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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하펌] 짜장의 추억
게시물ID : humordata_86429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ice_brain
추천 : 3
조회수 : 946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1/09/01 11:56:04
본인은 국문과 학생이었다. 

당시 MT 관련 문제로 학과 교수님 한분, 과대표, 부과대, 그리고 일반학생 대여섯명과 함께 중국집에서 탕수육을 시켜먹은 적이 있다. 

그때 각자 식사로 짜장, 짬뽕, 볶음밥등을 함께 먹었었는데, 교수님께서 직업 의식이 발동하셨는지 갑자기 중국집의 메뉴 하나하나를 설명하기 시작하셨다.

우선, 짬뽕의 경우 중국식 면 음식이 일본으로 건너가 짬뽕이 되어 그 이름이 한국으로 수입된 것이라는 설명을 하셨다. 우동, 양장피등의 이름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고 마지막으로 짜장면에 관해 상세하게 말씀해 주셨다. 

국문과 교수님답게 짜장면의 표준어는 ‘자장면’이니 자장면으로 발음해야 옳다는 설명을 하셨는데 옆에서 잠자코 듣고있던 중국집 주인이 발끈하며 반박을 했다. (그 양반은 옆 테이블에서 TV를 보고 있었다.)

“짜장면이 짜장면이지 무슨 자장면 이예요? (메뉴를 가리키며) 아니, 그럼 메뉴에도 자장면으로 써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중국집 주인의 반격에 우리 모두가 어안이 벙벙했지만, 교수님께서는 체면 때문이었는지 껄껄 웃으시며 차분하게 설명을 하셨다. 된발음으로 인해 자장면이 짜장면이 되어 버렸지만 표준어는 자장면이기에 될수 있으면 자장면으로 발음해야 된다고...

하지만 중국집 주인도 만만치 않았다. 

자신이 중국집 주인이었기에 짜장면을 자장면이라 말씀하시는 교수님의 주장이 마음에 안들었던 모양이다. 더구나 벽에 걸린 메뉴에 손가락질을 하며 말씀하셨던 교수님의 행동에 아무래도 자존심이 상했었던 것 같다.

“아니, 사천만 국민 모두가 짜장면이라고 말하는데 뭐하러 자장면이라고 해요?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에이 씨발.”

중국집 주인의 말끝이 흐려지면서 약간의 욕설이 들어갔는데, 평소 불같은 성격으로 유명했던 그 교수님이 당연히 가만 계실리 없었다. 결국 교수님과 중국집 주인 사이에 싸움이 났다. (당시 그 중국집의 손님은 우리 일행 뿐이었다.)

우리는 사이에 끼어 어쩔줄을 몰라했고 두분이 목청을 높이며 싸움을 하기 시작했는데 정말 황당함 그 자체였다. 


처음에는 단순히 목소리만 높이던 두 사람의 싸움은 점점 유치한 싸움으로 번져나가 나중에는 그야말로 한편의 코미디를 보는 것 과도 같은 상황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중 : (삿대질을 하며) “야!! 니가 교수면 다야? 좆같은 새끼가 왜 짜장면 쳐먹다말고 시비야”

교 : “뭐? 좆같은 새끼? 야이 씨발놈아!! 내가 언제 시비를 걸었다고 그래? (사전 넘기는 시늉을 하며) 짜장면의 표준어가 자장면이니 그렇게 발음하자는 거지!!”

중 : (발을 구르며) “그러니까 너나 그렇게 발음하란 말이얏!!”
교 : “야!! 목소리만 크면 다야?!! 이 새끼가 어디다 대고 큰 소리야!!”

중 : (한 손바닥으로 다른 손바닥을 치며) "너 몇살이야!!"
교 : "너보다 많아!!"

중 : "내가 더 많아!!"
교 : "니가 뭘 더 많아!! 내가 더 많아!!"

중 : “이 씨발놈이!! 어우 그냥 콱!! (짜장면 그릇을 손에 쥔채로) 짜장면 그릇으로 대갈통을 부셔버릴라!!”

교 :“뭐 이 새꺄?!! (머리를 들이밀며) 그래!! 어디한번 때려봐!! 때려봐!!”

“짝!!” (대머리를 때리는 소리)

중 :“그래 때렸다, 이 새꺄!! 어쩔래!!”

중국집 주인은 머리를 들이밀며 돌진하는 교수님의 대머리를 손바닥으로 한대 때렸다. 말 싸움으로 끝날줄 알았던 일행 모두가 놀랄수밖에 없었지만 중국집 주인도 뒷 일이 걱정되었는지 세게 때린것은 아니고 그냥 ‘툭’ 건드린 정도였다.

교수님의 반응이 중요한 순간이었다.

