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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에게 ‘너의 최고의 게임은 뭐야?’ 라고 묻는다면 난 주저않고 대답할 게임이 있다.
‘아이온’
나는 그 게임을 함께 했었던 사람들을 기억한다. 루그부그서버.
My쭌형, 소희형, subway형, 엘리누나, 하이엘, 이슬이 아영양 등등 말이다.
당시 나는 상계동에 거주했다. 지금은 중계동으로 이사 왔으니 그렇게 멀리 이사온 것은 아니다. 역으로 치자면 한 정거장정도 그러나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밖 창가를 바라보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레기온 군단장 즉 길드장 누나.
내가 아이온을 시작한 나이는 19살 그러니까 고3이었다. 당시 아이온은 2.0패치를 했을 시기였다. 뭐 너무 오래전 일이라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루드라가 나오기 전이었던 것만큼은 확실하다. 친구따라 게임을 시작했지만 친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접었고 나는 계속했다. 내가 시작한 클래스는 마도성. 다른게임으로 치면 마법사다.
함께 시작한 친구들이 먼저 접었기에 나는 언제나 혼자 했다. 먼저 접은것도 당연한 것이 당시 나는 고3이었다. 하지만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몰랐고 대학의 뜻이 없었기에 그냥 매일매일 피시방에서 아이온을 하며 살았다. 딱히 학교를 빠진 것은 아니었지만 수업시간엔 잠만 자고. 수업이 끝나면 피시방으로 달려갔다.
아무런 연이 없던 게임을 시작한 처음, 그때는 있는 즉흥 파티에 들어가서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끼리 순간적으로만 함께하고 목적이 달성되면 헤어지던 순간을 반복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파티던전을 입장할 레벨이 되었다. 레벨 30의 던전, 불의 신전
저렙 던전이라고 해도 아이온과 같은 성인들이 주로 하는 게임의 던전은 처음이었다. 초행은 어떻게 운이 좋아 따라가서 깰 수 있었다. 눈치로 봐가며 그리고 공략을 읽고 왔기에 공략 그대로 행하며 깼다. 물론 롬을 잘못된 곳에 매즈시켜서 전멸이 일어나긴 했지만 말이다.
파티가 끝나고 나는 좀 더 던전을 돌고 싶어서 파티를 원한다고 외치고 있었다. 그리고 날아온 파티초대 그리고 그때 난 레기온 <개타쿠> 사람들을 만났다. 아이온을 처음 하던 나에게 이것저것 알려주고. 자신은 필요 없다며 아무 말 없이 교환을 걸어 100만골을 주던 사람들. 주문서가 뭐냐는 질문에 먹고 좀 다니라며 각종 주문서와 음식을 주던 누나, 형 처음 만났지만 나보다 어리다는 이유로 말을 편하게 놓으라던 에링이.
아이온은 나에게 혼자 하던 게임에서 함께하는 게임이 되었다. 처음으로 NC톡을 해보기도 하고. 정모도 나가보고 했다. 게임을 하기 전이면 늘 톡부터 키고 시작했다. 들어 갈 때마다 나를 반겨주던 형, 누나.
그 후 마도성 채널에서 친해진 형에게 알바하고 싶다고 징징거렸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알바를 주던 만두형, 공부를 해야 하냐는 의문에 진지하게 대답해주고 그 이후로 오프에서도 연락처를 나누고 만났던 지하철형, 못난 실력과 스펙을 가졌음에도 늘 던전에 데려가주던 쭌형
당시 나보다 어린 사람들을 얼마 없었는데 그중에 한명이던 착하던 에링이. 에링이란 별명도 오타로 만들어졌는데 재미있다고 받아주었다. 그리고 정확한 닉네임이 기억나지 않지만 이슬이라고 불렀던 건 기억난다. 궁성이고 매일 장난치고 같이 던전가고 했던 동생 그리고 주문서나 음식 같은 것을 내가 필요하다면 그냥 주던 아영양 모두 잘 지내는지 모르겠다.
아이온은 나에게 수많은 인연을 이어주었다. 무언가 필요한 아이템이 없어서 쩔쩔매고 있으면 사람들이 즉시 택배로 보내주었다. 값싼 아이템도 아니었는데 아무런 대가 없이 주었다. 그 후 나도 만렙이 되어서 나와 같은 문제가 생긴 사람에게 나 역시 아무런 대가 없이 물건을 보내주었다. 품앗이. 상부상조. 따듯한 게임이었다.
심심하단 이유 하나로 몬스터 변신캔디를 먹고 천족 최대도시 엘리시움에서 날뛰고 했던 기억. 마도성들끼리 단합해서 수십 개의 파티를 이루고 마족 마을을 공격했던 기억. 처음 보는 보스 몬스터에게 전멸하고 깔깔거리던 기억. 좋은 아이템이 나왔을 때의 희열. 던전 하나를 깨는데 기본 한시간이던 시절 처음 만난 사람들이어도 그 한 시간 안에 좋은 인연이 되기도 했다.
이벤트를 만들고 유저끼리 따듯했던 그런 게임이었다. 이러한 추억들을 친구들에게 말했더니 추억보정이라고 말한다. 추억보정이란 말도 맞는 말일 것이다. 그래도 뭐 추억을 떠올리는게 그리고 그리워 하는게 잘못은 아니지 않는가?
꼰대같이 “요즘 게임에는 말야 응? 그런게 없어~” 하면서 투덜거리기도 해보고. 추억에 젖어 이제는 사람이 많이 빠져버린 아이온에 들어가 이곳저곳 둘러보기도 하고. 회색빛 오프라인으로 가득한 친구창을 열어보기도 하고. 최근접속일이 3~4년은 넘어가는 길드창을 열어보기도 하고. 이제는 쓰지 않을 그러나 당시에는 얻기 위해 노력했던 아이템을 바라보기도하며 그렇게 추억에 빠져보았다.
내가 이런 글을 왜 썼냐고 묻는다면 별 이유는 없다. 앞서 말했듯 아파트 밖 풍경을 봤기 때문이다. 레기온 군단장 누나가 바로 이곳에 살았었다. 정확한 아파트 명을 모르지만 아마 이사를 가지 않았다면 이웃이겠지. 벌써 6년? 7년 전 일이지만 그래도 혹 우연히 라도 만나길 기대한다. 누나만 그리운 것이 아니다. 함께 게임했던 다른 사람들 모두가 그립다.
서로 세월이 너무 지나서 바로 앞을 지나쳐 간다고 해도 못 알아 볼 것 같지만 그래도 “어?” 하고 뒤를 한번쯤 돌아보지 않을까?
My쭌형, 소희형, subway형, 엘리누나, 하이엘, 이슬이 아영양 그리고 내가 지금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아마 보면 알 사람들 모두 잘 지내요?
저에요 가을구름 안녕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