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미국에서 가방 빼앗겨서 울며불며 오유에 글을 올렸던 오유징어입니다.
제 글을 처음 보시는 분들을 위해 있었던일을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현지시간으로 6월 4일 토요일 오후 5시쯤 길을 걷던 중 흑인노숙자 2명에게 가방을 빼앗겼고
돈, 여권, 신용카드, 노트북, 디지털카메라 등 정말 중요한 것들을 다 잃어버렸습니다.
다행스럽게도 핸드폰으로는 지도를 보면서 걷고 있는 중이어서 핸드폰만은 지켰습니다! (이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보스턴-뉴욕으로 이동 중이었는데,
예약해둔 숙소의 숙박비, 이동할 교통비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뉴욕에 가야 하는 상황이었고 핸드폰은 거의 방전이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충전기도 전부 잃어버렸습니다)
한국에서 미리 예약했던 메가버스를 타고 이동을 하면서 ..... 정말 무섭고 막막했습니다.
부모님한테 말해봤자
당장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없는게 뻔하고 주말 내내 걱정만 끼쳐드릴까봐 말씀 안드리고
제일 친한 친구에게 이야기를 했지만, 당장 무언가 딱히... 어찌할 방도가 떠오르지를 않았습니다.
버스안에서 사람들 다 자는데 혼자 숨죽여서 울었습니다.
그 시간동안은 정말 아무생각도 안나고 눈물만 났습니다.
그러다가 오유에 도움의 글을 올렸고
많은 분들이 글을 보시고 많은 위로와 격려, 그리고 필요한 정보들, 조건없는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주셨습니다.
댓글중, 영사관에 전화를 해보라는 조언을 해주신 분이 계셔서 우선 영사관 콜센터에 전화를 해서 제 상황에 대해 설명을 했더니,
'영사관에서는 월요일에 오면 일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겠다' 라는 답변을 해왔습니다.
월요일까지만 버티라고 했습니다.
그 때가, 하필이면 토요일이라 당장에 도움을 받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 와중에 핸드폰이 방전되어버렸습니다.
더 눈물이 나더라구요..
제가 자꾸 우니까 제 옆자리에 앉아있던 미국인이 괜찮냐면서 말을 걸어왔습니다
그래서 상황을 이야기했더니 너무 안됐다며 자신의 지하철카드를 줬습니다.
숙소까지 갈 수 있는 상황이 되었죠.
11시에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무일푼으로 숙소로 향했습니다.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이었던것 같아요
딱히 떠오르는 다른 방법도 없었구요............
지하철 역에 도착해서 캐리어를 끌고 계단을 오르고 있었는데
할머니 한 분이 한손에는 강아지를 안고 한손으로 짐을 들고 손잡이까지 잡고 올라가고 계셨습니다
제 캐리어를 올려다 두고 내려가서 짐을 들어드렸더니 고맙다고 하시면서 그 할머니와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마침! 제가 묵고 있는 호스텔에 지내고 계셔서 그 분과 숙소까지 동행을 했습니다.
가는 동안 오늘 겪었던 일에 대해 말했고
저를 불쌍하게 여겨주셨어요.
그래서 체크인 하는 동안 옆에 계셔주셨는데
호스텔에서는 선불을 내지 않으면 체크인이 안된다고 미안하다고 했고
그 할머니께서 자신이 돈을 빌려주겠으니 우선 체크인을 하고 나중에 달라고 하셨습니다.
월요일 영사관에 가서 돈을 송금받으면 바로 돌려드리겠다고 약속드리고 연락처를 교환하고
무사히 숙소에 체크인 했습니다.
그 간이 거의 새벽 한시쯤 되었던 것 같네요.
하...............
누워있는데 잠도 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충전기도 없어서 핸드폰도 할 수 없었고
멍하니 누워있는데 참 제 상황이 믿어지지도 않았고 그와중에 도와준 사람들이 고마웠습니다.
그날 밤에 정말 오랫동안 많은 생각을 하다 잠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날 아침, 날이 밝자 호스텔에 묵고 있는 사람들이 하나 둘 일어나기 시작했고
저는 그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핸드폰 충전기를 좀 빌려달라고 했습니다.
