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길 자체는 간단했다.
카카오맵 어플에다가 서울특별시 관악구 낙성대동 관악로 12길 109를 찍고 따라가기만 하면 됐으니까.
지도상에, 골목 들어가는 입구에 순보보라는 가게가 있다고 쓰여있어 이정표로 쓰려고 기억해뒀는데
순보보가 영어로 쓰여있을 줄이야...
그 덕에 약 2분정도 그 자리에 서서 해맸다는 것은 비밀.
하지만 9온스 버거 근처에 다다르자, 그 가게가 그 곳에 있다는 것을 알기 전부터 냄새로 이미 가까워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바깥에서부터 소고기 굽는 향기가 났다.
길게 늘어선 줄을 발견하자, '아, 이 집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소하게 풍기는 패티의 향이 줄 서는 나의 식욕을 자극했다.
날이 추워서 기다리는 것이 힘들었다.
창문을 통해 느긋하게 식사중인 사람들이 보이니 기다리기가 더 힘들었다.
기다리는 도중 테이블 하나가 치워지는 것이 보였다.
웬 아가씨 둘이 앉아 식사를 하던 자리.
남은 음식들이 한데 마구 담아져 쓰레기통으로 향한다.
양이 많은걸까.
그렇겠지, 이른부터 9온스 버거니까.
설마 생각보다 맛이 없어서 그런건 아니겠지.
약간 불안해졌다.
기다리며 냄새를 맡다가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고소한 냄새의 정체는 소고기 뿐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뭔가를 튀기는 향이, 그 기름냄새가 고기 냄새와 섞여 달큰하고 부드러운 충족감을 준다.
이건 탄수화물이다.
감자를 튀기는 향이, 그 기름 냄새와 섞여 어딘가 친숙한 향미를 풍긴다.
패스트푸드점에서 맡았던 것과 비슷하지만, 다르다.
뭔가 다르다... 뭐가 다르지?
버터 향이 더 진하다는 것?
아니면 가공육 냄새와 달라서인가?
또 하나, 입간판 사진을 찍는 것을 잊었는데
입간판에는 1테이블당 9온스버거는 하나만 주문할 수 있다고 쓰여있었다.
주문은 9온스 버거 세트와 그릴드 어니언 치즈버거 세트
9온스 버거의 구성.
주문시 감자를 선택할 수 있었다.
웨지와 흔히 아는 후렌치 후라이.
9온스 버거에는 웨지를 주문했다.
그리고 음료는 나의 최애음료 스프라이트
이 은혜로운 패티의 두께와 치즈를 보라.
그리고 그 위에 얹어진 캬라멜라이즈된 양파를 보라.
이건 뚜껑을 열고 양파와 토마토, 피클을 얹은 샷.
작성중인 지금도 침샘이 폭발한다.
저 위에 빵을 덮어 살짝 눌러준 뒤
포크로 깊게 푹 찔러 나이프질 하면
나이프를 든 손에 바삭한 빵 껍질에서부터 부드럽게 썰리는 패티까지 모든 감각이 전해진다.
그저 그 감각만으로 이미 나는 그 버거를 먹고 있다는 실감이 든다.
패티는 단단하게 뭉쳐있는 듯 하지만 씹는 순간 입 안에서 바스러지며 풍미 가득한 육즙을 입안가득 퍼뜨린다
달달한 양파소스와 고소한 치즈까지 가세해, 코와 혀가 모두 육즙에 마비되어 더이상 갈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을 즈음
생 양파의 기습펀치가 약간의 청량감과 함께 입안을 환기 해 준다.
이렇게 되면 입안은 다음 한입을 위한 준비가 끝나버린다.
아쉽다면 웨지감자를 케첩에 찍어 먹어보자.
입 안에 이미 씹히고 있는 버거와 어우러지면 그야말로 환상이다.
이건 그릴드 어니언 치즈버거.
감자는 후렌치후라이로 주문했다.
나올 대 부터 이미 모자를 살짝 벗고 나오는 모습이 여간 섹시하지 않다.
그리고 보이는 볶은 양파는 9온스버거의 그것과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9온스버거의 양파는 모든 즙을 몸 밖으로 내보내 함께 뒤엉키며 하나의 잼과 같이 된 상태라면
이 양파는 투명하게 잘 익어, 씹으면 양파의 그 달달한 즙이 씹는 맛과 함께 베어나오며 입안을 즐겁게 해 준다.
패티의 두께는 9온스버거의 절반보다 조금 두꺼운 정도,
9온스버거의 고기가 너무나도 두껍다는 점 때문에 얇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일반 수제버거보다 두꺼운 것 같았다.
상상해보라, 입안 가득 퍼지는 소고기와 버터, 치즈의 향연
그 와중에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주장하는 달작지근한 양파까지.
완식.
같이 간 동생은 고기 부스러기를 남겼다.
칠칠치 못한 녀석... 쯧쯧.
가격은 모두 해서 29k였다.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충분히 제값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굉장히 맛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