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본업이 다르다보니 그런지, 역사책 중에서 명작 소설들과 비견될 만큼 뛰어난 문장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서는 톰 홀랜드가 저술한 페르시아 전쟁,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 정도였죠.
그런데 이제 이 2개를 제치고 8월의 포성이 최고의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상세한 배경설명, 그리고 역사인물들의 성격과 사상, 가치관, 아예 사소한 습관까지 파악하여 그들이 어떠한 생각을 했고 어떠한 판단을 내렸는지,
그들이 옳았는지, 틀렸는지 하나하나 따라가는 모습은 마치 제가 그 시대에 있는 것처럼 긴장감을 더해주었습니다.
읽다가 시간 가는 걸 모를 지경이었죠.
구체적으로 기억나는 장면을 꼽자면, 전쟁 직전 영국의 소극적인 태도에 격분하여 캉봉이 영국의 고위인사들에게
"그리고 명예? 영국은 명예가 무엇인지 이해합니까?"라고 호소하고,
이후 타임즈 기자에게 "영어사전에서 '명예'라는 단어가 지워지는 것인지 지켜볼 것이다."라고 말하는 장면에선 전율했습니다.
(여담인데 프랑스인들은 문장에 능한 것 같더라고요. 에밀 졸라의 나는 고발한다, 혹은 페탱의 재판을 봐도 너무 멋진 말들을 자유자재로 사용함.)
독일의 슐리펜 계획에 말려들어 프랑스군이 연전연패를 하던 암울한 전황속에서, 독일군이 계획을 바꾸고, 갈리에니의 두 참모가 이런 독일의 진로를
추측하다가 동시에 그들이 측면을 드러냈다고 외치는 장면에선 저도 주먹을 불끈 쥐고 소리치고 싶은 기분이었죠.
그리고 프랑스가 이미 패배했다고 단정짓고 군대를 보존하려 전선에서 후퇴하던 영국군을 되돌리기 위해
죠프르가 존 프렌치를 직접 만나서 호소하고, 감동받은 존 프렌치가 울면서 프랑스어로 뭐라고 말하려다가 결국 포기하고,
"젠장. 뭐라고 설명해야 좋을지 모르겠군. 무슨 일이라도 다 하겠다고 전해주시오." 라고 대답하는 장면은 정말....
근데 정작 마른에서 영국군이 꾸물거리다가 독일에게 기회를 주는 게 함정
여러분 8월의 포성 읽으세요. 2번 읽으세요, 3번 읽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