충전기를 빌려서 오유에 로그인하는 순간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정말 많은 분들이 도와주겠다는 댓글을 남겨주신 겁니다.
그 중 호텔을 예약해주신다는 분이 계셔서 정말 염치불구하고 연락을 드렸습니다.
도움이 정말 절실했습니다.
그 분은 제가 글쓴이 본인이 맞는지만 확인하고 바로 숙소 예약을 진행해주셨습니다.
원하는 숙소가 있는지 장소는 어디가 좋은지 물어봐주셨고, 저는 정말 아무데나 괜찮다고 했지만
도와주는 사람입장에서 마음편히 도와주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그 분 덕분에 정말, 안전하고 편안한 숙소에서 머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에게는 기적같은 일이었습니다.
그 날,
현지시간으로 일요일이죠, 숙소 이동을 하고 혼자 방안에 있는데
너무 안심이 되었는지 대낮에 꽤 오랜시간 잠을 잤던 것 같습니다. 밖에 나갈 엄두는 아직 나지 않았기도 했구요.
잠을 자던 도중 숙소를 예약해주신 분이 다시 연락을 주셨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돈이 없어서 밥을 못먹을 것 같으셨는지,
저녁이라도 먹으라며 자신의 결제정보를 주셨습니다.
감사의 마음을 다 표현할 수 없을만큼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오유분들도
댓글로 계속해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셨고 모두들 자신의 일인양 함께 걱정하고 응원해주셔서
정말 심리적으로 상당히 안정될 수 있었습니다.
일요일은 그렇게 방에만 있다가 월요일 날이 밝았습니다.
영사관부터 가야해서 아침 일찍 서두르고 있었는데 숙소를 잡아주신 분이 연락을 주셨습니다.
달러를 전해주신다고 하셨습니다.
뉴욕에 계신 분이 댓글을 달아 도와주고 싶다고 하셨는데, 그분께 달러를 보내서 제게 전달을 부탁해주신겁니다.
아...
이렇게 제가 큰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뉴욕에 거주하고 계신 오유비둘기님(닉언죄ㅠ)과 직접 연락을 해서 영사관에서 만나기로 하였습니다.
우선 영사관 볼일을 먼저 보고 있기로 했는데
여권신청하려면 수수료가 필요했습니다.
한국으로 송금서비스신청하는것은 1회만 가능한데 하필, 부모님인터넷뱅킹을 사용하는 은행은 전산통합으로 아예 거래가 안되었고,
다른 은행업무는 다 끝날시간이라 한국 날이 밝을때까지 돈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만약 도움 못받았으면 또 여권재발급이나, 송금받는데에 시간을 많이 빼앗겼을겁니다ㅠ
그래서, 오유비둘기님을 기다렸다가 감사한 돈을 받아서 처리를 하려 하는데 전달해주신 돈에 또 본인의 돈을 더해서 주셨습니다.
전달해주신것만으로도 너무너무 감사한데... 적은 금액도 아니었습니다..정말 몸둘바를 모르겠더라구요
정말 감사한 그 돈으로 여권을 신청하고 전날 숙박비를 해결했습니다.
배고팠는데 그 유명한 쉑쉑버거도 먹었구요.
메트로박물관에 들어가서 고흐의 작품도 감상했습니다.
제 닉네임이 고흐 작품에 자주 나오는 cypress tree에서 따온거거든요. 정말 좋아하는 화가의 작품을 제 눈으로 직접 보다니.
온몸에 소름이 끼쳤어요
불과 하루 전만 해도,
아무 희망도 없고 집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는데...
도와주신 분들 덕분에 너무 행복한 뉴욕 여행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월요일은 박물관에서 거의 모든 시간을 보내고
날 어두워지기 전에 서둘러 숙소에 돌아왔습니다.
화요일은 오전에 레미제라블을 예매하러 갔습니다.
러쉬티켓이라고 해서 아침에 선착순으로 당일공연 남은 표를 싸게 파는데, 아침 10시에 오픈한다길래 한시간 일찍 도착했더니
이미 제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더라구요.
