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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탁통치 오보기사와 그 출처
게시물ID : history_1951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토츠카
추천 : 3
조회수 : 133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2/01 17:28:37

신탁통치오보는 19451227, 당시 아직 진행 중이었던 모스크바 삼상회의의 결과를 소련은 신탁통치를 주장했고 미국은 즉시독립을 주장했다라고 국내언론이 잘못 보도한 사건이다. 실제 모스크바 삼상회의에선 미국이 신탁통치에 적극적이었고, 소련은 소극적이었다. (여담이지만 소련이 신탁통치를 반대한 것은 아니다. 신탁통치 자체는 두 나라 모두 합의한 사안이다.) 거기다 모스크바 삼상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던, 조선임시민주주의정부를 수립하고 이와 협의하여 신탁통치를 하겠다는 부분은 보도되지도 않았다.(송진우 등은 이를 통해서 일단 조선임시민주주의정부를 수립하고, 이후 신탁통치를 우리가 거부하면 안 해도 된다고까지 해석했다. 물론 이는 협의라는 문구를 과대 해석한 것으로, 비현실적인 주장이다.)


이러한 신탁통치에 대한 이야기가 알려지자 국내의 여론은 격화되었다. 당시 조선의 지식인 내지 민중은 신탁통치란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기에 또 다른 식민 지배를 의미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쉬웠던 것이다. 그래서 초기 이 보도가 나가자 좌우를 막론하고 국내의 정치세력은 모두 신탁통치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특히 김구는 아예 임시정부 내무부의 권한으로 미군정으로부터 한반도의 통치권 회수하겠다. 현재 미군정 휘하의 관리는 모두 임시정부로 귀속된다.’라는 성명서를 발표해서 미군정의 하지 중장이 호출해 권총을 눈앞에 들이밀며 협박하는 일까지 있었다.


이후 모스크바 삼상회의의 실제 결과가 알려지면서 중도파에 속하는 안재홍, 김규식 등이 신탁통치를 수용하는 입장으로 선회했고, 우파였던 동아일보 사장 송진우조차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게 되나 이미 국내의 여론이 달아올라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송진우는 그의 신탁통치에 우호적인 태도의 격분한 극우파 세력에 의해 암살된다.)


거기다 좌파가 이후 갑자기 180도로 노선을 전환하여(소련의 지시를 받았는지는 확증이 없다.) 모스크바 삼상회의의 결과를 절대적으로 지지한다고 나서자 갈등이 더욱 격화되었다. 우파에서는 신념도 없이 상황에 따라 입장을 바꿔 나라를 팔아먹는다며 비난했고, 좌파는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무작정 반대만 한다고 비난했다. 이후 한민당의 김성수,국민당의 안재홍, 조선인민당의 여운형, 조선공산당의 박헌영이 모여서 삼상회의 내용은 인정하나 신탁통치는 반대한다는 원칙에 합의했지만, 중경임시정부와 한민당의 보수세력이 반대하면서 망했어요.

 




여담이지만 흔히 동아일보 오보사건으로 자주 불려서 동아일보가 독자적으로 낸 오보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건 동아일보가 당시 우파세력인 한민당의 기관지로 좌파에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었고, 해당 기사에도 자극적인 표현을 많이 사용하여 대표적으로 호명되는 것이다. 실제 당일인 1227일엔 동아일보, 조선일보, 자유신문, 신조선보, 서울신문, 중앙신문등 한반도 내 대부분의 신문이 일제히 신탁통치 오보기사를 내었다. 기사에 따르면 이 보도는 워싱턴에서 보낸 AP통신의 기사를 받아서 보도한 것이라고 한다


신탁통치 오보기사의 출처에 대해 현재까지 알려진 것은 3가지 정도다. 첫째로, 미국에서는 지역신문 등을 제외한 주요 일간지에서 신탁통치 오보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둘째로, 당시 주일미군의 기관지였던 태평양 성조기에도 역시 같은 날(1227)에 신탁통치 오보기사가 실렸다. 셋째로, 태평양 성조기에 실린 이 기사의 출처는 AP통신과 UP통신으로 기록되어 있고, 기사를 작성한 특파원은 랄프 헤인젠이라는 기자라는 것이다. 그런데 랄프 헤인젠이라는 기자는 날조기사로 악명이 높아 상상력만으로 벽면 가득히 기사를 채울 수 있는 사람이라는 말을 듣는 사람이었다. 거기다 그는 동아시아와는 별 관련이 없는 기자로, 10년 넘게 유럽에서 특파원 활동만 하다가 19443월에야 미국으로 돌아온 인물이다.


그렇다면 랄프 헤인젠이 자신의 실력을 살려서 날조기사를 낸 것일까, 아니면 동아시아의 사정을 잘 몰라서 오보를 낸 것일까? 그도 아니면 누군가 날조기사로 유명한 랄프 헤인젠의 이름을 도용해서 의도적인 오보를 작성한 것일까? (특이하게도 태평양 성조기는 모스크바 삼상회의 관련 보도의 출처는 모두 외신종합으로 기록했는데, 한국과 관련된 내용만 필자를 밝혀놓았다. 당시 언론계의 실정을 고려하면 도용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불행히도 현재 1차출처로 언급되는 AP통신과 UP통신의 기사는 현재 남아있지 않아 추적할 수 있는 곳은 여기까지다. 랄프 헤인젠이 몸통인지, 꼬리인지, 그도 아니면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인건지도 확언할 수 없다.


하지만 몇 가지 추측할 수 있는 사실은 있다. 첫째로 출처가 AP통신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주요 신문사는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국과 일본에만 특정하여 의도적인 날조기사가 보내졌거나, 미국의 주요 신문사의 기자들이 이를 보고 오보로 판단하여 보도하지 않았을 것이다. 둘째로 당시 한국과 일본의 언론들은 미군정의 검열을 받고 있었으므로, 미군정이 이 날조기사에 개입되었거나 혹은 묵인했을 가능성이 높다. 셋째로, 신탁통치 오보기사가 날조된 것이라면, 당시 우호분위기였던 미소관계를 깨려는 목적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신탁통치 오보는 반소적인 성향의 미국 군부나 정계의 극우세력에 의해 조작되었을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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