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이균성 특파원] IBM이 인간의 두뇌와 같은 원리로 작동되는 컴퓨터 칩 프로토타입을 개발했다고 18일(현지시각)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 칩은 인간 두뇌의 뉴런(neuron)과 시냅스(synapse) 구조를 모방한 것이다. 뉴런과 시냅스는 인간이 외부의 자극을 받아들여 학습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신경계의 기본 단위로 컴퓨터 구조에 이를 모방했다는 것은 컴퓨터가 외부 신호를 스스로 판단하는 '인지 컴퓨팅(cognitive computing)'에 더 가까와졌다는 뜻이다.
뉴런은 세 부분으로 나뉜다. 신경세포체, 수상돌기 및 축삭돌기가 그것이다. 이들 돌기 사이에서 신호를 전달하는 부분을 시냅스(synapse)라고 한다.
IBM은 이번에 2개의 프로토타입 칩을 개발했는데, 인간 두뇌에서 뉴런이라 할 수 있는 노드(nodes, 혹은 computational cores)를 256개씩 갖고 있다.
이중 한 개의 칩은 26만2천144개의 프래그램 가능한 시냅스(programmable synapses)에 열결돼 있고, 또 다른 칩은 6만5천536개의 학습 시냅스(learning synapses)에 연결돼 있다.
이 칩 개발의 책임자인 IBM의 다르멘드라 모드하 연구원은 "이번에 개발한 칩은 기존의 '폰 노이만 컴퓨팅'을 극복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폰 노이만 구조'로도 불리는 기존 컴퓨터 구조는 기억 장치(메모리), 중앙 처리 장치(CPU), 입출력 장치(IO) 등 3단계 구조로 돼 있다. 명령을 순차적으로 수행하기 때문에 고속 컴퓨터를 설계하는 데 한계를 갖는다.
모드하는 기존의 폰 노이만 구조의 컴퓨팅과 이번에 IBM이 개발한 뉴로시냅틱(neurosynaptic) 구조 컴퓨팅의 차이에 대해 비유적으로 설명했다.
모드하는 "미국 전체에서 먹고도 남을 만큼의 오렌지를 플로리다에서 생산하는데 문제는 이를 미국 전역으로 수송하는 데 엄청난 비용이 든다는 게 폰 노이만의 구조의 한계였다"며 "뉴로시냅틱 구조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오렌지 나무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각자 자신의 오렌지를 따먹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모하드는 그러나 "이 칩이 획기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진정으로 인지컴퓨팅이라고 할 수 있는 시스템은 7∼10년 뒤에야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IBM은 이와 관련 100억개의 뉴런과 10조개의 시냅스를 갖고 있지만 1㎾의 전력과 2ℓ가 넘지 않는 부피를 가진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번 칩 개발에는 IBM 외에 콜롬비아, 코넬, 캘리포니아대학 등의 연구원들이 참여했다. 또 미국 국방부 산하 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연구비를 투자했다. 이번에 새로 2천100만달러를 투자키로 했으며 지금까지 투자한 금액은 4천100만 달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