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애가 다 사라지다 못해

자기혐오에 빠져서

아무것도 하기 싫고

그냥 조용히 소멸하고 싶다

 

기쁨도 슬픔도 분노도

 전부 다 사라져 버렸다

왠지 살아있는게 존재하는게

누군가에겐 피해를 주는 것 같아서

요즘 시대에 맞게

산신령 대신에 산주인에게

비통하게 애원하며

제발 여기서 살게 해달라고

조용히 지내겠노라 약속하고

조용히 속세를 벗어나고 싶다

 

그런데 그것마저도 산주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닐까

이 세계에서 주인 없는 땅은

우주 말고는 없는 것일까

 

문제를 해결하면 괜찮아질거야

사람이 힘들면 연습하면 괜찮아

라고들 말한다

좋은 해결책이지만

해결하거나 연습하는 동안에

피해를 끼칠게 너무 뻔해서

다른 이에게 상처 줄게 뻔해서

그냥 아무도 몰랐던 사람처럼

기억 속에서 지워지는게

더 좋지 않을까

 

내가 무얼 하든 피해를 줄까 봐

겁이 나는 세상이라

나 빼고 다들 잘 지내는 것 같아서

혼자 조용히 동굴에 들어가고 싶다

 

아 거참 사회생활 어렵네

세상 살기 참 힘들다

내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네

그냥 조용히 사라지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