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구 한마리를 애지중지 키우고 있습니다.
중대형견을 키워보신 분은 으레 그렇겠지만,
밑도끝도없이 시비거는 분들이 참 많았습니다.
이번 최시원 개 사건으로 인해 개에 대한 여러 말이 나오면서
산책을 나가면 살벌한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다짜고짜 욕하시는 분도 많고, 입마개를 안했다고 다그치는 사람도 많구요.
진돗개 키우면서 사실,
이런 논란 전에도 억울하게 욕을 굉장히 많이 먹었습니다.
일일이 나열하자면 제 손가락만 아프니 적지 않겠습니다.
그냥 말씀드리고 싶은건,
여기 오유 동게에 있는 대부분의 견주분들은
사람들이 욕하는 그런 무개념 견주분들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여러 글을 보니 무척 날선 반응이 많아서요.
충분히 조심하고, 이러한 여론때문에 마음고생하시는 분들에게
따뜻한 조언이 비아냥보다 더 필요하지 않을까요.
글 보면서 하나하나 반박하고 싶다가도, 이제 너무 지칩니다.
저는, 그리고 많은 견주들이 정말 조심하고 있습니다.
저는 집을 나가는 순간부터 수배자처럼 주변에 사람이 오면 신경 곤두세우고 숨어다닙니다.
엘리베이터 이용 안한지 오래전이구요.
산책 중 마주치면 사람이 지나갈때까지 수풀에 앉혀놓고 기다리고
아무한테다 달려들거나 짖지도 않지만, 그렇게 방치할 생각도 전혀 없습니다.
아침 저녁 매일 산책을 가는데
매일 한번씩은 꼭 꾸지람을 듣습니다.
저도, 우리 개도 산책을 정말 좋아하는데
이제 산책 다니기 너무 무섭습니다.
사람 그림자만 봐도 조바심나고, 마음은 두근두근 조급하고 매일 체한것 같은 기분이에요.
산책을 안할 수는 없으니 최대한 사람이 없는 곳으로 피해다니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너무 긴장돼서 평소의 절반도 안되는 시간만 간단히 산책하고 들어옵니다.
그러니 너무 다그치지 말아주세요.
타인에게 피해주지 않으려 애쓰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입마개라는 것도 갑자기 씌울 수 있는게 아니에요.
길게는 몇달에 걸쳐 훈련을 통해 익숙해져야 산책시 씌울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 개에게 가장 미안합니다.
어젯밤 주문한 입마개가 와서 적응시킨다고 간식주며 잠깐 채우는데,
벗으려 발버둥치다 안벗겨지니까
세상 억울하고 슬픈 표정으로 이거 왜 끼워놓은거냐고 쳐다보는 것 같은 눈빛에
요며칠 억울하게 일방적인 욕설과 화를 받아냈던 기억,
미안함 같은게 다 어우러져 펑펑 울었습니다.
솔직히 너무 지치네요.
무인도에서 우리 개랑 둘만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