그런데 교수님께서는 정말 때릴줄은 몰랐던 상황에서 막상 맞고나니 챙피하셨는지, 아니면 무안해서 그랬던 것인지 하여간에 자신이 맞은것을 망각한 척 하며 또 다시 같은 행동을 반복하셨다.

“때려봐!! 이 씨발놈아!!”

“짝!!” (또 대머리를 때리는 소리- 둘이 아주 죽이 척척 맞았다.)

“때렸다, 이 새꺄!!”

완전히 코미디가 따로 없었다. 교수님의 싸움이었기에 애써 엄숙한 표정을 짓고는 있었지만 어지간한 TV 코미디보다 더 웃긴 상황이었다. 


한 차례의 폭력세례가 있고나니 당사자들도 무엇인가 수습이 필요하다고 느낀 모양이었지만, 경찰에 신고하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싸움을 그만두자니 자존심이 상하고...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 서로 할말도 없다보니 잠시 침묵이 흘렀다. (둘다 허리에 손을 얹은채 째려보고 있었다.)

순간 중국집 주인이 정적을 깨며 외쳤다. (할말이 생각났다는 듯이)

“짜장면 먹지마!!!”
“니가 뭔데?!!” 

(중국집 전체를 가리키며) “내가 여기 사장이야!! 먹지마!!”
“사장이면 다야!! 난 손님이야!!”

“그래도 먹지마!!”
“웃기지마!!”

"그럼 돈 내!!"
"못 내!!"

"쳐먹었으면 돈 내!!"
"내가 왜 내!!"

"그럼 먹지마!!" (또 할말이 없어졌는지 계속 우려먹기 시작했다.)
"안먹어!!

"이 개새끼가 먹지마!!" 
"안먹어 씨발놈아!!"

"누가 너보고 먹으래!!"
"안먹는다고!!" (안먹는다고 두번이나 이야기 했는데 계속 뭐라고 하니 억울하다는듯이)

"그러니까 먹지말라고!!
"아!! 안먹는다니까!!" (교수님의 절규속에 억울한 심정이 그대로 배어나오고 있었다.)

서로 싸우다 할말이 없어졌는지 중국집 주인은 계속 먹지말라며 소리를 지르고 교수님은 안먹는다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한번만 말해도 될것을 몇 번씩이나 계속 반복하며 조금이라도 지지 않으려는 두 사람의 모습이 정말 대단했다.

완전히 애들 싸움이 따로 없었다. 하지만 이러다가는 싸움이 더 커지겠다 싶어 우리 일행은 싸움을 말리느라 필사적이었고 요리를 만들던 주방장까지 뛰쳐나와 싸움을 말리기 시작했다. 순간 중국집 주인이 최후의 카드를 꺼냈다. 

“이 개새끼!! 너 경상도 놈이지?!!”

교수님도 지지 않았다.

"경상도 아니야 씨발놈아!!"

"그럼 어디야!! 전라도야?!!" (도대체 그걸 왜 물어보는것인지... 할말이 없으니까 그냥 막 내뱉는 말이 틀림없었다.)
"몰라 이새꺄!!"

"왜 몰라!!" 
"몰르니까 모르지 이 썁쌔꺄!!!!!"
(그때 분명히 들었다. 교수님께서 씹새끼도 아닌 썁쌔꺄라고 한것을...)

"이 좆같은 새끼가, 빨리 말안해!! 어디야!!
"충청도야!!"

순간 중국집 주인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어? 나도 충청돈데?"

중국집 주인이 뜨거운 눈길과 함께 교수님의 양손을 부여 잡았다.

"죄송하외다. 경상도가 아니구려. 나 역시 충청도요."

중국집 주인을 바라보는 교수님의 눈에서 한줄기 뜨거운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러시군요~ 같은 충청도 사람끼리 힘을 합쳐야 하는건데 어찌 이런...."

두분은 서로를 껴앉은채 오열을 토하기 시작했고, 중국집 주방장과 우리는 그 광경을 바라보며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두 분은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눈물자국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맞댄채 키스를 하셨고, 우리는 그 광경을 바라보며 말로 표현하기 힘든 희열감을 느꼈다. 

결국 두분은 같은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했고 현재 결혼기념일 10주년을 바라보며 정다운 부부애를 과시하고 있다. 단지 두분의 사랑이 너무나 깊은 탓에 교수님께서 만성적인 항문통증으로 투병생활 중이라는 것만 빼면.

가끔씩 두분의 집을 방문할 때마다 ‘항문전용 연고크림’을 사다드리고는 하는데 교수님께서 너무 좋아하신다. 

남편때문에 항문 성할날이 없다나?
에구... 적당히 좀 하시지.

두 분의 백년해로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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