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주인공은 레스토랑 반대편 테이블에 앉아있던 노신사. 그는, 내가 칼로 자른 소시지를 포크로 찍어 입 안에 넣을 즈음 우리쪽 테이블로 다가왔다. 게르만 특유의 무뚝뚝한 표정으로 그가 던진 영어는 꽤나 어이없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할망구랑 내기했거든. 당신들 중국인이오? 일본인이오?"
라니...입에 다 들어간 소시지를 빼낸 나는 심퉁맞은 말투로 말했다.
"한국에서 왔어요. 코리아. 알겠어요?"
머쓱한 표정으로 등을 돌린 노신사를 향해 눈을 한 번 흘긴 뒤 먹던 음식을 계속 집어먹는데 이 아저씨, 부인까지 끌고와 다시 말을 건다. '취미 한 번 별나시군'. 못 본 척 하며 케첩을 찾던 내게 싱글싱글 웃는 표정으로 다가선 노신사는 이번에도 예상치 못한 질문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