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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고 꿀꿀한데 늦은 점심으로 카레라면 먹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소규모 인디팀 신변잡다 풀어본다.
우리 팀은 초기에 3명으로 시작함. 나랑 내 친구랑 친구의 학교 선배.
사실 친구가 선배랑 둘이서만 하려던 거였는데 내가 쫄라서 같이 하게 됨 ㅋ
아무튼 으쌰으쌰해서 사무실도 얻고, 장비도 맞추고, 대망의 첫 게임을 만들기 시작함.
그때 당시에 모바일 판은 하이퍼캐주얼 류가 핫해서 우리도 리소스 아끼고 극단적으로 볼륨 축소해서 빠르게 출시하자! 라는 기세로 작업 들어갔지.
지금 생각해보면 어쩜 그렇게 열정적이었나 싶음. 일주일 마다 세명 똘똘 뭉쳐서 아이디어 회의하고 기획 잡고 컴터 앞에 하루 18시간씩 앉아있고..
아무튼 2달 만에 우리의 첫 게임이 세상에 나왔고, 대다수의 신생 인디 팀이 그러하듯 실패! ㅎㅎ
그래 뭐.,. 첫술에 배부를 수 있겠냐 우리의 첫시도는 괜찮았다. 다음엔 좀 더 상업성있게 만들자. 못했던거 다시 잘 다듬어서 두번째 게임을 내자, 이런 식으로 멘탈을 붙잡아서 차기작 개발에 들어감.
그때쯤이었을 거야 친구 생활비가 떨어진 게
게임을 출시하면 이때동안 개발에 투자하느라 털털 털린 통장을 채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인건비는 커녕 당장 내일의 밥값도 걱정해야할 처지가 되버림.
돈 못버는 건 좋다. 경험삼아 출시했으니 그것도 좋다. 근데 밥을 먹어야 코딩을 하던 뭘 하던 할거 아님.
하여 친구가 선택한게 저 카레가루였음.
사무실에 밥솥은 있었으니, 집에서 보내준 쌀로 밥짓고 커피 포트 물에 카레 가루 풀어서 말아먹기 시작한거임....
그걸 그냥 놔뒀나 싶은데 그 친구 사이라면 알거임. 매번 밥 사줄게 가자고 하는 것도 맘 쓰리거든.
최선의 선택은 개발을 빨리 끝내고 출시하여 돈을 쓸어 담는 거였음.
우리는 서로 눈치 볼것도 없이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함. 셋 다 필사적이었음. 이번 게임이 팔려야 카레에 감자 라도 넣지!! 라는 마인드ㅋㅋㅋ
두두두둥 결과는?
ㅋ..... 비오는 날 생각 나는 썰이 그렇듯 결론만 말하자면 우리의 두번째 게임은 출시 되지 못함.
카레만 주구장창 먹던 그 친구가 결국 멀리 가버렸거든
그 친구가 먹다 남겨둔 카레 가루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음. 유통기한이 한참 지났는데도 아직 못버리는 중임 ㅋ
카레 냄새만 맡으면 카레밥심으로 열심히 타자를 두드리던 그 친구가 생각이 난다.
???: 카레이스키....ㅠㅠ
출처 | http://huv.kr/pds1099631 https://m.dcinside.com/board/game_dev/7568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