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맥주 전문가로 만들어드립니다.
맥주전문점에 가서 전부 마실 필요는 필요 없습니다. 메뉴얼만 숙지하시면 됩니다.
일단 맥주 전문가가 되려면 좋아해야 하는 매장들이 몇 군데 있습니다.
자가제조맥주을 이야기할 때 옥토버나 플래티넘을 꼽아선 안됩니다.
그런 곳들을 꼽는 것은 다른 맥주 전문가들에게 무시당할 수 있습니다.
제일 무난한 메뉴얼은 오킴스 정도입니다. 오킴스가 어디 있는지 몰라도 괜찮습니다.
그저 매장에서 병맥주를 따로 구입할 수 있다는 사실 정도만 기억하면 됩니다.
그리고 절대 무한리필 때문에 간다고 말하시면 안됩니다.
에일은 레페보다는 듀벨, 필스너는 파울라너보다는 우르켈이 좋다고 해야 합니다.
라거로는 스텔라 아르투아 정도 추천드립니다.
세계맥주집에 가서는 KGB, 크루져같은 RTD를 홀짝이는 옆 테이블을 까대며 크롬바커를 좋아하십시오.
일반 호프집에서는 밀러, 벡스, 코로나 등 메뉴를 훑어보며, '런던프라이드가 없네'하시며 아쉬워하며 하이네켄을 주문하시면 됩니다. 런던프라이드를 어디서 파는지는 몰라도 괜찮습니다.
눈물을 글썽거리며 호가든이 수입되던 시절이 그립다고 얘기하면 당신은 이미 전문가!
물론 에딩거나 바이엔슈테판과 비교하여 말할 필요는 없습니다.
얼굴을 찡그리며 기네스가 정말 맛있느냐고 물어보는 사람에게 레페브라운을 권하면 아마 스승으로 모실겁니다.
대학가에서 생맥주로 주문하실 때 메뉴에 밀러가 보이면 그걸로 주문하고 맛을 본 후, '아..또 카스거품얹어서 내왔네'라고 클레임 걸면 알바는 물론 주변테이블까지 굽신굽신.
아시아맥주 이야기 할 때, 절대 아사히의 아도 꺼내시면 안 됩니다.
일본은 무조건 기린맥주입니다. 수퍼 드라이 그런거 없습니다.
물론 아사히 프라임 타임의 단종을 아쉬워하며 건배하시는건 유효합니다.
그밖에 삿포로, 산미구엘 정도는 곤란하고 칭따오, 은하고원 정도는 가능합니다.
그리고 에비스 더 호프가 그럭저럭 마실 만 하기는 하지..정도의 멘트만 날리세요.
세계맥주집에 가서는 그저 '조선호텔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가 ㅎㄷㄷ 했더랬지'하면서 입맛을 한 번 다셔 주십시오.
국내생산맥주 중에선.. 호가든은 절대 안 됩니다. 차라리 버드와이저라고 말하는게 낫겠네요.
공장에서 암반수을 쓰는지, 제조과정에서 물을 타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다 고만고만한데 맥스가 그나마 나은수준이라고 슬쩍 웃으며 얘기하면 됩니다.
전주에서 가맥이 좀 맛있었지..라고 하시면 맥주 경력 10년 정도는 먹고 들어갑니다.
생맥주는 더 간단합니다. 피쳐말고 무조건'500'으로 주문 하시면 끝납니다.
지금까지 먹어 본 맥주 중 어떤게 제일 맛있었냐는 질문에,
일본맥주박물관 관광하면서 마신 생맥주, 유럽배낭여행중에 우연히 마신 이름모를 체코맥주라고 얘기하시면 안 됩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었던 맥주는 진지공사한다고 작업하는데 중대장님이 수고한다며 꺼내준 맥주'라고 시크하게 말해 주세요.
대충 이 정도입니다.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주먹기 싫어서 맥주에 취미를 갖게 되었다고 절대 고백하지 마십시오.
캐무시 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