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 몽골 24일째(7월 14일), 울란바트로를 향해 출발.
마지막으로 친절하게 나를 대해줬던 모희와 사진을 찍었다. 전날 밤에 한국 동전과 볼펜을 선물로 주며 동전 마술을 가르쳐주니 연습해 와서
나한테 봐달라고 했었는데 나 떠나고 갖다 버리지 않았나 모르겠다.
3일동안 2명 숙박비는 90,000투그릭(73,000원 정도) 마을도 이쁘고 잘 쉬다가 또 자전거 타고 고생하며 울란바트로까지 갈 생각을 하니
몸부터 무거운 느낌이었다. 늘어지는 느낌..?
강형도 내 마음과 같은지 가다가 흡스골 가는 트럭이 있으면 한번 잡아보자고 했다. 기름값은 좀 주고..
우리가 온 길을 되돌아 간다는 것은 확실히 재미가 덜했다. 그러다 보니 흡스골 갈때보다 사진을 많이 찍지도 않고 서로 말도 별로 안하고
자전거 타는 시간은 길어졌다.
흡스골 갈때 들렀던 무릉 시내 마트에서 먹거리를 사고 시내를 빠져 나오는데 지나가던 SUV차가 서더니 안에 타고 있던 한국 여자들이 인사를 했다.
강형 자전거에 달려있던 태극기를 보고 섰다고 하는데 울란에서 투어 신청해서 흡스골로 가는 중이라고 했다. 한국말하는 몽골인 운전사와
우리와 비교되게 샤방하게 여행중인 여대생 3명.. 부럽다. 근데 강형이 저렇게 적은 인원으로 투어 다니면 편하고 좋긴 한데 많이 비싸다고 했다.
흡스골부터 도로포장이 잘 되어있는 무릉까지 하루만에 가서 길 근처 게르를 찾아갔다. 중국부터 상태가 안좋았던 무릅이 다시 시큰거렸다.
마음씨 좋으신 게르 주인 아저씨와 손녀. 토실토실 아기 귀엽귀..
주인 아저씨 아들. 극성스러울꺼 같은 초딩의 얼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경험상 보통의 몽골 아이들은 까불어 치지 않는다.
몽골 여행 다니면서 추운 겨울이 길어서 그런지 몽골 사람들은 추위에는 강하고 더위에는 좀 약한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날 이동거리 115km.
ㅁ 몽골 25일째(7월 15일), 다시 비포장길.. 힘이든다 힘이들어.
게르의 가장 어른인 할머니. 우리나라 시골 할머니들 처럼 많은 연세에도 부지런하게 이일 저일 하셨다.
전날 저녁에 가축들을 몇마리 잡아서 우리에 넣느라고 들고 뛰고 한바탕 소란했었는데 왜 그러나 했더니 털이 긴 양을 선별했던 것이었다.
우선 양 다리를 묶어서 자빠뜨려 놓고 배에 있는 털을 손으로 북북 뜯어내고 나머지는 가위로 잘라낸다.
아저씨하고 같이 양털 깍던 딸래미는 양이 무서워서 발버둥치고 오줌 지리니까 발로 툭툭 걷어차면서 양한테 징징대고 신경질 냈다.
우리나라 여자 중고딩들이 동생들 한테 하듯이.. 귀여웠음.
초원의 아이들. 사진 찍는데 뒤에 있는 여자애(18살 정도로 추측)가 호기심은 있는데 부끄러워서 나서지는 못하는 얼굴로 배시시 웃으며 쳐다봤다.
떠나기전 게르 가족들과 기념사진. 친척으로 보이는 옆에 게르 가족들도 함께..
출발해서 좀 가다가 어른도 없이 300마리 정도 되는 가축을 몰고 가는 아이 둘을 봤는데 너무 어려서 놀랬다. 각자 한마리씩 말을 타고
있었는데 여자아이는 7살정도, 남자아이는 5살 정도.. 강형이 불러 봤는데 사진 찍을 새도 없이 한번 쳐다보고는 그대로 가버렸다.
비포장길로 접어 들어서 가면서 지나가는 트럭을 몇대 잡아서 울란바트로 가냐고 물어 봤는데 다 이 근처에 있는 곳까지 가는 트럭뿐이었다.
