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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humordata_197147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신이내린미모
추천 : 16
조회수 : 1968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22/12/03 13:50:10
초딩 5학년!
드디어 축구룰을 이해한 아들과의 첫 월드컵 시즌!
우루과이전, 가나전 함께 목터져라 응원했고 좋은 추억 쌓았지만, 가나전 패배로 내심 16강행은 물건너갔다 믿었죠
솔직히 기대되지 않았던 포르투갈전
시간도 전과 달리 자정 시작에 상대는 조에서 최고강팀 & 한주간의 출근 지옥으로 지친 심신
가뜩이나 피곤한 와중 5분만에 선제골 먹어버리니 기분이 팍 상해버린 나
나 : 진짜 내 이럴 줄 알았지 아 안봐안봐 잠이나 잘래 너도 빨리자 늦게자면 키 안커
아들 : 아니야, 혹시 모르잖아 엄마 열심히 하면 이길 수 있을거야 끝까지 응원하자
나 : 말도 안되는 소리! 월드컵은 소년만화가 아니거든요? 잠이나 자라고! 자고 일어나면 6:0 되어있을걸ㅉ
아들 : 나는 계속 응원할래! 포기하면 안돼! 열심히 하면 할 수 있어! 기적을 믿을래!
엄마 : 내가 자고 일어났는데 우리가 이겼으면 너한테 5만원 준다ㅉ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응원하겠다는 아들
한껏 핀잔주고 잠자리에 들면서도 복잡한 마음
아직 어리고 순진하구나ㅉ 으유, 크게 실망하지나 말아야 할텐데....
어찌저찌 설잠 들었는데 갑자기 엄청난 고함소리와 함께 뛰어들어오는 아들!
엄마!!!!!!!!! 골 들어갔어!!!!! 빨리 일어나!!!!!! 일어나야 해!!!!! 이길 수 있어!!!! 이길 수 있을 거라고 했잖아!!!! 이길 거라고!!!!!!!!!!!!!!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 뛰어나가니...
정말...
일어난 기적...
방방 뛰며 너무너무 좋아하는 아들
역전골이 터졌을 땐
온가족이 껴안고 너무 좋아서 눈물 흘리며 빙빙 돌았습니다
정식으로 아들에게 사과했어요
엄마가 미안해 ㅇㅇ이가 옳았어
열심히 하면 이길 수 있는 거였어
엄마는 왜 이리 빨리 포기하고 좌절하는 걸까
고쳐야지 하면서도 잘 안된다
악조건에서도 열심히 달려준 우리 선수들과 끝까지 믿고 응원한 우리 ㅇㅇ이한테 너무 고마워, 크게 배운다 엄마가
... 야, 내 말 듣냐? 응?
...(휴대폰으로 뭘 검색하며) 응, 근데 이마트 몇시에 문열지?
...10시? 이마트는 왜?
...5만원 준다며. 나 용돈 모은거 합쳐서 레고 살라고.
......
예전글에도 여러번 언급했지만
난독이라는 결함을 안고 살아가는 내 아이
모든 것이 녹록치 않음에도
늘 꾸역꾸역 열심히 나아가는 모습이 가슴 아팠던 나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돼
포기해도 괜찮아
아직은 저조한 성과에 내 아이가 다치고 주저앉을까
염려를 빙자했지만, 사실 포기하고 싶었던 건 이 못난 어미의 마음
대한민국 대표팀
정말 은혜롭고 고맙습니다
당신들이 투혼을 발휘한 경기 하나
포기하지 않은 경기 하나가
어떤 느린 아이와 못난 엄마에게 큰 희망과 교훈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평생 가슴에 새기고 되뇌이며 살겠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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