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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제국의 심하게 안습한 황제 이야기
게시물ID : history_194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리리리리맇
추천 : 15
조회수 : 2318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5/01/30 19:31:18
아버지가 천한 신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야망이 넘치는 아버지는 출세를 위해 기발한 방법을 꾸몄습니다.
 
당시 황제가 마누라는 팽겨치고 총애하는 처자가 있었는데, 그 처자와 밀회를 편하게 하기 위해 자기가 그 여자가
결혼하고, 신하로서 황제 폐하를 접견한다는 핑계를 대고 마누라를 데리고 황제한테 가서 좋은 시간을 보내게
해주었습니다. 황제는 아버지를 총애했죠. 그러다 결국 도를 넘어선 총애에 아버지는 자신을 가지고
황제를 시해하고 자신이 황제가 되었습니다.
그는 그 문제의 아내에게서 태어났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물론이고, 그의 아버지도 그가 자신의 자식이 아니라
확신하고 대단히 홀대하였습니다. 아버지는 나중에 들인 후처에게서 본 동생을 총애하였지만... 그 동생이
어린 나이에 죽자... 광분하여 그를 사소한 누명으로 감금하고 눈을 뽑아버리려 하였습니다.
 
다행히 목숨과 눈이 뽑히는 것은 면했지만... 대신 자신이 사랑하던 여자와 결혼하지 못하고, 아버지가 정해준
신앙만 깊은 여자랑 결혼했습니다. 얼마후... 그렇게 자신을 미워하던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경위가 다소
의문스러워... 사람들이 다들 그가 범인이라고 수근대었습니다.
 
시작부터 욕먹어가며 즉위했습니다. 하지만 열심히 주어진 책임을 게을리하지 않고 일했습니다. 다행히도...
사생활은 막장이라도 황제로서 나쁘지 않은 아버지의 유산과 업적에다, 자신의 노력이 덧붙여져... 제국은
번영하였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불행했습니다.
 
아버지가 맺어준 광신도 마누라는 딸만 둘 낳고 죽었습니다. 그러자 오랫동안 자신을 기다려온 첫사랑과 재혼을
하였습니다. 근데... 그녀도 딸만 하나 낳고 병으로 죽었습니다. 꼭 아들 한번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세번째로 결혼했습니다. 드디어... 아들 보았습니다. 근데 낳은지 얼마 안되 마누라랑 아들이 같이 병으로
저 세상으로 떠났습니다.
 
이제 이판사판입니다. 동생한테 물려줄까도 했지만... 그 망할 자식은 제국 공식 돌+아이 입니다... 결국
네번째 결혼을 진행했습니다. 교회가 태클을 겁니다. 황제면 하렘 차려도 되는 거냐고 지랄합니다. 아니...
내가 첩을 더 들이는 것도 아니고, 마누라를 중복으로 두는 것도 아닌데 왜... 그 문제로 성직자들과 조낸
싸우고 욕먹으며 겨우겨우 결혼했습니다. 다행히도... 아들 봤습니다. 만세!!!
 
근데... 점점 몸 상태가 안좋아집니다. 부하 중에 조낸 잘 싸우던 놈 하나가 사고치고 적국으로 튀었는데...
그 놈이 제국군을 죄다 때려잡고 있습니다. 결국 어떤 전투에서 대패했다는 소리 듣고 피꺼쏫해서 쓰러지고
파란만장한 인생 마무리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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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동안에도 눈물이 앞을 가리는 이 불운한 사나이가 바로 비잔틴 제국의 현제(賢帝)로 칭송받는 레오 6세입니다.
세상에 막장인 황제를 순위를 매기자면 수많은 사람이 1위를 두고 다투겠지만... 안습인 황제를 손에 꼽자면
개인적으로는 이 양반을 최고로 꼽아주고 싶습니다. 막장 아버지에, 네토라레 엄마에, 결혼만 하며 죽어나가는
마누라와 자식들에... 싸가지 없는 개망나니 동생에...
 
이 양반이 더욱 더 안타까운것이... 저런 상황에서 국가가 흔들흔들하면, 뭐 그럴만도 하다고 생각할법한데...
어처구니 없게도 이 양반의 치세는 비잔틴 제국에서 마케도니아 황조의 치세가 더 번영하던 시기, 쉽게 말해...
엄청 열심히 나라를 잘 다스리셨다는 거죠. 저런 속에 불이 올라오는 상황에 말이죠...
 
문득 인생 안습한 황제에 대한 생각을 하다 이만한 양반이 있을까 싶어 한번 적어봅니다...
 
P.S 1. 여담이지만, 이 양반이 죽고 공동황제로 제위를 이은 동생 놈은, 살아 생전에는 겨우 하나 봤던 아들 내미를
미워해서 거세하려고 했던 전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동생 놈은 죽을때도 개념이 없어서... 일설에는
경기장에 놓인 석상, 그러니깐 더치와이프 같은거랑 괴상한 짓을 하다 죽었다고 합니다.
 
P.S 2. 다행히도 어렵게 본 아들내미는 개념이 충만하셔서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당대 최고의 저술가이자 훌룡한
황제로 유명한 콘스탄티누스 7세 포르피로게니투스가 됩니다. 그리고 참고로 비잔틴 제국, 마케도니아 황조의
최전성기를 이끈 바실리우스 2세는 레오 6세의 증손자입니다. 사후에도 제국을 위해 좋은 후손들을 남겨주신 이분께
제국은 큰절이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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