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총수 김어준씨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죠. 무대로 걸어나올 때부터 시작이라고 말이죠. 오늘 무대에서 그런 걸 여실히 느꼈습니다. 임재범씨에게 느꼈던 아우라가 이분에게도 있더군요.
다른 가수들은 다들 잔뜩 긴장한 상태로 나옵니다. 그래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어느 정도 심사위원의 자세를 갖게 만들죠. 감히 평가가 힘든 가수들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마치 관객이 오디션의 심사위원이 된 것처럼 '열심히 부를 테니 좋은 점수 주세요.', '일단 보고 판단할 테니 잘 부르세요.' 뭐 이런 식의 관계가 은연중에 형성됩니다. 그래서 채점도 까다로워지죠. 심사위원이니까.
그런데 임재범, 인순이 이 두분은 다릅니다. 등장할 때부터 위풍당당. '내가 지금부터 노래부를 거니까 너네들은 열심히 듣고 채점 잘 해보는 거다.' 처음부터 이렇게 시작하니 관객들은 점수를 주는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관객일 수 밖에 없습니다. 심사위원은 듣고 평가하는 사람이지만 관객은 듣고 감동하는 사람이죠. 가뜩이나 노래 잘 부르시는 양반들의 노래를 감동할 준비된 관객의 입장에서 들으니 그 효과는 다른 가수들과는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30% 에 가까운 몰표도 우연히 나오는게 아닌 거죠.
개인적으로 박정현씨도 명졸 앞두기 몇주 전부터는 그 특유의 아우라가 약간은 느껴졌습니다만, 박정현씨의 아우라가 오랜 나가수 경연을 통해 다져온 자신감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라면 이 두분은 첫 무대에서부터 거침없이 발산하신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더군요. 아마 평생을 소리꾼으로 살아온 경험과 자신감이 이분들은 특별하게 만드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확실히 클래스가 다르긴 다른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