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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bestofbest_1883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날고싶은아이
추천 : 249
조회수 : 7045회
댓글수 : 31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07/10/11 22:21:42
원본글 작성시간 : 2007/10/11 12:46:54
사기를 당했습니다.
그것도 제가 가장 존경하는 형님에게 당했습니다.
얼마냐 구요? 660만원..
많은 돈이 아니라구요? 저한테는 많습니다. 먹고싶은거 안먹고 사고 싶은거 안사고 모은돈입니다. 마누라가 외식하자고 졸라도 버티고 친구들하고 술먹을때도 실실 빼면서 모은돈입니다. 전기세 아껴서 수도세 아껴서 핸드폰비 아껴서 모은돈입니다. 우리 마누라는 핸드폰도 없습니다. 유치원생도 있다는 핸드폰.. 요금이 아까서 없애버렸습니다. 우리아들은 분유,이유식도 안먹이고 컸습니다. 분유값 아까워서 모유먹였고 이유식 사먹이기 비싸서 걍 밥먹였습니다. 애옷은 처제들이 사주고 .. 애보험도 부모님이 넣어주십니다.
그렇게 모았습니다.
저는 호주머니 털어.서.. 먼지는 아니고 200원있네요..
저는 지값이 없습니다. 혹시나 지갑이 있으면 돈을 넣어 놀까봐 돈을 넣어놓으면 쓸까봐.. 지갑이 없습니다.
그렇게 모은돈을 사기당했습니다.
아깝냐구요?
아깝습니다. 그런데 그 아깝다는 생각.. 하루 반나절만 했습니다.
원래 결단과 행동이 빠른 사람이라 걱정을 오래 붙들어 놓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오래 제 마음을 아프게 하는것이 있었습니다.
미안함!!!
그것입니다. 돈을 사기 당했는데 미안합니다.
결국엔 내돈도 안되었을 그 얼마안되는 돈을 모으기 위해..
나는 사랑하는 마누라에게 선물 하나를 사주지 못했고
친한 친구에게 멋진 술한잔도 사주지 못했으며
부모님에게 한약 한재 아니 용돈 한번을 드리지 못했고
눈에 넣어도 안아플 우리아이에게 맛나고 이쁘고 멋진 것들을 사주지 못했습니다.
미안합니다.
이제야 깨닫습니다.
나를 사랑해 주고 나를 지탱하며 살아가는 이들을 행복하게 해주지도 못하면서 까지 그깟 몇푼을 모아봐야
결국엔 행복하지 않다는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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