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맞는말이야.
또 다른 어떤 사람은 나와 같은, 어쩌면 나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서도 잘 이겨나갔겠고.
그래도 혼자 사는 세상은 아니지 않을까 스스로를 달랬던 날들이었다.
친한 친구들은 가끔 '나쁜 사람'을 비유할 때
'뭐 어때 세상에는 남자 좋아하는 남자도 있는데, 그거보단 낫지'
하면서 웃어 넘기곤 했다.
들으면서 나도 웃어 넘기곤 했다.
난 남자를 좋아하는 남자가 되면 안되는 친구였다.
그런 척 해야 했어.
나를 키운 사람도
나를 키운게 너무 억울하고 힘든 일이라고 말하고는
울음을 터트리곤 했다.
들으면서 나도 울음을 터트리곤 했다.
그리곤 내가 힘든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도 하곤 했다.
난 힘든게 하나도 없는 사람이었다.
힘들면 안되는 사람이었어.
누군가 나는 피해망상에 젖어있는거라고 했다.
사실 맞는 말이다.
사실 잘 살아왔었어.
웃어 넘기고, 아닌 척 하면서.
인생에 큰 위기가 닥쳤을 때
어딘가에 '힘들다' 라거나,
'내가 진짜 누구인지'를 드러내는 게
쉽지 않다는게 좀 힘들었을 뿐이지.
생각해보면 누구나 다 이러고 산다.
누가 진짜 자신의 모습을 밝히며 살까?
누가 진짜 괜찮지 않을 때, ' 나 안괜찮아 ' 라고 할 수 있을까.
근데 아무리 그래도 나는 못하겠어.
못하겠어서 지금의 내가 되었어.
모든게 피곤해.
그리고 나는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