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쓴 이(By): staire ( 강 민 형) 날 짜 (Date): 1996년03월02일(토) 23시30분26초 KST 제 목(Title): elcom님께 - 예수를 성토하는 사람 한동안 망설였습니다. 과연 이 글을 쓰고 나면 조용히 넘어갈 것인가? 저도 자신 없거든요. 일단 누구라도 반론을 시작한다면 저 역시 잠잠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어쨌든 원하시는 예를 하나 보여드립니다. 상당히 온건한 것으로 골라서요. 이 시를 쓴 사람은 영문학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누구나 알고 계실...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입니다.
당신이 보는 그리스도의 모습은
내가 보는 모습과는 다릅니다.
당신의 예수는 모든 인류의 친구이지만
나의 예수는 눈먼 사람에게 비유로 말합니다.
- '영원한 복음(The Everlasting Gospel)'에서
의미는 아시겠지요. 예수는 스스로 '천국의 비밀을 아는 것이 너희에게는
허락되었으나 저희에게는 아니 되었나니 무릇 있는 자는 받아 넉넉하게 되고
무릇 없는 자는 그 있는 것도 빼앗기리라 그러므로 내가 저희에게 비유로
말함은 저희가 보아도 보지 못하게 하고 들어도 듣지 못하게 하여 깨닫지
못하게 함이니라'(마태 13:11-13) '이 백성들의 마음이 완악하여 그 귀는
듣기에 둔하고 눈은 감았으니 이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마음으로 깨달아
돌이켜 내게 고침을 받을까 두려워함이라'(마태 13:15)라고 말하여 비유로
말하는 이유가 '감추기 위함'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블레이크는
이 점을 비난한 것입니다. 블레이크가 보기에 예수는 '모든 인류'를 구원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선택받지 못한 자가 '고침을 받을까 두려워하는' 것을
내버려두는 비정한 사람이었던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