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짠바람과 습기 가득한 제주에 녀석은 기적처럼 제게 왔습니다.
너무너무 행복하고 너무너무 열받고 너무너무 사랑스럽고 너무너무 기뻣던 모든 일거수일투족에 그 녀석이 함께 있었습니다.
2017년 10월 12일, 저는 녀석들을 버렸습니다.
김포공항 화물청사에서 25kg의 거구로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주변을 살피며 제게 몸을 기대던 녀석을 케이지 안에 구겨넣고 통할리 없는 거짓웃음으로 녀석에게 거짓말을 했습니다.
잘 가라고, 또 보자고요.
사랑한다고, 고마웠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습니다. 같이 동행했던 친구가 울보라고 놀릴 것 같았습니다.
제 새끼 조차 온전하게 스스로 보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몸이 너무나도 원망스럽고, 녀석들을 끝까지 반려하고자 했던 스스로가 너무나도 가식적이고 경멸스러워서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리고 집을 청소 했습니다.
이 때 까지 한 번도 개 누린내가 떠나지 않던 제 거처에 홈스타와 락스 냄새가 진동을 하다 이윽고 녀석의 냄새는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아아.. 다시는 맡을 수 없는 녀석의 냄새가 사라져 갑니다.
오늘 저녁 너무너무 출출한 야밤에 생각없이 오뚜기짜장을 데워 대접에 비벼먹었습니다.
녀석이 있었습니다.
항상 우리집을 가득 채우던,
한 걸음 한 걸음 마다,
쇼파에도,
침대에도,
옷에도 있던 녀석이,
김포공항에서 우도로 날려버렸던 녀석이,
홈스타와 락스로 지워버렸던 녀석이
제 밥그릇에 살포시 앉았습니다.
사실 보내기 싫었습니다.
죽을 때 까지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
너무너무 미안합니다.
죽을병만 아니었다면 죽을 때 까지 함께 할 수 있었을텐데요.
제 탓이지요.
자세한건 이야기할 수 없지만 저는 이 때 까지
제 반려자를 세상 천지에 둘 도 없는 쓰레기같은 괴물로 만들었고,
가정을 잃었고,
직장을 잃었고,
집도 잃었고,
차도 잃었습니다. 아참, 주변 몇몇의 사람들도 잃었지요.
그나마 남아있던 이 녀석 만큼은 어디에도 보내지 않을거라 다짐했었습니다만..
현실이란게 제 다짐정도는 아주 우습다는듯 뭉게버립니다.
이대로 죽던지, 아니면 보란듯이 이것도 저것도 툭툭 털고 일어나서 아프기 전의 제 멋진 모습과 일상을 되찾고 싶습니다.
그리고 녀석이 좋아하는 사료를 제 몸에 이고 당당히 찾아가고 싶습니다.
염치없지만 너는 항상 내 가슴에 있었노라고..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는데 미치겠네요.. 제가 미쳤나봐요.. 어떻게 그 녀석을 보냈을수가 있죠.. 미친새끼..
건강해져서 꼭 녀석들의 행복한 미래를 빌어주고 싶습니다.
우도에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일 년에 한 두번 정도는 찾아가서 녀석을 안아줬으면 좋겠습니다.
그 정도로 건강해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