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14살이 된 5키로 정도 믹스에요.
배깔고 기어다니며 제대로 걷지도 못할 때 누가 두고 간 아이를 키우게 되었는데 벌써 14년이 지났네요.
엄마는 막내 딸이라고 엄청 아낍니다.
그런데 저번 주에 혈변을 봤어요.
먹지도 못하고 움직이는 것도 못하고.
원래 우리 강이지가 완전 깔끔쟁이에 깍쟁이라 누가 보면 소변대변도 안 보던 애인데
몸을 못 움직이니 누운 자리에서 볼 일을 보더라구요.
사실 작년에 비장암 판정받고 항암했어요.
암 판정 받을 때, 그대로 두면 한달도 못 살고 항암하면 장담 못한다.
항암 성공해도 1년 정도 더 살 수 있을 거다.
희망이 없다.
이런 소리 듣고도 멀쩡히 살아서 꼬리치는 아이를 그대로 보낼 수가 없어서
가족들이 마음 모아 적금깨고 큰 돈 들여 항암 시작했어요.
항암 하는 동안 정말 큰 고비 많았는데 마지막 까지 잘 버텨주고
사지 마비까지 왔다가 옛날처럼 뛰지는 못해도 걷기는 할 정도로 많이 좋아졌는데.
암이 재발했어요.
지난 번 항암으로 몸이 많이 약해져서 이제 항암도 안된대요.
그렇게 또 몇달이 지나 쓰러지더니 혈변을 보고 몸을 못 가누게되었다더라구요.
저는 타지에 나와 있어서 상황을 잘 몰랐는데
동생이 강아지 상태가 많이 안 좋아졌다고 밤 늦게 연락줘서 다음날 부랴부랴 고향내려갔습니다.
또 저를 보니 그몸으로 비틀대면서 일어나서 꼬리흔드는데 웃다가 울다가 정신 나간 사람처럼 강아지 옆에서 움직이질 못했네요.
병원에서는 방법없다고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다고 하고.
동생은 관도 주문했대요. 이쁘고 좋은 걸로. 그냥 보면 장식품인줄 알 만큼 이쁜 거 샀대요. 돈도 꽤 들었대요.
아빠는 강아지 묘자리까지 봐놨다고 합니다.
작년부터 워낙 암으로 고생을 많이 해서 사실 가족모두 그때부터 마음의 준비는 해왔던 거 같아요.
가장 좋아하던 통조림도, 압력밥솥으로 고아서 갈아낸 소고기도, 그 즙조차 못 먹고 혈변보던 아이가
기적처럼 가족들 밥 먹는데 흰쌀밥 몇알 얻어먹고 기운 차리더니
회사때문에 제가 다시 타지 오고나니 엄마가 사진 보내줬어요.
엄마 무릎에 까지 올라가서 앉았대요.
제가 갔을 때는 건들기만해도 앓는 소리 내며 괴로워해서 저는 안아보지도 못하고 등만 살살 쓰다듬다 왔거든요.
오늘 아침에는 강아지 비스킷 간식 갈아주니 그걸 한개 다 먹었다고 합니다.
단호박 찐 것도 먹었대요.
변도 이제 혈변이 아니라 설사에서 일반 변의 중간 정도 느낌이라고 합니다.
사실 우리 강아지가 우리와 함께 있을 시간이 길지않다는 건 알아요.
지금 함께 보내는 시간도 주어진 것 이상으로 받는 선물같은 시간이란 거 알아요.
아픈데 더 옆에 있어달라고 바라는 게 나쁜 마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엄마 말처럼 날이 따뜻할 때까지라도 더 버텨줬으면 좋겠어요.
요즘은 사람은 100세 시대, 강아지는 20세 시대라는데 우리 강아지는 뭐가 그리 급한지 모르겠어요.
강아지 동영상 많이 찍어두세요.
건강할 때 신나게 뛰는 거, 꼬리치는거, 두발로 서서 재롱부리는 거, 손하는 거, 간식 앞에 기다려하면서 눈치보는 거,
이름 부르면 귀 쫑끗하면서 쳐다보는 거, 뛰어와서 헥헥대며 웃는 거.
너무 다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