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회 인터뷰에서 김윤아가 그랬죠. 노래는 스포츠가 아니다. 순위를 매길 수 없는 거다. 그 인터뷰보면서 약간 불안하기는 하더군요. 저 멘탈로는 힘들 텐데 하고 말이죠.
왜냐하면 나가수는 일단은 순위 매기는 프로그램이거든요. 스포츠처럼 채점 기준 잡아서 고음은 8.3, 성량은 9.6, 뭐 이런 식으로 매기지는 않지만 관객이 느낀 감동의 정도를 가지고 순위를 매겨요. 그러니 일단 나가수의 평가기준은 감동입니다. 그리고 적어도 상대에게 감동을 조금이라도 더 주고 싶으면 적어도 혼신의 힘을 다해서 노래를 해야 하는 겁니다. 흔히 말하는 '열창'이라는 거 말이죠.
여태까지의 무대들을 쭉 돌아보면 가수 본인이 혼자 흥에 겨워서 혹은 제 멋에 젖어서 불렀던 노래들은 얼마나 잘 불렀느냐와 무관하게 여지없이 나쁜 평가를 받았습니다. 반면에 자신의 노래와 감정을 최대한 전달하려고 노력하는 무대는 곡이 생소하고 가수가 실수를 조금 해도 높은 점수를 받았었죠. 나가수라는 무대에서는 열창이 그만큼 중요한 요소라는 겁니다. 임재범씨의 말을 빌자면 그거죠. "완성도를 찾으시는게 아니예요. 공감할 수 있는 걸 찾으시는 거지."
그런데 김윤아는 무슨 생각인지 열창을 안 합니다. 고래 사냥도 그렇고, 뜨거운 안녕도 그렇고, 이번 매직 카펫 라이드도 그렇고. 뭔가 감정을 잔뜩 몰입해서 연기를 잘 한다는 느낌은 있는데 김윤아라는 인간 본인이 정말 필사적으로 열과 성을 다해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인간적인 울림이 잘 안 느껴집니다. 가수가 자신이 가진 역량을 전부 다 쏟아내고 있지 않고 있다는 미묘한 위화감이 은근히 존재하죠. 이거 일종의 자존심이라고 봅니다. 좋은 순위를 받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노래 부르는 것에 대해 저항감이 있는 것 같더군요.
그런데 그러면 안 됩니다. 김건모, 임재범, 조관우, 인순이 같은 최고참들도 부들부들 떨면서 열창하는 무대에서 자우림 정도의 짬으로 무슨 자존심을 챙기나요. 자기 콘서트나 다른 방송무대에서는 그래도 별 상관없지만 전국민이 심사위원인 나가수에서 그런 식으로 행동하면 미운 털 박히기 딱 좋습니다. 자존심 때문에 열창하기 싫었으면 애초에 안 나왔어야죠. 김범수가 나가수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것도 자기가 가진 음악적 역량을 정말 바닥까지 탈탈 털어서 보여주는 솔직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김범수 까지는 바라지도 않지만 적어도 김윤아가 최선을 다해 열창하는 무대를 한번 정도는 꼭 봤으면 좋겠네요. 자우림이라는 밴드에게도, 나가수를 보는 관객에게도 좋은 일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