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김 사건은 대한민국 기업체의 주재원이었던 윤태식이 1987년 1월 부인 김옥분을 홍콩에서 살해한 사건이다. 그러나 당시 제5공화국 정권은 부부싸움에 이은 살인사건을 ‘여간첩 남편 납북기도사건’으로 조작했다. 이 사건은 과거 대한민국의 독재정권이 정권 유지를 위해서 벌인 대표적인 간첩 조작 사건으로 잘 알려져 있다.
윤태식을 면담한 이장춘 싱가포르 대사는 그의 주장이 신빙성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장세동 대한민국 국가안전기획부장은 현지의견을 받아들여 기자회견 보류를 지시했으나,
이후 마음을 바꿔 네 시간 만에 다시 강행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이장춘 대사는 횡설수설하는 윤태식이 기자회견을 해서는 안된다고 강력히 반대했다.
결국 싱가포르와 외교마찰을 우려해 1987년 1월 8일 제3국인 태국의 방콕에서 1차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으로 송환된 1987년 1월 9일 김포공항에서 2차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장춘 대사는 싱가포르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라는 본국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말서를 쓰기도 했다.)
당시 대한민국 언론들은 이 사건을 "북한 여간첩이 미인계로 순진한 남편을 꼬드겨 홍콩에서 월북시키려다가 남편이 가까스로 탈출한" 일종의 활극처럼 보도했다.[2] 생계를 위해 일본에 드나들다 홍콩에서 살해된 술집 여종업원은 일본 조총련계 간첩단과 연루된 미모의 여간첩으로 둔갑하였고 살인범은 '사지(死地)에서 돌아온 반공투사'가 되었다.
1986년 가을부터 KBS에서는 《남십자성》이라는 드라마가 방영되었는데, 수지 김 사건 이후에는 아예 '수지 김'이라는 여간첩이 드라마 배역에 등장하기도 했다.
윤태식은 곧바로 국가안전기획부 분실로 연행되어 엄중히 추궁을 받았으며, 결국 자신이 부인을 살해하였고 처벌을 피하기 위해 자진 월북하려 했다고 자백했다. 그러나 국가안전기획부는 윤태식이 이와 관련해서 함부로 발설하지 말도록 했으며, 1991년부터는 대한민국 밖에 나가지 못하도록 출국금지를 시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