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신라시대 말기 유학자인 고운 최치원 선생의 초상화<사진>가 47년만에 정읍으로 돌아온다.
정읍시는 “국립 중앙박물관에 보관된 최치원 초상화를 장기대여 방식으로 돌려받기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초상화는 최치원 선생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무성서원(사적 제166호)에서 1831년께 제작한 것으로, 보존 처리를 위해 1967년 국립 중앙박물관으로 옮겨진 뒤 돌아오지 못했다. 정읍시는 1992년부터 여러 차례 반환을 요구했으나 이를 증명할 관련 서류가 사라져 지금까지 미뤄져 왔다.
정읍시와 무성서원은 17일 환안 고유제(還安告由祭)를 연 뒤 정읍 시립박물관에서 한 달 동안 이 초상화를 일반인에게 공개한다. 환안은 다른 곳으로 옮겼던 신주(神主)를 다시 제자리로 모시는 것을 뜻한다.
최치원 선생은 통일신라시대 886년 정읍 칠보·태인·산내 일대를 돌보는 태산군수로 재임하며 선정을 펼치고 호남 유교문화의 꽃을 피웠다. 이러한 공적을 기리기 위해 조선 성종 때(1483년) 태산사가 건립됐으며 숙종 22년(1696년)에 무성서원으로 사액(賜額=임금이 서원에 이름을 지어서 새긴 편액을 내리던 일)됐다.
정읍시에 따르면 당초 무성서원에 보관돼 있던 최치원 초상화는 ▲1784년 하동 쌍계사에서 이관한 1점(고려시대 제작 추정) ▲무성서원에서 1831년께에 제작한 1점 ▲1924년 석지 채용신이 모사한 1점(현재 정읍 시립박물관에 기탁 보관) 등 모두 3점이다.
이 가운데 고려시대와 1831년 초상화는 문화재 지정과 보존처리를 위해 1967년 문화재 위원 김상기(당시 무성서원 원장)와 최순우 선생에 의해 국립 중앙박물관으로 옮겨졌으나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았다. 이후 1831년 초상화는 현재 국립 중앙박물관에 보관돼 있으나 다른 한 점은 지금까지도 행방이 묘연한 상태이다.
정읍시 관계자는 “초상화를 돌려받기 위한 오랜 노력이 결실을 본 것”이라며 “무성서원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