이게 웃긴짓이기도 한게 울란까지는 700km정도 남은 상태였으니 부산보다 훨씬 먼 거리에서 서울 가냐고 물어보는 수준..
서울서 부산까지는 차로 한 400km..
나무 그늘에서 라면..
차들이 많이 쉬었다 가는 곳이라 사람들이 주변에 지뢰를 많이 깔아놨는데 라면을 한참 끓이다 심각성을 알았기 때문에 외면하고 꿋꿋하게 끓여먹었다.
이날 이동거리 87km.
ㅁ 몽골 26일째(7월 16일), 여행 또는 고행?
전날 흡스골 갈때 잤던 둥둥다리 있는 강가에서 잤는데 강형도 그렇고 나도 사진 찍은게 한장도 없다. 종일 빡센 페달질에 둘 다 지쳤었나 보다.
점심은 또 라면. 질릴만도 하지만 질릴지가 않는다. 몇시간씩 힘들게 자전거 타고 먹는 라면은 너무 맛있다. 간단하고 밥 해먹는 것에 비해
설겆이도 쉽고 염분과 수분섭취에 짱이다. MSG? ㅋㅋ..
흡스골 갈때 넘었던 깔딱고개를 피해보자 해서 완만하다는 고개를 선택해서 올라갔는데 이거는 그냥 긴 깔딱 고개였다.
차라면 편한 차이를 알까 자전거로 힘든거는 똑같았다. 강형은 이번에도 꽥꽥 샤유팅 시전..
기분 좋은 정상. 내리막길이 있으니까..
몽골 사람들은 어워에서 시계반향으로 세바퀴 돌면서 소원을 빈다고 한다.
나이보다 넘치는 파워로 너무 빨리가서 나를 힘들게 하는 강형. 내 도가니가 울란까지 버텨주길 바랬다.
날이 저물어 말을 많이 키우는 게르를 찾아 갔는데 아저씨 한분이 정신지체가 있는지 침을 흘리며 어눌한 말투로 우리에게 계속 무슨 말을 했다.
무슨 말인지 도저히 알아 들을 수 없었지만 조금 있다가 게르로 들어가 조용한 걸 보면 아저씨 대로의 환영하는 이야기였나 보다.
저녁때 게르의 아주머니가 말젖으로 만든다는 몽골의 전통술 마유주를 1.5리터 한통 가득 담아서 가져다 줬다. 강형은 예전에 마셔 봤는데
별로라고 니나 먹어봐라 했다. 나야 물론 먹고 토해도 도전. 처음 마셔본 맛은.. 막걸리에 우유 한컵정도 섞은 맛. 크게 거부감 없었다.
나중에 조금씩 마실려고 한컵만 마시고 가방에 챙겨넣었다.
이날 이동거리 67km.
ㅁ 몽골 27일째(7월 17일), 힘들어도 힘이 나는 이유.
힘들게 오라왔던 오르막은 짧은 내리막으로 싱겁게 끝난다. 빠져서 건너야 하는 강이 있는 곳.
흡스골 갈때 자전거 타고 강을 건넜던 강형이 이번에도 도전했지만 중간에 뭐에 걸렸는지 빠져 버렸다. 그냥 첨벙 첨벙..
질리지 않는 초원. 축제같은 여름을 맞은 초원은 꽃천지다.
흡스골 갈때 한번은 길을 약간 벗어나 꽃들이 많이 핀 풀밭을 내달리는데 내 주위로 꽃들의 기운이 솟아오르는 듯한 느낌을 받아 놀랬었다.
후레쉬하고 영롱한 기분. 이거 진짜임..
무거운 짐을 앞뒤로 달고도 씐이나는 초원의 다운힐.. 초원에서 다운힐 몇번 해보니 산악 다운힐의 재미를 조금은 알것 같았다.
지금은 방학중인 헤르항 마을의 학교. 좋은 건 천연 풀밭인 운동장 밖에 없는 것 같은 너무 단순해 보이는 학교.
저 멀리 바다가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상상을 했었다. 보기에도 그렇고..
다른 날보다 좀더 달려서 흡스골 갈때 친절하게 대해줬던 게르 가족을 찾아갔다. 먼저는 보지 못했던 찰떡 궁합 형제 모트코와 타웃산보도 만났다.
