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구에서 한여름에 낮경기였습니다.
당시엔 더블헤더 경기가 있었던 시절이었고, 첫번째 경기는 대개 낮에 치뤄졌습니다.
성준은 삼성 소속이었고, 삼성의 홈구장은 악명(?)높은 시민구장이었습니다.
한 여름 대구의 더위는 엄청나지만, 시민구장은 인조잔디라서 더 더웠습니다.
삼성 선발투수는 성준.
상대팀은 엘지였습니다.
여기서 전설적인 기록이 나옵니다.
1회초 만루위기를 자초한 성준은 어찌 어찌하여 그 위기를 무실점으로 막았습니다.
1회를 무실점으로 막고 마운드를 내려오는동안 그는 무려 45분을 사용했습니다.
희대의 1이닝 45분 무실점.
ㄷㄷㄷㄷㄷㄷㄷㄷㄷ
어느 한분이 1회 성준이 마운드에 서있는 걸 보고 채널을 돌리니 단편 드라마 30분짜리가 방영중이었습니다.
그래서 그거 다보고 채널 돌려보니 아직 1회고 성준이 마운드에 서있었답니다.
1루에 발빠른 주자 유지현이 나가자 성준은 적절하게(?) 견제구를 14개 연속해서 던졌습니다.
참고로, 성준은 공이 느리기로 유명했는데, 견제구 만큼은 어느 투수들 보다 더 빨랐다고 합니다. ㅋㅋㅋ
게다가, 포수의 사인을 7번 거절했습니다.
성준이 선발등판 하는 날이면 심판들은 절대로 물 한모금 마시지 못했습니다.
도중에 화장실을 못가기 때문에 -_-.
2.
두산의 정수근이 성준을 상대로 10구의 접전 끝에 볼넷으로 1루에 나갔습니다.
역시 이날도 한 여름 대구 낮 경기.
이후 무시무시한 인터벌과 끝없는 견제모드.
어찌 어찌해 정수근이 3루까지 갔습니다.
그런데 볼넷 얻어 출루한지 무려 30분이 지나고 나서였습니다.
그리고 무한한 인터벌과 3루 견제에 땡볕아래에서 30분 넘게 리드와 귀루를 반복하던 정수근은 결국 지친 나머지 홈스틸을 강행하고 자살했습니다.
아웃당하고 덕아웃으로 들어가던 정수근은 정말 환하게 웃고 있었다고 합니다.
성준은 공 하나 던지는데 엄청난 버퍼링을 보여주셨습니다.
성준은 공하나 던지는데 1분을 넘게 잡아먹었습니다..
주자가 나가면 더 심각해집니다.
모자 한번 고쳐쓰고 1루 한번 쳐다보고 포수 한번 쳐다본 다음에 발 풀고 송진가루 한번 만지고 바지를 추스른 다음 공을 한번 교체 해주고 1루에 두어번 견제를 하는거 정도는 보통이었습니다.
타자가 제풀에 지쳐서 타임을 부르면 바닥에 침 한번 뱉어주고 특유의 모션으로 엉덩이를 긁는 포즈도 보여주십니다.
타자나 심판이나 다들 지쳐갈 무렵 느닷없이 130km 대 빠른(?)공으로 스트라이크를 던지면 타자는 눈뜨고 가만히 서있었습니다. -_-;;;;;;;;;;;;;
엄청난 인터벌로 인해 성준에게 낚인 수많은 주자들은 견제사라는 아픔을 맛봅니다.
서있다가 다리가 저려서 귀루를 못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양대 인터벌의 왕자들, 성준 대 강태원의 선발경기가 끝나자 심판들이 수염이 났다는 전설적인 얘기가 있습니다.
성준이 선발로 등판하는 경기는 늘 9회까지 다 중계되는 일이 없었습니다.
당시엔 스포츠 채널이 없었기 때문에, 공중파의 책정된 방송 시간을 늘 오버해서 늘 중간에 끊어야만 했습니다.
타자가 성준의 인터벌을 기다리다가 지쳐 타임을 부르는데, 심판이 이를 인정하기 전에 누구보다도 빨리(?) 투구를 끝내버리는 아주 특별한 능력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심판은 타자의 타임 요청을 안받아줬고 타자는 눈 뜬채 성준의 느린 공에 속절 없이 삼진당했습니다.
성준은 KBO 역사상 인터벌이 최고로 긴 투수였습니다.
공잡고 30초동안 가만히 서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견제구를 던지고 듣는 상대 관중의 야유를 즐겼나 봅니다.
심지어, 홈팬들까지도 견제에 야유를 한적이 있었습니다.
통산 97승을 거두었는데 송진우 이전 좌완 투수 다승 1위였습니다.
그 97승중 28승을 롯데에 거두어 원조 로나쌩으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