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자살로 종결된 ‘정경아 사건’ 경찰 수사재개
지난 2006년 자살사건으로 수사 종결됐던 일명 ‘정경아 사건’에 대해 경찰이 수사를 재개한 사실이 취재결과 드러났다.
지인들과 함께 있다가 아파트 복도에서 떨어져 사망한 정경아씨는 당시 음주상태였다는 점 등의 정황으로 미루어 자살한 것으로 수사가 마무리됐다.
하지만 최근 해당 사건과 관련된 녹취기록 등 새로운 증거와 증인이 나오면서 경찰은 사망한 정경아 씨의 모친 김순이씨(61) 등 3명을 불러 지난달 19일부터 21일까지 한 명씩 유족조사를 진행했다.
▲ 故 정경아씨의 생전 사진.
정경아 사건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6년 7월 21일 당시 스물 네 살이던 정씨는 전 직장 동료인 배모 씨(당시 30ㆍ여) 부부와 직장 동료 조모 씨(당시28ㆍ남)와 함께 술을 마신 후 오전 0시 18분께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배씨 부부 아파트로 왔다. 이후 불과 12분 후인 0시 30분 정씨는 아파트 복도 창문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정씨는 눈주위가 부어올라 시퍼런 자국이 선명했고 손목이 골절된 상태였으며 목에서 목눌림 흔적이 발견됐다. 그리고 청바지의 지퍼가 열려져 있었다.
▲ 정씨가 떨어져 사망한 아파트 1층 화단
당시 경찰은 정씨가 8층 복도 창문을 통해 뛰어내린 것으로 보고 본 사건을 자살사건으로 종결지었다. 정씨와 함께 있었던 배씨 부부와 조씨는 당시 자신들은 정씨의 사망 사실을 경찰에서 연락온 다음날 오후 1시 20분이 되서야 알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조사 당시 정씨가 핸드백 등 소지품을 놓고 밖으로 나가 담배를 피우러 나간 줄 알았는데 돌아오지 않아 ‘예전 남자친구인 이모씨를 만나러 간줄 알았다’ 고 진술했다.
하지만 정씨의 어머니 김순이씨는 딸이 자살이 아닌 타살임을 주장했다. 딸의 평소 모습과 청바지 지퍼가 열려있었다는 점 등을 들어 정씨가 타살됐음을 주장, 부검을 요청했고 국과수는 ‘높은 곳에서 떨어져 여러 장기 손상으로 인한 사망으로 사료되나 사망하기 전 누군가에게 가해를 당할 정도의 의심할만한 흔적들도 인정된다’는 부검결과를 내놨다. 하지만 이같은 결과도 자살로 종결된 사건을 뒤집기는 부족했다.
이후 김씨는 청와대, 검찰청 등을 돌며 1인 시위를 펼쳐왔지만 추가 증거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의 시위는 결실을 보지 못했다.
그러던 중 5년이 지난 2011년 5월 김씨는 범죄 피해자들을 위해 활동하는 L 법무법인의 사무장인 유씨를 만났다. 유 사무장은 김씨의 이야기를 듣던 중 김씨가 사건에 중요한 단서가 될만한 녹취 자료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해당 녹취자료는 김씨가 자신의 딸이 죽기 직전 함께 있었던 배씨와 대화를 시도해 녹음한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사건이 발생한 당일 숨진 정씨의 올케인 A씨가 배씨와 오전 9시 40분에서 10시 사이 통화를 했으며 당시 배씨가 A씨에게 ‘경아가 죽었다’는 발언을 한 사실을 알게 된다. 이는 배씨가 5년 전 경찰 조사에서 ‘정씨가 숨졌다는 것을 오후 1시 20분이 되서야 알았다’고 주장한 것과 상반된 것이다,
▲ 숨진 정경아씨의 모친 김순이씨외 2명은 지난달 3일 서울지방경찰청 제2청사 수사이의신청팀에 새로운 증거에 의한 ‘수사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김씨는 지난 달 3일 A씨 부부와 함께 유 사무장의 도움을 받아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사 수사이의신청팀에 ‘새로운 증인 A씨에 의한 수사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유 사무장은 “배씨가 정씨의 사망사실을 당시 경찰에게 거짓으로 진술을 했다는 것과 배씨의 녹취자료를 바탕으로 이의신청을 돕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이후 경기지방경찰청 강력팀은 지난달 19일 김씨를 시작으로 A씨와 A씨의 남편 정씨를 차례로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5년 전 자살종결 사건이 새로운 증거가 제출됨으로서 새로운 수사국면을 맞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사망한 정씨의 모친 김씨는 인터뷰를 통해 “최근 경찰조사를 받았는데 이전에 갖고 있던 자료가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을 줄 몰랐다”며 “지금이라도 딸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이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수사를 진행중인 한 경찰관계자는 “조심스러운 상황이라 수사 진행상황은 알려줄 수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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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il protected] 엄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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