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22744 (동아시아에서) 18세기는 새로운 것이 분출하기보다는 기존의 강한 전통이 꽃을 피우는 시기, 거기에 새로운 변화가 부차적으로 있었던 시기다. '우리가 후진적이었기 때문에 시장 경제로 가는 것도 뒤처졌다', 이게 아니라 더 강력하고 나름대로 합리적인 중앙 집권 체제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그걸 뚫고 나가기가 어렵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프랑스혁명이 일어난 1789년 시점에서 기득권층을 2퍼센트라고 했다. 사제 1퍼센트, 귀족 1퍼센트. 98퍼센트의 제3신분이 한 줌도 안 되는 2퍼센트한테 지배당하고 있다고 해서 제3신분의 대표인 부르주아가 들고일어난 게 프랑스혁명이지 않나. 그런데 한 나라의 공론에 참여할 수 있는 집단이 10퍼센트라고 하면, 그 체제의 안정성은 대단했다고 볼 수 있다. 대한민국하고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니까 서로 양반이 되려고 했던 것이다.
(이와 달리) 프랑스에서는 부르주아들이 '먹고사는 것도 저들보다 낫고 교육도 잘 받았는데 왜 내 권리가 이것밖에 안 되느냐'고 여길 수밖에 없었고 그러니 혁명으로 간 것이다. <18세기> 필자 중 한 사람인 김백철 선생은 거긴 개혁을 제대로 못해서 혁명을 당한 것이고 여긴 영·정조 때 나름대로 개혁이 성공해 기득권 체제가 지켜졌다는 이야기를 한다. 거듭 말하지만, 그 층이 10퍼센트 정도면 굉장히 깨기 힘든 체제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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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에서 발간한 '18세기, 왕의 귀환'에 대한 서평입니다.
조선이나 여타 아시아국가에서 서구식 근대화가 대단히 어려웠던 이유에 대해서 단초를 제공합니다. 평소에 제 생각과도 상당히 비슷하구요.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서구식 근대화에 성공한 일본은 조선에 비해 중앙집권 정치체계의 성숙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나라였습니다. 근대화이전에는 그게 약점이었는데, 서구식 근대화에서는 그게 반대로 큰 강점으로 작용했다는게 제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