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근거 있는 가능성과 근거 없는 가능성
게시물ID : history_1956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한량011
추천 : 11
조회수 : 1660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15/02/08 10:42:22
제목의 두가지 가능성을 많은 분들이 혼동해 하시는거 같습니다. 저는 그다지 뛰어난 사람은 아닙니다만.. 그저 몇 글자 적어 보려 합니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는 것처럼(그리고 잘못 알고 계시는 것처럼) 역사는 가능성의 학문입니다. 음.. 정확히 말해서 거대 담론들의 학문이라고 표현하는게 맞겠네요. 과학 계열의 연구와는 다르게 관찰하고자 하는 대상을 직접 관찰하는것이 불가능하며 동시에 연구하고자 하는 대상의 실체 또한 정확하지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모든 연구의 결과는 언제나 '가능성'을 수렴할 수 밖에 없고 무슨론 무슨론 하면서 일단은 '이론'이라고 칭해지긴 합니다만 결국 그것의 실체는 사람들의 의견이 모인 '거대담론'인 것이 되는게지요.

많은 역사학자들이 역사를 규정할 때에 애를 먹곤 한답니다. 그도 그럴것이 이놈의 학문이 겉으로 보기에는 분명히 인문학인데 연구 방법론에 관해서는 과학적 이거든요. 그러니 어느 한쪽으로 딱잘라서 말하기에는 그 특수성이 애매한 것이지요. 그래서 몇몇 학자들은 '정신과학'이라는 용어까지 사용하면서 규정하려 했지만 그리 많이 쓰이는 표현은 아닙니다. 그저 최근에는 '인문학과 과학에 한발씩 두고 있는 학문'정도로 규정할 뿐이죠.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역사의 과학적인 연구방법론'입니다. 뭐.. 깊이 파고 들면 헴펠같은 사람의 일반화같은 별별 이야기가 다 나옵니다만.. 그건 차치하고서 보자면 앞서서 이야기 했던 역사에서의 가능성은 다분히도 과학적인 가능성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상술하자면 역사에서 말하는 가능성에는 언제나 '근거'라는 놈이 따라다닌답니다. 과학에서 가능성은 일반적으로 초기가설 단계 혹은 중간가설 단계에서 등장하는데 언제나 그렇게 과학자가 생각할 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지요. 역사도 마찬가지로 '역사가가 가능성을 생각할 이유'가 필요한 것이고 그것이 바로 '근거' 랍니다.

근거는 크게 봐서 두가지로 나눌 수가 있습니다. 하나는 물증이고 하나는 심증이랍니다.
역사상의 물증에는 사료, 유물유적, 정황상의 근거 가 있겠고 반대로 심증은 그냥 '그렇지 않을까?' 라는 합리적인 이유를 들수 없는 개인 혹은 집단의 감정(혹은 상상)이지요. 앞서서 설명한 역사적 가능성에 필요한 근거는 바로 물증입니다. 특정한 역사적 사실을 두고서 나름의 가설을 세우고 이를 가시적인 담론(가능성)으로 만들거나 그냥 역사적 사실에 나름의 가설(가능성)을 세울적에 필요한 근거는 바로 '사료, 유물유적, 그리고 정황상의 근거' 인 것이지요.
이러한 물증이 전무한 가능성은 그저 심증에 의존할 따름인데, 이는 역사의 연구 방법에 걸맞지 않는 관계로 '역사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상상 혹은 소설이라고 칭하지요.

잠시 짚고 넘어갈만한 것이 정황상의 근거 인데, 이게 많은 분들이 혼동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아닐까 하고 저는 생각합니다.
예를 들자면 이렇습니다. 아래 게시물에 부산의 풍수공격에 관한 글이 올라왔는데 해당 게시물에서 들고 있는 근거 그리고 댓글에서 이에 동조하는 주장의 근거를 정리하자면 "일본이 우리의 민족 정기를 훼손하려 했던 정황적인 근거가 있기 때문에 건축물을 글자를 본따서 지었다는 주장이 아예 없는 소리는 아닐 것이다." 이겁니다.
또 다른 게시물에서는 이런 댓글이 달렸지요 "일본이 우리 역사를 훼손하기 위해서 노력을 했기 때문에 일본이 발견한 낙랑지역의 유물들은 전부 조작된 것이다"
두개의 주장 모두 정황적인 근거(둘다 일본이 우리의 정기나 역사를 훼손하려 했다)를 들고 있습니다. 얼핏보자면 위에서 말한 '물증'에 충실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 근거들은 정황적인 근거가 아닙니다. 정황증거란 역사적 사건이 존재하던 당시대에 경제, 사회, 정치, 자연환경 같은 복합적인 요소들을 '맥락화' 하여 가능성을 점친 증거를 말합니다. 그런데 이 주변 환경이란걸 살필 때에 앞서서 소개했던 '사료, 유물유적'을 가지고서 살피게 된다는 말이지요. 그러니 말은 정황증거 라고 말하지만 그 실체는 '사료와 유물유적에 근거한 당대 사회 재구성 혹은 맥락화'라고 설명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위에서 예로 들었던 2가지의 주장들이 든 정황증거에는 '사료와 유물유적에 근거한 맥락화'가 이루어졌는가를 살펴봐야 하는데.. 그런게 전혀 없습니다. 그러니 저건 물증이 아니라 심증에 근거한 주장인 셈이지요. 이 2가지의 주장들이 맨 처음 제목에서 말한 '근거가 없는 가능성'입니다. 심증이란 본질적으로 그냥 그럴꺼 같다는 주관적인 감정에 불과하니 말이지요.
모든 역사적인 주장은 항상 '근거가 있는 가능성'이 수렴되어져 있어야 합니다. 그냥 간단하게 말하자면 '객관적인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앞서서 말한 거대담론이란 바로 이런 '객관적인 근거'에 기댄 주장이 많은 이들에게 지지를 받을때 생기는 것이랍니다. 다시 어렵게 풀어 말하자면 '근거가 있는 가능성'이 모두를 설득시켰을때 거대담론이 된다고 할 수 있겠지요.

말이 참 중구난방이 되었는데 정리하자면 이런것이 됩니다.

1. 역사에서 모든 주장은 '가능성'이다. (가능성을 수렴한다.)
2. 역사상의 가능성은 그렇게 생각할만한 근거가 필요하다.
3. 역사에서 필요한 근거는 물증이다. (사료, 유물유적, 정황증거)
4. 역사적인 물증 중 하나인 정황증거의 본질은 사료와 유물유적을 통한 당대 사회의 맥락화 혹은 재구성화 이다.
5. 정황증거를 들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주장도 잘 살펴보면 물증이 아닌 심증에 근거한 주장이 있으며 이것이 '근거가 없는 가능성'이다.
6. 그러므로 역사란 학문에서의 주장은 객관적인 근거(물증)에 입각해야만 하며 이것이 '근거가 있는 가능성'이다.


-----------------------

글은 벌려 놨는데 글솜씨가 부족해서 마무리가 쉽지가 않네요. 나름 수정한다고 결론을 집어 넣어 봤습니다.

(맥락화에 대한 이해를 돕기위해 글 두개의 링크를 겁니다.
alvarez님의 글  :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history&no=18525&s_no=9024150&kind=member&page=2&member_kind=total&mn=555622
제가 쓴 글 :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history&no=18531&s_no=9026713&kind=member&page=1&member_kind=total&mn=576608)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