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바실리우스 2세에 대해, 대체 무슨 생각으로 사는지 모를 FM 군인 같은 삶을 살았던 황제라는 글로
소개가 된 내용을 보았습니다. 근데 사실 이분의 삶을 살펴보면... 그런 기괴하리 만큼 까칠한 삶을 살게 된
안습한 경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그 분의 입장에서 한번 안습한 인생의 에피소드를 적어볼까 합니다.
1. 5살때 아버지, 로마누스 2세가 사망... 일설에는 로마누스 2세의 황후이자 바실리우스 2세의 어머니인 테오파노가
독살하였다는 소문이 돌았음. 엄마 쫌...
2. 이런 경우 황실에서 높으신 여성, 그러니깐 할머니나 고모들이 섭정 비슷하게 후원을 하게 되는데... 다소 천한
신분이었던 엄마가 결혼하자마자 시어머니랑 시누이 숙청해버림. 굳바이 시월드! 근데 남편이 죽으니 망했어요!!! 엄마!!!
3. 나라 자체는 워낙에 대단하신 고조부, 증조부, 할아버지가 잘 키워놔서 번영하는데... 그래도 5살짜리 황제가
후원하는 황족들도 없이 황좌가 유지될리가 없으니 불안감 가중... 결국, 엄마가 잘나가는 장군과 결혼하기로 결정!!! 엄마 쫌!!!
4. 그렇게 해서 계부가 되신 분이 사라센의 저승사자로 불리우는 니케포루스 포카스! 근데 문제가 있는게... 이 양반이
전에 전에 마누라랑 사별하고 평생 독신으로 살겠다고 맹세를 하고, 거기다 바실리우스 2세의 대부이신지라... 뭔가 족보나
약속이 애매해져서 교회가 재혼에 태클! 이 경우 정상적인 당대 분위기라면 테오파노 여사가 물러나고 단독 후견인이
되시는게 맞는데... 워낙에 테오파노를 사랑하신 니케포루스는 테오파노를 끝까지 보호. 조낸 욕먹으며 시작. 엄마 쫌!!!
5. 암튼 전쟁은 후덜덜하게 잘하셨으니 불만들은 밟아버리고 나라는 안정됨. 근데 이 양반 큰 문제가 있었음. 워낙에
FM 군인이신지라... 한가하면 누더기 입고 기도나 하는게 취미고 일밖에 모르는 벽창호. 그리고 결정적으로... 쫌 많이
못생기셨다는 일화가 전해짐. 테오파노 여사가 욕구 불만이 가득차서 바람이 나심... 아오, 엄마...
6. 결국 테오파노 여사가 대형 사고 치심. 두번째로 잘나가는 장군인... 좀 잘생긴 요하네스 치미스케스랑 바람이 나고
그리고 결국 요하네스랑 짜고 남편인 니케포루스를 암살함. 남편만 2 kill~~~
7. 이제 요하네스를 황제로 올리고 자기는 세번째로 황후가 되서 잘 생긴 새신랑이랑 알콩달콩 사실줄 알았는데...
교회도 이제 완전 빡쳐서 극딜 감행!!! 그리고 요하네스 이 자식은 니케포루스와는 달리 통수를 날리심. 황후 자리는
물건너가고 수도원으로 유배됨. 바실리우스 입장에서는... 그나마 남은 엄마도 팽당한 상황... 엄마... 제발 좀...
8. 다행히도 요하네스는 별로 바실리우스를 해꼬지하거나 하진 않고 잘 보호해주고, 군사적인 업적도 세워서 나라가
더 잘나가기 시작함. 근데... 바실리우스가 18살때 암살로 짐작되는 사망. 이제는 후견인 없이 그대로 황제로 나서야 함.
아오, 보호자 양반!!! 좀만 더 버티다 물려주지...
9. 즉위 초기에는 그냥 허수아비... 자기랑 같은 이름의 시종장이 거진 황제 해먹음. 9년을 이 악물고 참으며 군사를 모아서
시종장 몰아내고 권력 획득... 근데 그러니깐 기다렸다는 듯이 귀족들이 반란 크리... 정말 문자 그대로... 나라의 절반이
두동강나는 대형 반란에 직면!!! 이것들아!!! 내가 어리다고 조낸 만만하냐?
10. 결국 몰리고 몰려 승산이 없어서... 굴욕의 휴전 제의... 반란군의 내분 덕에 겨우 시간을 벌었음. 이를 악물고 다시
힘을 모아 복수하려는데... 어디 도와줄 사람도 없고. 그래서 고민끝에... 여동생을 외국에 시집 보내고 군사들을 빌려옴.
이게 좀 문제가 큰게... 바실리우스 할아버지가 말하길...
콘스탄티누스 7세 : 시스터 프린세스는 모에하고 희귀하니, 결코 외국에 내보내지 말고 내수로만 돌려야 하느니라...(왜곡포함)
...라고 성문화하셨는데 손자가 홀랑 깨먹음 거임. 아무튼 조낸 레어 캐릭터를 손에 넣은 키예프의 블라디미르는 기분이
좋아져서 엄청난 병사들을 보내줌. 이 친구들이 바로 전설의 바랑기안 근위대의 전신들임.
