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문명에 대한 컴플렉스가 짙으신 분들의 역 오리엔탈리즘적인 루머가 정설인 것처럼 유포되는 현상이 있는 것 같아 유감입니다만
중국으로 대표되는 동아시아권이 서유럽세계에 앞선던건 중세 초중기 정도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저도 6년 넘게 서유럽에서 유학하면서 학교수업이나 토론에서 유사한 떡밥이 나왔을때 유럽인들이 전혀 수긍하지 않았던 논제였는데다가,
매디슨 앙거스의 실증적인 경제사학 통계만 봐도 역사적으로 중국이 많은 격차로 뒤져온건 사실이라고 보여집니다.
추정 GDP보다 더욱 결정적인 것은 고대와 중세 그리고 근세시절 중국의 금속생산량이 추정 GDP의 차이보다 더욱 현격한 격차를 보여준다는 것.
금이나 은과 같은 환금성 금속 뿐 아니라 철과 구리 같은 에센셜한 생산요소에서 월등히 많은 인구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고대시대부터 엄청나게
동시대 서유럽에 비교해 뒤져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로마의 월평균 철생산량이 82500톤으로 추정되는데 동시기 중국의 통일왕조였던
한왕조의 경우 겨우 5000톤의 생산량에 불과했어요.
동양우월론자들이 결정적으로 주장하는 청나라 18세기 세계은 블랙홀론 같은 말도 다른 각도에서 보면 말이 안되는게,
서유럽에서 중국 및 기타 아시아지역에서 수입되는 기호품 소비를 위해 막대한 지출을 감당할 수 있었고 그 체질이 갖춰줘있었던 반면에
중국이나 기타 아시아 지역에서는 극소수 귀족계층을 제외하고 서유럽에서 생산하는 재화를 일반인들이 소비할 수 있었는가의 문제가.
아편을 제기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아편의 경우에는 합리적인 소비결정을 내릴 아이템도 아니고 서유럽에서 생산되는 재화도 아니었는데다
청나라는 아편무역으로 빠져나가는 막대한 지출로 무너져버렸지요. 영국은 청나라로부터 수입하는 찻잎으로 국가경제가 흔들리지 않았지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중국이 서유럽에 앞섰던 시기는 서유럽의 암흑기와 중국의 황금기가 묘하게 교차하던 중세 초중반 정도에 국한되는
국지적인 패턴이 아니었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