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만든 피조물을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심판하는 창조주를 나는 감히 상상할 수 없습니다. 전지전능한 능력이 있으면 애초에 우주를 제대로 잘 만들었어야지, 이제 와서 애꿎게도 피조물 탓이나 하는 양심불량의 신을 나는 감히 상상할 수 없습니다. 미처 알지 못했다면 이는 전지에 모순이 생기고, 알면서도 할 수 없었다면 이는 전능에 모순이 생깁니다. 전지전능하면서도 어떤 계획이나 의도를 갖고 다만 하지 않았을 뿐이라면, 과연 이 신이 인간을 사랑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이는 그 신이 인간을 사랑한다고 하는 전제 자체에 모순이 생깁니다. 선생님께서는 이 문제를 대체 어떻게 해결하시려 합니까? 이렇게 엉망진창인 동시 제멋대로인 신이 설사 있다 해도 나는 그 신을 믿음의 대상으로는 선택하지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나의 기준은 매우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이런 얼치기 신들은 내 성에 결코 차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신의 존재를 주장하시려면 먼저 그 증명부터 하시기 바랍니다. 물론 그 신이 존재한다고 밝혀져도 나는 매우 매우 높은 기준으로 까다롭고도 까다롭게 그 신을 선택할 것인지 아닌지 심사숙고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내 성에 차지 않는 것으로 밝혀진다면 나는 얼마든지 그 신을 선택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내 삶은 오직 나만이 선택하고 책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도 그저 내게는 셀 수 없이 많은 선택의 대상 중 하나 뿐 거역해서는 아니 되는 절대적인 그 어떤 존재는 아니니 너무 서운해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한 입으로는 인간은 신을 절대 알 수 없다면서도, 다른 입으로는 신에 대해 주절주절 잘도 말하길 즐기는 종교인들을 나는 조금도 신뢰할 수 없습니다. 책 한 권을 내보이며 그게 신이 존재하는 증거라고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무지몽매한 종교인들을 나는 감히 신뢰할 수 없습니다. 지구의 역사가 겨우 6000년에 불과하다는 기록이 수록된 그 책을 아무런 의심 없이 믿고 받아들이는 종교인들을 나는 감히 삶의 모델로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자신의 신을 지극히 옹졸하다 못해 치졸하게 또 잔인무도하게 기록해 놓은 구약 성경을 진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 종교인들을 나는 믿고 따를 수는 없습니다.
선생님, 위에서 구체적으로 열거한 이유들로, 나에게는 그 가정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나는 차라리 신 없는 삶을 선택하겠습니다. 지옥 가지 않기 위해서 있는 지도 없는 지도 모를 구원 받기 위해 이해되지도 않는 종교를 선택하느니 나는 차라리 깔끔하게 우주의 티끌이 되겠습니다.
그러니 여기서 애쓰실 필요 없습니다. 무리한 전도는 역효과만 낳게 될 겁니다.
나는 그저 <불가지론자> 내지 <불가지론적 다원주의자> 아니면 <인간중심적 다원주의자> 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인간중심적 다원주의자>는 신이 있든 없든 그것은 오직 그 개인이 스스로 선택하고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말합니다. 처음 들어보시는지요? 내가 지금 만들어낸 개념입니다. 허나, 나란 존재가 <전투적 무신론자>하고도 그렇게까지는 멀고도 먼 거리에 있는 존재는 아닙니다. 선생님 한 분의 무리한 종교 강요로 인해, 기독교계의 앞날에 재앙이 될 그 누군가가 <전투적 무신론자> 내지 <반종교주의자> <종교 바이러스 박멸주의자>로 각성하는 것은 선생님께서도 결코 원하시지는 않으시겠지요?
선생님의 신묘한 지혜는 하늘에 닿았고 선생님의 교묘한 말솜씨 땅에 이르렀으니 만족함을 알고 그만 물러나심이 어떻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