말도 안통하는데 나는 무슨 얘기를 저렇게 열심히 하고 있었을까?
몽골의 밤하늘. 이 사진은 강형이 다른 곳에서 찍은 사진인데 이날 밤 본 별을 설명하기 위해서 올림.
사진은 그냥 검은 천에 먼지 묻은거 같네.. 먼저 어떤분이 별사진도 올려 달라고 했었는데 제 똑딱이는 야맹증 수준이라..ㅠㅠ
강형이 찍은 멋진 사진들과 내가 나중에 잊어버린 사진들을 다시 보내준 강형에게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 (형님, 보고 계신가요? ^^~)
자다가 새벽에 오줌싸러 나갔는데 밤하늘에 별이 한가득이었다. 별이 이뻐 추워서 팔짱 끼고 움추리고 보면서도 쉽게 텐트로 들어갈 수 없었다.
이날 이동거리 75km.
ㅁ 몽골 28일째(7월 18일), 바이슬라(고맙습니다)
강형은 여행 내내 나보다 아침 일찍 일어나 풍경 사진을 많이 찍었다. 나는 보통 7시에서 7시 반정도 기상.
이 개는 많이 사납다고 가까이 가지 말라고 했었는데 어떻게 강형은 잠깐 있는 동안 친분을 좀 쌓았나 보다.
이곳 장남 모트코. 17세. 몽골의 젊은이들을 대하다 보면 나이보다 5살에서 많게는 10살까지 성숙한 느낌인데 모트코도 대하는 느낌은
우리나라로 치면 군대 갔다온 20대 중반의 느낌이었다. 나랑 정신 연령이 비슷해서 그런지 더 친근하게 대하는 것 같았다.
전형적인 몽골 게르의 내부 모습. 론니플래닛에도 나와 있지만 게르 내부의 배치는 규칙이 있다.
가기전에 사진 찍자고 하니 아주머니는 화장도 하고.. 모트코의 동생인 여자 아이는 15세, 타웃산보는 14세.
숙취로 정신이 혼미한 아저씨. 전날 밤에 게르에서 간식 먹고 있는데 낮부터 고주망태가 된 아저씨가 나한테 뭐라고 하니까 모트코가 난처한 얼굴로
하지말라고 막 두손으로 입막고 했었는데 나는 기분나쁘고 하지는 않고 그냥 아저씨하고 모트코하고 친구나 친하게 지내는 삼촌하고 조카가
실랑이하는 것 같아서 재미있었다.
내가 본 몽골 유목민들의 유제품을 간단히 살펴 보면..
우선 가축들에게 짜온 우유는 끓여서 먹고 우유를 끓이다 보면 위에 쭈글쭈글하게 생기는 막을 따로 모아 놨다가 먹는데 으름이라고 한다.
주로 기름에 튀긴 빵과 함께 먹는데 질척질척한 수제비 반죽 느낌에 맛은 우유보다는 콩물처럼 아주 진하고 고소하다.
계속 끓이다 보면 하얀 우유가 콩비지 처럼 서로 엉겨 붙으면서 물과 분리가 되는데 이것을 두부 만드는 것과 같이 면자루 같은 곳에 넣어서
물을 짜내고 적당힌 굳으면 두부처럼 썰어서 말린게 몽골식 치즈인 아롤이다. 아주 딱딱한데 맛은 시큼 털털한 마유주 맛.
고맙습니다. 건강하시고..
소중한 인연. 우리가 다시 만날 날이 있을까?
똘똘하고 잘 웃는 얼굴, 학교에서 인기인기 스타일.. 인사하고 갈려고 하니 타웃산보가 아롤을 한움큼 가져다 줬다. 너도 잘 지내고 있니?
얼마나 열심히 달렸는지 중간 사진도 없다.
둘이 말하지는 않았지만 더이상 트럭 잡아서 울란 가냐고 물어 보지 않았다. 벌써 울란이 3~4일거리인 오르짓 마을까지 왔다.
여기까지 왔으니 그냥 가기로 서로 마음이 통한것이다.
이 개들은 아직도 여기 있네? 우리를 기억하는 건지 짖지도 않고 텐트 주위를 기웃거린다. 뭐 먹을거 안주나 하고..
이날 이동거리 68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