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백종원씨에게 대실망을 했네요.(방송 탓이 크겠지만 정보 전달자는 백종원이니깐..)
백종원 방송을 보고 십수년 전에 한번 먹어 본 뒤, 이번에 두번째로 가게 되었습니다.
전 매운걸 잘 못 먹는 편인데 당시에도 워낙 유명한 집이라 일행에게 끌려서 가게 됐었거든요.
그 때 그 지옥의 경험을 도저히 잊을 수가 없습니다.
떡을 딱 한 입 베어 먹었는데 몇 초 지나지 않아 온 몸이 지글지글 끓기 시작하고, 12월이었음에도 얼굴에서는 유전 터지듯 땀이 솟아났습니다.
관자놀이를 꾸욱 누르는 듯한 느낌과 얼굴이 찌그러지는거 같은 고통, 그리고 정수리가 쪼개지는 줄 알았습니다.
엄청 화가 나고 혀는 소금 덮힌 미꾸라지 마냥 이리저리 혼자 막 꼬여 말도 잘 안 나왔습니다.
떡 반개, 딱 한 입 먹었을 뿐인데... 1분이 1시간 처럼 느껴질 정도로 시간이 안 흐르더라구요. 한마디로 죽을 뻔 했습니다..
방송을 보고 난 뒤, 그 때 보다는 훨씬 매운걸 잘 먹게 되었고(그래봐야 생초짜, 많이 쳐줘봐야 일반인) 옛 생각이 나기도 해서 찾아 가 봤습니다.
아주 큰 용기를 내어 떡복이 1인분을 시켜서 먹었는데... 그리고 굉장히 긴장을 하며..
그런데 그다지 안 매웠어요..
혀 끝만 찌릿찌릿 하고 베트남, 중국에서 먹었던 향신료의 매운 맛 같은 느낌이 강했습니다.
뭔가 매운 맛이 목구멍으로 지나가기는 하는데 그저 견딜만한 매움이었습니다.
십수년 전 느꼈던 '정말 매운' 맛은 1%도 없어 보였어요.
또 다른 점은, 처음 그 가게를 갔을 때 주위 사람들도 죽어 나가는 사람이 굉장히 많았었습니다.
그걸 보면서 나 말고도 매워 죽는 사람이 많구나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에 갔을 땐 몇몇이 스읍, 스읍 하긴 해도 정말 아무렇지 않게 떡볶이를 먹고 있는 것을 보고 내심 놀랐습니다.
제가 직접 맛을 보고 나니 그 광경을 보고선, 세월이 흘러 사람들의 입맛이 강렬한 매움에 면역이 되어서라고는 생각이 안 드네요.
방송에 나왔던 떡볶이와 제가 먹은 떡볶이의 비주얼도 많이 틀렸습니다.
방송에서는 국내산 청량고추만으로 매운 맛을 낸다고 하던데 제가 먹은 떡볶이에서는 인공적인 매운 맛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원재료비가 비싸져서 대체품을 사용하다가 방송 촬영을 온다고 하니 백종원씨에게 본래의 매운 떡볶이를 만들어 준게 아닐까 추측을 해 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처음 먹었을 때의 맛과 이번에 먹었던 맛이 이렇게 다를 수가 없다고 생각이 되네요.
주위 사람들에게서 가끔 듣는 얘기도, 백종원 3대천왕에 소개된 집에 가 봤더니 그렇게 극찬할 정도의 맛은 아니더라고 하던데...
방송에서 소개하는 맛집들을 점점 더 믿지 못하게 되어 가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