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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 - (부제 : 용쟁호투)
게시물ID : humorstory_19141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슬남이
추천 : 7
조회수 : 911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0/07/07 06:38:11
문득 옛날 사연이 생각나서 올려봅니다. 


제가 고향인 면소재지에서 전투 방위 다닐때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고향 동네 친구 중에 한 놈이 중학교때 자퇴하고 가출해서
나이트클럽 웨이터로 사회 생활을 시작한 좀 껄렁한 놈이 있습니다.

이 놈이 웨이터로 벌이가 쏠쏠했었는지, 군대가 죽기보다 가기가 싫다고 맨날 그러더군요. 이리 저리 면제 받을 방법이 없을까 알아보다가 몸에 큰 문신이 있음 면제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문신을 파서 면제를 받을려고 하니까 전문가한테 문신을 받을려면 거액의 돈이 들어간다더군요. 그래서 동네 친구들이 보이스카웃 정신을 발휘하여 그 녀석을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야매로 친구들이 문신을 파주기로 했던거죠.

어느날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니 저를 동네 양아치 친구들이 불러내었습니다. 앞뒤 영문도 모르고 가보니… 면제 받고 싶은 주인공 넘이 윗도리를 벋고 벌러덩 누워 있더군요. 소주 PET 대자 중 반을 마신채 뻗어 있더군요. 미리 마취를 시켜 놓은거죠…

문신을 따는데 참조할 원본 그림은 낮에 읍내 도서관에 가서 전통 민화 도서 중에서 한 장을 몰래 찢어왔더군용. 용하고 호랑이하고 얽힌 전통 민화였습니다. 저 보고 다른 건 자기들이 알아서 할테니까 등판에 밑그림만 원본 그림 따라서 좀 그려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모나미 흑색 볼펜으로 밑그림을 그려주었습니다. 이왕 해주는거 저의 드로잉 감각을 최대한 발휘하여 혼신의 힘으로 밑그림을 그려주었습니다.(다 그리고 나서 아… 정말 이 밑그림으로 문신을 그릴려나 하는 불안감이 조금 들었지만…) 그 다음에는 다른 넘이 어디서 미장원에서 야매로 눈썹문신할 때 쓰는 기계를 가지고 문신을 파줬습니다.

마취제 대신 소주 댓병을 먹고도 아파 뒤지겠다고 악다구니를 쓰는 주인공을 4명이 억지로 팔다리 붙잡고 몇 시간에 걸쳐 땀 뻘뻘 흘리면서 겨우 끝냈습니다. 구경하는 제가 다 땀이 나더군용… 

사실 원본 그림은 정말 용과 호랑이가 뒤얽혀서 싸우는 그야말로 용쟁호투의 멋있는 그림이었습니다. 위에 제가 올린 이미지보다 몇배는 더 멋있었습니다. 아무리 야매로 동네 친구들이 해준거지만 원본 비슷한 분위기만 나왔으면… 사우나가서 어떤 깍두기 아저씨한데도 쫄리지 않을 포스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문신따위는 구경도 제대로 못한 촌놈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기술도 없었고…자기딴에는 양아치라고 동네에서 문신있는 놈도 겨우 셀프로 “차카게 살자” , “의리(한자 몰라 한글로 씀)” 정도 쓰는 애들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완성된 문신의 결과는 참혹했었습니다. 형체도 겨우 알아볼 수 있지만…
느껴지는 포스는용과 호랑이가 아니라, 
뱀하고 고양이하고 얽혀서 서로 다정하게 포옹하는 문신이 되버렸습니다….. ㅠㅠ


암튼 며칠이 지나 잘가라고 손 흔들어주고 훈련소에 입소했는데…
한달 정도인가 지나서 결국은 면제받아서 집에 돌아왔더군요. 
그런데 면제 사유가…문신이 아니었습니다.

문신으로 면제 받을라면 문신의 면적이 온 몸에 2/3 이상은 되야 되는데, 등판밖에 없어서 면제 안되었다더군요….. 


그 놈의 면제 사유는 정신질환이었습니다.
문신을 파서도 안되니까 결국…. 미친 척을 했던 것이었습니다…
연병장에 흙 퍼먹고, 내무반 침상에 똥싸고 그래서 겨우 정신질환으로 면제 받았다더군요….

그 문신의 주인공은 면제받고 노래방 사장으로 잘 살고 있지만…
지금도 쪽팔려서 아들내미랑 목욕탕도 못 댕기고 있다는 안타까운 후일담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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