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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놈의 막귀 타령 좀 그만 했으면 좋겠네요
게시물ID : nagasu_387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제피르팔콘
추천 : 14
조회수 : 704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1/08/15 05:42:06
성량 크고, 고음 잘 지르고, 기교와 퍼포먼스 화려할수록 상위권 차지하는거 때문에 청중평가단이 막귀라는 소리가 자주 나오더군요. 하지만 그건 솔직히 뭣도 모르는 비난일 뿐입니다.


당연하죠. 거기 나와있는 가수들은 허접한 아마추어가 아니라 일단 노래로는 한가닥씩 하시는 분들이고, 선곡하는 노래들도 대개 대중적인 검증이 끝난 곡들이거든요. 명곡들을 명가수들이 불러재끼는데 이 와중에 세명만 골라라 이러면 정말 쉽지 않습니다. 슈퍼스타K니 위대한 탄생이니 하는 프로그램에 나오는 아마추어들이야 실력 차이가 눈에 보이지만 데뷔 경력 10년을 오가는 나는 가수다급 가수들 사이에 실력 차이가 나면 얼마나 날까요.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뭔가 시선을 잡아끌기 위해서는 강렬한 임팩트가 있어야 하거든요.




성량도 안 크고, 고음도 못 지르고, 기교도 퍼포먼스도 없다면 도대체 뭘 가지고 어필할 수가 있을까요. 감성? 감성 좋죠. 그런데 감성이라는거 사람마다 다 제각각입니다. 게다가 나는 가수다의 청중평가단은 10~50대 이상의 남녀노소가 고루 섞여있죠. 10대 여고생과 60대 할아버지가 가진 감수성의 공감대를 찾아내기가 그렇게 만만한 일일까요. 60대 할아버지가 향수를 느끼고 눈시울을 붉히는 대상에 10대 소녀는 촌스럽다고 눈쌀을 찌푸리고, 10대 소녀가 멋지다고 열광하는 대상에 60대 할아버지가 경박하다고 호통을 치는 일은 그다지 생소한 상황이 아닙니다. 아니, 오히려 이런 일이 압도적으로 더 많죠.


이렇게 다양한 감성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골고루 높은 득표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감성'만' 가지고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알기 쉽고 눈에 보이는 기준이 작용을 안 할 수가 없어요. "야~ 저 사람 목소리 참 쩌렁쩌렁하네" 라든지 "와~ 어떻게 저런 고음을 지르지" 하는 직접적인 요소들은 누구나 수긍할 수 밖에 없거든요.




납득이 잘 되지 않는다면 영화를 생각해보면 됩니다. 극적인 시나리오에, 화려한 캐스팅에, 압도적인 특수효과로 무장한 블록버스터 영화들은 기본적으로 사람이 몰립니다. 차량이 고속으로 질주하고 건물이 펑펑 터져나가는 장면에는 사람들이 대개 쾌감을 느끼거든요. 그래서 블록버스터 영화가 관객 10만 동원하는 건 별로 이야기거리가 아니죠. 하지만 그런 눈에 띄는 임팩트 없이 그저 관객의 감성에 호소하는 독립영화들은 관객 10만 넘어가면 큰 화제가 됩니다. 애초에 기대하는 관객수가 다르다는 이야기죠.


그러면 이렇게 물어볼 수 있겠습니다. 블록버스터나 보고 독립영화는 자주 안 찾는 관객들이 '수준이 낮은' 겁니까? '막눈'인 걸까요? 그렇게 딱 잘라말하긴 힘들겁니다. 아마 '청평단 막귀 색휘들 ㅉㅉ' 하고 비웃는 사람들도 극장가서 블록버스터랑 독립영화 걸려있을 때 기왕이면 블록버스터 찾아들어가는 것에 익숙할테니 말이죠.




가급적 관객들의 공통분모를 최대한 찾아내서 그것에 어필하려고 노력하는 것, 그리고 아무래도 직접적이고 눈에 보이는 기준에 어필을 크게 할수록 대중적인 관심이 더 모이는 건 그런 점에서 당연한 겁니다. 이건 청중평가단이 가진 문제점이 아니라 다양한 인생을 살아가기 때문에 감성의 형태가 제각각 다를 수 밖에 없는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대중예술이 가진 특징입니다. 옛날에야 귀족 몇명의 취향에만 맞으면 귀족들이 예술가의 삶을 책임졌지만 이제는 그런 특권 계급이 없거든요. 한 장에 만얼마씩 하는 CD, 한 곡에 몇백씩 하는 음원들을 최대한 많이 팔아야 생계가 유지됩니다. 대중이 예술가의 삶을 책임지고 있는 거거든요.


그러니 적어도 나는 가수다를 보면서 청중평가단을 막귀라고 욕할 거면 그냥 대중음악은 안 들으시면 됩니다. 굳이 '최대한 많은 사람들' 다시 말하면 '대중'에 호소하지 않아도 되는 순수예술 장르도 찾아보면 많거든요. 그런 장르를 찾아가시면 그 고매하신 취향에 잘 맞을 거예요. 굳이 피차 불편한 동거를 계속할 필요는 없잖아요. 안 그렇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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