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 |
|
고대의 유대인들은 바다와 땅과 하늘에 사는 커다란 괴물들이 한 마리씩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들이 상상한 바다의 괴물은 레비아탄이고, 땅의 괴물은 베히모스였으며, 그리고 하늘의 괴물은 지즈(Ziz)였습니다.
지즈는 유대인들의 전설에 등장하는 새였습니다. 그 크기가 얼마나 큰지, 한 번 날개를 펼치면 해를 가려서 세상을 어둡게 만든다고 여겼습니다. 유대교의 율법학자인 랍비들은 지즈가 페르시아 신화에 나오는 전설의 새인 시무르그와 비슷하게 생겼다고 주장했으며, 반면 현대의 학자들은 지즈가 수메르 신화에 나오는 신성한 새인 안주나 고대 그리스에서 영원히 산다고 믿었던 전설의 새인 피닉스와 비슷하다고 여깁니다.
바빌로니아에 살던 유대인들이 아람어로 쓴 문헌인 아가다(Aggadah)에서는 지즈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지즈는 신이 세계를 만든 5번째 날에 창조되었으며, 모든 새들을 다스릴 권한을 (신으로부터) 받았다. 지즈는 모든 바다 생물들의 왕인 레비아탄 만큼이나 거대하다. 지즈의 발목은 땅에 닿고, 지즈의 머리는 하늘에 이른다.
지즈의 알도 지즈만큼이나 커다란데, 목수의 도끼가 지즈의 알을 다 긁으려면 7년이 걸리고, 지즈의 알이 땅에 떨어져 부서지면 거기에서 나온 물이 60개의 도시들을 휩쓰는 홍수를 일으킨다.
레비아탄과 마찬가지로 지즈는 세상의 종말이 올 때, 신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그 고기는 신을 믿으며 경건하게 살아간 사람들에게 음식으로 대접된다."
그런가 하면 1698년 영국의 학자인 험프리 프라이드(Humphrey Prideaux)는 지즈를 하늘에 사는 커다란 수탉처럼 묘사했습니다. 그리고 매일 아침마다 큰 소리로 울어서 해가 뜨는 날짜를 신에게 알려준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거대한 새인 지즈의 정체에 대해 흥미로운 가설이 있는데, 바로 아프리카 동남쪽의 섬인 마다가스카르에 살았던 커다란 새인 코끼리새가 무역 상인들에게 알려지면서, 그들의 입을 통해 "남쪽 바다 건너에는 아주 큰 새가 산다! 그 새는 하늘의 해를 가리고 코끼리를 사냥할 만큼 크다!"라고 부풀려지면서 지즈가 탄생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코끼리새는 그 크기가 거의 3미터에 이를 만큼 커다란 새니, 충분히 그렇게 과장될 만합니다.
출처 | 중동의 판타지 백과사전/ 도현신 지음/ 생각비행/ 271~273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