11. 덕분에 겨우겨우 반란을 진압함. 근데 숨좀 돌리려니... 불가리아에서 난리를 침. 반란으로 나라가 정신없는 틈에...
아주 들쑤셔놓고 감... 이가 갈리게 미운 마음이 뼛속까지 박힘. 나중에 괜히 눈깔뽑아서 불가리아인 학살자란 명성을
얻게 되는게 아님. 다... 이유가 있었음. 이것들아! 쿨타임 좀 봐주라!!!
12. 그렇게 불가리아에서 정신없는 상황에서... 이집트에서는 무슬림들이 통수를 갈겨주심. 양면전쟁이 되어 확실하게
패전이 확정된 상황에서... 미친듯한 포텐션 폭발!!! 전 부대에 말을... 말이 모자라면 나귀와 노새를 줘서 기병화 시켜서
한반도의 서너배 되는 면적을 16일 만에 주파하고 압바스 왕조의 군대를 개박살냄. 내가 조낸 만만해 보이냐!!!
13. 그렇게 이기고 돌아왔는데, 오는 길에 동네 귀족 집에 들어가 보니... 아니, 이 자식이 황제도 후덜덜할 만큼 화려하게
잘살고 사치스러운 잔치를 벌이고 있음. 이 자식들이 정말... 돌아오자 마자 다 뒤엎어 버리고 귀족들 땅이며 군사들이며
몽땅 몰수함. 덕분에 중앙 재정은 좋아지고 군사력은 강화되었지만, 귀족들이 하도 지랄 여론을 형성해 인기는 바닥을 침.
14. 그러거나 말거나! 불가리아에 대한 복수전 개시!!! 정말 착실하게 황제가 전쟁터에서 노숙해가며 8년을 밀어붙여서
불가리아를 영혼까지 털어버림. 그리고 영토 편입해버리는데... 사실 과장되거나, 중상모략으로 만들어진 헛소문들이 많은데,
(이를 테면 1만 5천명을 장님으로 만들었다던가) 워낙에 엄청난 짓을 잘하는 황제다 보니 그게 정말 그렇다고 전해짐.
그리고 황제 본인도 딱히 흥보에 관심도 없어서 아무렇게나 더들어도 내버려둠. 따지고 보면 여론 탄압이나 조작을 안한건데
당대의 기레기 같은 것들은 괴상한 것만 기록에 남겨 오해가 쌓임.
15. 암튼 아버지 죽고 나서 무려 60년을 칼날위를 걷듯이 숨가쁘게 살아왔음. 사방에서 몰려오는 적들 죄다 때려잡고
귀족들 힘 약화시켜 중산층이랑 자영농들 안정적으로 살게 해주고, 군사력 엄청 강화시켜 놓고, 외교적으로도 주도권을 쥐게
만들어 놓고 세상을 떴음. 근데 백성들의 기억에 남는건 괴팍한 거랑 잔인한 것만 남음. 아오, 이것들아! 잘해주면 호구냐?
누구처럼 등골까지 빼먹어야 존경할래?
16. 후계자 안키워서 혼란 생겼다고 욕먹는데... 사실 후계자로 친동생을 거의 40년 넘게 확실하게 지명해 뒀음. 그리고 동생도
딱히 형이랑 정책 기조가 다른 것도 아니고 즉위 기간이 2년 밖에 안되는데 형이랑 비교당하면서 욕처먹음. 욕먹는 요인이
향락적이고 잔인하고 사람들을 함부로 죽이고, 귀족들에게 휘둘렸다는 건데... 아니, 그럼... 형처럼 독신으로 살아야 하나?
그리고 전쟁 한번 안벌였는데 잔인을 논하다니... 그리고 귀족들과의 정쟁이 여전히 심한 상황인데, 그걸 두고 귀족들에게
휘둘리고 잔인하다니... 일단 두 단어가 완전 상충이잖아. 동생아... 너는 또 왜 이렇게 안습이냐? 반은 형님 탓이요...
17. 후임으로 뒤를 이은 여자 조카들도 욕먹음. 확실히... 로마누스 3세를 암살한건 테오파노 여사 처럼 욕먹어도 싸지만...
그래도 테오도라가 살아 있는 동안은 게오르기우스 마니아케스라는 걸출한 장군이 바실리우스 2세가 계획했다 못 이룬
시칠리아 원정도 가는 등... 생각만큼 비잔틴이 후달리는 시기는 아니었음. 큰아버지... 우리도 큰아버지 땜에 욕먹어요...
욕먹기 싫음 남편을 죽이질 말았어야지!!!
아무튼... 뭐 이런 인생을 사신 분입니다. 전에 적었던 레오 6세의 일대기보다는 좀 덜 안습할지 몰라도... 그래도 사는 거
참 팍팍하게 사신 점은... 당시 마케도니아 황가 사람들이 다들 비슷비슷한 듯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