불안했는데 다행이 티켓을 구했습니다. 저는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최소 3개 보는걸 목표로 했었는데
가방 잃어버리고, 하나도 못 보게 된 것이 가장 아쉬웠었거든요.
근데 러쉬티켓으로 표를 구하니 정말 행복했습니다.
브루클린, 덤보에 갔다가 첼시마켓 구경도 하고 또 센트럴파크에 갔어요
근데 여기서 또 핸드폰을 떨구는 바람에
터치가 아예 안되는 불상사가 발생을 했습니다.
부모님하고 연락도 불가능했고
인터넷을 하는것도 불가능해져버렸어요.......................................
사진도 아무것도 못찍고........................
다시 한 번 멘붕.
지도보면서 돌아다녔는데
이제 지도도 못보고 검색도 못하게 된 것입니다.
어쨌든 예매해둔 뮤지컬을 보러 갔는데
자리가 벽에 붙어있는 박스석이었어요,
무대가 아예 절반이 안보이는겁니다.
그래서 중간 쉬는 시간에 내려가서 자리 안내해주시는 분께
너무 안보이는데 자리를 바꿔줄 수 있냐고 하니까 1층에 맨 뒷줄에 남은 자리로 안내를 해주더라구요
그래도 완전 가운데 자리라 너무 좋았어요!!!!!!
오늘 다행스럽게도 자리가 좀 비어서 바꿔줄 수 있으니까 재밌게 보라고
그러면서 어디서 왔냐하길래 한국에서 왔다.
사실 가방을 도둑맞아서 뮤지컬도 못볼뻔했는데 친구들이 도와줘서 겨우 보러 온거다.
근데 너도 날 도와줘서 너무 행복하다
이렇게 얘기했더니, 갑자기 저를 더 앞자리로 데려가줍니다.
여기 더 좋은 자리가 비어있는데
오늘은 제게 선물을 주고싶다고 하면서..
정말 딱봐도 너무 좋은 자리였습니다.
앞에서 8번째 줄 정가운데.........
거기 앉아서 보는데 가슴이 뛰었습니다.
눈물도 쪼끔 났구요.
일정은 여기서 마무리 하고 숙소 복귀했습니다.
이제 핸드폰도 없어서 마지막날 일정은 종이지도를 가지고 돌아다녔어요
저는 여행을 가면, 그 곳의 분위기를 느끼면서 막연히 걷는것을 참 좋아합니다.
그래서 마지막날은 하루 종일 걸어다녔어요. 뉴욕의 구석구석을 느껴보고 싶었어요.
핸드폰 없으니까 오히려 사진으로 담을것도 눈으로 한 번 더 담아 오게 되었습니다.
더 많이 느껴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였습니다.
한국에 돌아올 때.
저는 거의 가진게 없이 왔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다 잃었습니다.
그리고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여행하니 잃을게 없다는 마음덕분이었을까요? 오히려 홀가분하다는 생각마저 들더라구요,
학회 참석차 방문했던 미국에서
엄청난 것들을 느끼고 왔습니다.
뭔가 말로는 설명하기 어렵지만 제 인생에서 다신 없을 경험과 교훈이었습니다.
제게 숙소를 예약해주신 분은
정말 저에게 큰 영감을 주셨습니다.
저는 제가 미국에서 받은 도움들을 평생 빚이라 생각하고
힘든 사람들에게 베풀며 살아가겠다 생각했습니다.
저는 이제 빚 갚으려면 정말 열심히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도움이라는 것이 물질적인 도움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더 많이 갖는다면 조금 더 많이 베풀 수 있을 것 같기 떄문입니다.
제 친한 친구는 제 얘기를 듣고,
'아직 살만한 세상이야 그렇지?' 라고 했습니다.
사실은 '안살기에는 너무 아까운 세상이야'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지금도 가슴에 뭔가가 자꾸 끓어오르네요.
이런 소중한 경험을 하게 해준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제 여행 후기를 마치려 합니다.
어제 12시 귀국해서 집에 왔고, 오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글을 적기 시작했는데
적다가 조금 자고, 적다가 조금 자고.. 결국 이제서야 마무리를 짓습니다.
정말로 감사하고
오유분들의 따뜻한 마음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