시판 등등..
놀랍도록 신선하더군요. 지금의 오유에 비해서 또 지금의 인터넷 세상의 전반적인 분위기들에 비해서요.
철학 게시판에선 페미니즘에 대한 열린 토론도 있고(물론 게시글은 반대가 왕창 먹었지만 페미니즘 옹호 글인데 푸르딩딩한 댓글들도 많더군요. 그도 그럴게 상당히 이성적인 댓글들이어서요),
경제적 자립과 인간 존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잘 쓴 글도 있고
또 커피&차 게시판의 베오베 글 중에 최대크기의 스타벅스가 중국에 들어섰다는 글에는 중국에 대한 혐오 표현 댓글이 하나밖에 없더군요.
전 당연히 댓글에 중국인 혐오나 비꼬기로 가득할 줄 알고 스크롤 내렸는데.. 혐오표현을 쓴 댓글은 하나 밖에, 그것도 그냥 증오의 감정 없이 동네 중국집 부를 때 무심코 내뱉듯이 "짱깨"라고 가볍게 언급한 댓글이 하나 있더군요
제 기대에 어긋나서였을까요? 문득 나도 참 혐오에 익숙해졌구나, 젖어들어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작 5년 전인데 왜이렇게 다른거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또 식물 게시판은 2017년만 해도 2, 3일 마다 한번은 베오베에 다양한 식물들을 소개시켜줬더라구요.
예전의 오유는 이런 곳이었네요. 타성과 익숙해짐을 앗아가는 신선한 바람 같은 곳이었어요.
물론 콜로세움 많았고 수틀리면 비꼬기, 욕하기, 몰아가기 등등도 있었지만ㅎㅎ 그런 것들 보다 더 많은 온건하고 이성적인 의견교류, 소소한 유머가 더 많았던 거 같아요. 기억이 미화된 걸까요? 근데 예전 베오베들을 보면 마냥 미화같지는 않아요.
근데 그래서 괜히 슬퍼지는 거 같아요. 아쉽고요.
예전 베스트, 베오베 시스템이 어땠는지 이젠 5년도 더 된 일이라 기억나지 않지만 시스템이 바뀐 이후로 변한 오유가 아쉬워요.
베오베가 여러 게시판에서 올라온 글들로 다양하게 복작되는 모습이 보고싶어요. 이젠 그런 모습은 없고 또 사람도 많이 빠져나가 그럴 일 없을테지만요
전 그래서 하나씩 천천히 시간날때 정주행 해보려고요
과학 게시판, 철학, 역사 등 여러 게시판의 베오베 하나씩요.
그럼 요즘 커뮤니티 분위기, 유튜브에 절여진 생각들이 좀 씻겨내려가지 않을까 해서요.. 또 추억여행도 겸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